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 국회서 국민 '헬스 리터러시(health literacy)' 향상 위한 정책 제안 발표

다학제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생활건강지식센터 설립해 과학적 근거 기반 건강정보 제공해야

사진: 국회 '올바른 건강 정보 확립을 위한 정책 세미나'.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의대생들이 비과학적인 정보를 양산하는 매스미디어에 대한 정책 제안을 국회에서 발표했다. 보건의료인·다학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칭 '국민생활건강지식센터'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산하기관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이다. 국민생활건강지식센터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검증된 건강정보의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국민 건강교육 사업 모델 개발, 지역사회 건강교육 사업 지원, 건강교육 사업 소통·협력체계 구축 등을 할 예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상진 의원이 주최하고 연세대 의과대학 소모임 ARMS이 주관하는 '올바른 건강 정보 확립을 위한 정책 세미나'가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오늘날 헬스케어의 문제점은 TV·SNS·유튜브서 유통되는 비과학적 건강정보"

연세대 의과대학 본과 2학년 유석현씨는 미디어 등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비과학적 건강정보의 유통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본과 2학년 김운연씨는 건강·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의사를 지칭하는 '쇼닥터' 등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지적하고 건강정보 이해 능력인 '헬스 리터러시(health literacy)'를 강조했다.

유석현씨는 "전통 매스미디어인 텔레비전 건강정보 방송 프로그램의 17% 정도가 건강에 해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방송 프로그램을 합하면 잘못된 건강정보 제공은 더 클 것이다"고 말했다.

유씨는 "대부분 사람들이 암 등 중대질환에 대한 정보는 선별해 받아들인다. 하지만 다이어트, 운동법 등 치명적이지 않아 보이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준은 낮다. 건강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의 주장 이면 대개 그럴듯하다고 믿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유씨는 "국민들은 미디어뿐 아니라 인터넷 정보를 통해 얻은 지식을 얻는다. 그것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찾아가더라도 의사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잘못된 건강 정보의 확산이 불필요한 병원 방문도 늘리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면, 원푸드 다이어트는 어떻게 실천해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방법이나 주의사항에 대한 고지 없이 유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보가 널리 퍼졌다. 하지만 이는 잘못 실천하면 건강에 유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를 통한 건강 정보 전달도 활발하다. 수만명 이상 구독자를 가진 헬스 트레이너가 잘못된 건강 정보를 버젓이 유튜브 영상에서 사실인 것처럼 말하고 영상 시청자 또한 신뢰하지만 검증할 방법은 없다. 트레이너가 건강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유씨는 "화장품 성분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문제다. 검증되지 않은 식물성 오일이 파라벤보다 위험할 수 있다. 그런데도 파라벤은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이 만연하고 정확하고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국민들과 소통하고 올바른 건강 정보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일이 목표로 제시되고 있지만 발간된 자료들을 보면 국민들이 이해하기조차 어렵다"며 "제대로 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운연씨는 "쇼닥터이 유산균 등 홈쇼핑에서 본인이 판매하는 상품을 방송으로 홍보하거나 '설탕을 많이 먹으면 뇌가 썩는다' 등 잘못된 건강 정보를 퍼트리고 있다"며 "이런 정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의사는 건강 전문가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의사협회가 의사의 방송 출연 가이드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광고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정했지만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에는 가르시니아 성분 다이어트 제품이 유행을 했다. 하지만 간독성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보호원에 피해 사례가 계속 접수되고 있고 피해 사례가 심각해 수차례 방송으로도 나왔다"며 "다이어트 제품인 다이어트 효과만 없는 게 아니라 실제로 건강에 악영향까지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이 건강정보를 이해하고 선별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인 '헬스 리터러시'가 지금은 부재하다. 그런 교육이 필요하고 정보를 제공할 중앙 단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헬스 트레이너 등 일상에서 접하는 건강 전문가의 전문성 결여

연세대 의과대학 본과 2학년 김요섭씨는 국민들이 일상에서 가장 쉽게 많이 접하는 헬스 트레이너 등 전문가들의 건강정보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씨는 "과거에 몸무게가 많이 나가 정형외과에 많이 다녔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 생기는 증상이라서 원인을 알지 못했다. 스스로 재활을 결심했다. 운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더 공부하고 싶어 의대에 진학하고 헬스 트레이너로서 활동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건강 유지 요소로 운동, 위생, 영양 등이 중요하다. 히포크라테스도 '운동이 최고의 약이다'고 말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들은 건강을 위해 병원 상담보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 사례가 많았다. 건강보조식품 섭취 사례도 많았다"며 "많은 사람들이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건강정보만큼이나 헬스장에서 만나는 트레이너가 제공하는 건강정보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건강관리 담당부서는 위생은 보건복지부, 영양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운동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운동은 특히 건강을 다루는 부처가 아닌 체육부 소관이다. 각각 다른 부처에서 건강 정보를 다루다보니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정보를 통합적으로 책임지고 다루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또 헬스 트레이너의 자격 수준이 낮고 심지어 이 마저도 검증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병원에서 트레이너를 채용하는데도 학력, 자격, 경력 무관이 조건이다. 트레이너 자격을 쉽게 딸 수 있는데도 트레이너 자격인 '생활스포츠지도사'가 아니어도 트레이너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생활 스포츠 지도사 시험 과목 중에 생명, 건강, 생리와 관계된 과목이 없다. 근골격계 관련 과목도 없다"며 "미국의 헬스트레이너 자격 요건은 엄격하다. 미국은 운동을 건강 요소로 보고 있다. 응급 대처를 해야 하기 때문에 BLS와 CPR 자격을 소지한 사람만 트레이너를 할 수 있다. 자격도 건강 지식을 전공하거나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헬스 트레이너들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트레이닝을 할 때 무슨 말이라도 해야한다는 강박이 있어 자신이 알고 있는 건강 지식을 제공하는데 문제는 잘못된 정보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헬스 트레이너를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건강 전문가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자격 요건이 엄격해져야 하고 통합적인 건강 정보를 제공할 수있는 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하면서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정재균씨는 헬스 트레이너가 건강 정보 전문가가 될 수 없는 환경에 대해 지적했다.

정씨는 "현재 헬스 트레이너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을 취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헬스 센터가 트레이너 지원자의 자격을 확인하지 않고 고용한다. 심지어 무자격 트레이너에게 자격이 있다고 거짓말을 종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는 우리나라 헬스 트레이너가 국민의 건강을 관리하고 그러기 위해 공부를 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아니라 세일즈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곳에서 일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헬스장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헬스 트레이너는 기본급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헬스장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기본급을 제공하지 않고 매출에 따른 인센티브만 지급하기 때문이다"며 "이는 헬스 트레이너가 국민 건강을 위해 건강 정보, 재활의학적 지식을 공부하지 못하게 한다. 자신의 몸만 키우고 세일즈를 잘해 단기적 소득을 올리는 데만 몰두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건강 정보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건강 전문가인 헬스 트레이너의 자격 요건과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국회 '올바른 건강 정보 확립을 위한 정책 세미나'.

'국민생활건강지식센터' 설립 정책 제안... 복지부 "논의해보겠다" 

연세대 의과대학 본과 2학년 신현호씨는 올바른 건강정보 전달을 위한 우리나라의 맞춤형 정책 제안으로 보건의료인 및 다학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칭 '국민생활건강지식센터'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산하기관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정책 방안을 제안했다.

신씨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건강증진기금을 활용해 여러 사업을 하고 있고 4대 전략 방향에서 국민소통 중심 건강증진정보 공유 및 인식확산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지만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지난 2011년 1월 시행된 국가건강정보 포털은 미국국립의학도서관과 복지부 업무협약의 체결에 따라 만들어졌다. 질병관리본부가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이 포털은 각 기관이 발간하는 건강 자료를 통합해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그러나 사이트를 접속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대부분 정보가 질병 관련 정보에 그치고 있고 신체 활동에 관한 정보는 굉장히 부족하다"며 "정책연구 용역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건강정보 포털이 질병 정보만 집중해 건강 정보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실제로 질본이 운영하다보니 질병 정보 위주로 정보가 게시되고 올바른 건강을 위한 운동 정보, 영양 정보는 게시글 1000여개 중 25개에 그치고 있다"며 "하지만 이 마저도 예산이 축소되면서 현재는 매년 20여종 내외 건강 정보만 추가로 개발되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담 부서가 없는 것도 신뢰할 수 있는 건강 정보 제공과 검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와 더불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며 "미국에서는 보건부 산하의 질병예방건강증진국에서 국가건강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헬스 리터러시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이 여기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따라서 국민들의 건강정보 이해능력 제고를 위해 한국형 건강신체활동 지침을 제정하고 대국민 보급 홍보의 중심 국가기관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산하에 설립해 운영하는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 모델 개발을 통해 지자체에서 건강 실시를 위한 지침을 만들고 사업을 지원하는 협력체계도 구축할 수 있다. 또 보건복지부는 건강정보 제공을 위한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칭 '국민생활건강지식센터'는 다학제간 융합연구 플랫폼으로서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민들의 건강정보 이해능력 향상을 위해 우리나라 의료 패러다임을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변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며 "제 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하에서 국민 건강정보 이해능력의 제고로 건강활동을 증대하고 올바른 식생활 위한 영양관리 지식을 보편화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의대생들의 정책 제안에 대해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고덕기 사무관은 센터를 설립하는 방식은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돼 쉽지 않겠지만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은 만큼 관련 부처와 논의해보겠다는 답변을 했다.

고 사무관은 "정책 제안에 따르면 가칭 '국민생활건강지식센터'는 공공의료 기관이다. 현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100여명이 있는데 산하게 공공 기관을 설립하려면 최소 20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인력도 인력이지만 예산도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 사무관은 "기재부 내에서도 인력과 예산을 다루는 부서가 따로 있다. 인력을 확보한다고 해도 예산을 마련하는 과정이 바로 뒤따르는 것이 아니므로 둘 다 확보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고 사무관은 "하지만 최근 건강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올바른 건강정보 확립에 대한 필요성은 복지부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관련 부처와 양한 의견을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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