[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이 한국의료를 전 세계 최악의 환경으로 꼽은 이유

의사 전문성 무시하는 불공정한 구조…형사처벌 단연 1위에 자율규제 이뤄질 수 없는 환경

대한의사협회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이 한국의 의료시스템에 대해 "다른 나라에 없는 세계 최악의 암울한 환경"이라고 질타했다. 

의사의 전문성은 철저히 무시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착취를 당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안 원장은 세계의사회가 의사의 집단행동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의사협회 등을 압수수색하는 것이 심각한 권리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덕선 원장은 8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주최한 '미래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에서 '세계의사회 vs 한국 의사들'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그는 "한국은 다른 나라에 없는 세계 최악의 암울한 의료환경을 갖고 있다. 불공정한 보상과 협상구조로 구조적 폭력이 만연하고 의료형사범죄화, 형사처벌 면허자동취소 등으로 의사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운을 뗐다. 

안 원장은 "유신시대의 긴급조치 망령같은 의사 집단행동 불법화도 여전하다. 의사들이 단체 행동을 하면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진다"며 "요양기관 강제 지정, 환자거부 금지, 수술슬 CCTV 의무화 등도 의사 전문성을 무시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상업화에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그는 "초저수가와 고액 비급여 의료제도는 기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적 유혹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가 돈을 벌면 욕하는 반면, 정부는 외국인 환자를 데려다 돈을 벌면 칭찬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원장은 우리나라도 의사들의 자율적 의사결정이 존중받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례로 의사 정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은 최종 결정은 해당 의과대학이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의사 등 전문가로 구성돼 있는 의사면허기구, 의과대학평가기구, 전공의교육기구, 의사추계기구, 지역보건의료위원회 등이 상설적으로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룬다. 

안 원장은 "자율규제라는 국가와 전문가 집단의 관계가 불분명한 우리나라처럼 거수기 부대나 사회 단체들이 함께 들어와 의사 정원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 단체들이 상설적으로 관련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정부는 해당 결정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나 법안 마련 등을 고민하는 형태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그런 관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는 의대증원과 관련해 의사들과 합의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사의 형사처벌화 역시 의사의 자율성을 구속하는 문제 중 하나다. 6년간 6명의 의사를 처벌한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는 1년에 100건이 넘는 형사처벌이 이뤄진다"며 "이런 의료환경은 전 세계 어디서도 상상할 수 없다. 세계의사회에서 하지 말라는 일은 골라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해서도 "일부 한국 언론은 세계적으로 의사 파업이 없는 것 처럼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사회 의사집단행동 성명을 보면 세계의사회는 파업을 포함한 의사들의 집단행동권을 인정하고 있다"며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무 조건 개선 옹호 등 대체 고용을 선택할 권리고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한국 정부가 의사협회 지도부의 컴퓨터, 휴대전화 압수는 용납할 수 없는 권리 침해이자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위반"이라며 "의사 쟁의는 의료서비스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지만 의료 시스템의 전반적인 품질과 지속가능성의 유지와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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