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4개 제품으로 시장매출 1조 달성 앞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래는

"동시다발적 출시 바이오시밀러 더 많아질 것…소규모·신생업체가 글로벌 진출 어려운 분야 예상"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창립 이후 8년만에 처음으로 흑자전환 및 제품 시장 매출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은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4종이 전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어떻게 단기간에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매출은 3687억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반기보고서에서 공개된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351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매출액에 가까운 수치를 달성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매출 규모가 커진 이유 중 하나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동시에 여러 제품을 개발한 것에 있다. 대부분 회사는 자금력이 부족해 선별적으로 제품 하나에 집중 투자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설립 이후 2016년 1월 엔브렐(Enbrel, 성분명 에타너셉트)의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Benepali, SB4)'의 판매 승인을 받은 이후, 같은해 5월 레미케이드(Remicade, 성분명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Flixabi, SB2)', 2017년 8월 휴미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 '임랄디(Imraldi, SB5)', 같은해 11월 허셉틴(Herceptin,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Ontruzant, SB3)'를 유럽에서 승인 받아 현재 판매 중이다.

이들 4개 제품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도 각각 에티코보(Eticovo), 렌플렉시스(Renflexis), 하드리마(Hadlima), 온트루잔트라는 제품명으로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지만 특허 등의 이유로 현재 렌플렉시스 1종만 판매되고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매출을 견인하는 주요 시장은 유럽이다. 유럽 지역 마케팅 파트너사인 바이오젠(Biogen)이 판매하고 있는 베네팔리, 플릭사비, 임랄디의 2019년 3분기 누적 매출은 5억 4240만달러(약 6503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 5억 4510만달러(약 6536억원)을 조기에 달성한 수준이다.
 

바이오젠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약 18만명의 환자들에게 베네팔리, 임랄디, 플릭사비를 처방했으며 바이오시밀러의 치료 혜택을 통해 올해 유럽에서 18억달러의 헬스케어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파트너사인 MSD가 판매하고 있는 온트루잔트(유럽)나 렌플렉시스(미국) 매출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에피스 고한승 사장은 바이오젠과 MSD의 글로벌 실적을 합하면 올해 제품 시장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이 넘을 것이라 밝혔다. [관련기사=삼성바이오에피스 고한승 사장 "창립 8년만에 흑자 전환 기대…제품 시장매출 첫 1조원 예측"]
 
사진: 유럽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 시장 매출 추이(자료=삼성바이오에피스)

그 중에서도 베네팔리는 퍼스트무버로 출시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베네팔리는 2016년 유럽 시장에 출시했고, 경쟁제품인 산도스(Sandoz)의 에렐지는 2017년 유럽에서 승인을 받아 판매를 시작했다. 베네팔리는 누적 매출이 약 1조 5000억원으로 EU 주요 5개국(EU5: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오리지널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앞서고 있다.

나머지 시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세계 판매 1위 의약품인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외에도 암젠(Amgen), 산도스, 프레제니우스 카비(Fresenius Kabi), 마일란(Mylan) 등이 진출했고, 오리지널사인 애브비(AbbVie)는 일부 지역에서 휴미라 가격을 80%나 낮추는 시장 방어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이같은 시장 경쟁 상황에 대해 고 사장은 "에타너셉트 시장에서는 우리가 유럽에서 먼저 출시해 후발주자들이 고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출시하는 제품이 더 많이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휴미라 시장에서 몇몇 마이너 회사들이 굉장히 고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회사들이 하나둘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떠나 작은 회사가 글로벌 진입을 하지 않으려는 분야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시밀러 회사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량생산체계가 필요한데, 대량생산이 가능하면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작은 회사나 신규 회사가 대규모 투자를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대량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고 연구개발(R&D) 비용의 일부는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

그렇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고 사장은 올해 흑자 달성을 예측하며 "내년에도 매출을 극대화를 하여 이익을 높이고 꾸준히 파이프라인 개발하고, 더 많은 제품의 승인을 받고자 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같은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본격적으로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유럽 전체를 합한 것보다 훨씬 의약품 매출이 높은 미국 시장의 허들을 넘는 것이 필수다.
 
 사진: 2013~2018년 바이오시밀러 대체사용 법안을 마련한 주 현황(자료=미국 전국주의회연맹)

미국 정부는 처방의약품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속해서 약가인하 정책 및 바이오시밀러 장려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몇년째 더디다. 인플릭시맙 시장을 보면 셀트리온의 인플렉트라(Inflectra, 램시마)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렌플렉시스가 판매되고 있지만 여전히 오리지널 제품인 J&J의 레미케이드가 90% 가량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FDA는 올해 5월 업계에서 고대하던 바이오시밀러와 오리지널 의약품 간 상호교환성(interchangeable)에 대한 최종 지침을 발표했다. 상호교환성 인정 여부는 특히 만성질환 적응증에서 바이오시밀러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상호교환성을 인정받은 제품은 의사 처방과 무관하게 약국 수준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다. 미국의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역에서 이러한 바이오시밀러의 대체사용(substitution)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 시켰다.

다만 한국과 의료체계가 다른 미국에서는 병원처방과 약국처방 약 구분이 필요하다. 약국에서 처방되는 약의 경우 상호교환성 인정 여부는 중요하지만 병원처방에서는 리베이트를 통한 보험사 등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플릭시맙 정맥주사(IV)는 대부분 병원 처방이다.

고 사장은 "오리지널 회사들은 워낙 취급 품목이 많아 전체 할인 규모와 바이오시밀러사가 제공하는 할인 규모를 비교했을 때 오리지널사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약국에서 처방되는 약이 나온다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휴미라는 자가주사 제품이기 때문에 직접 약국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2023년 미국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돼 약국처방 제품이 나타나면 유럽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미국에서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파이프라인(자료=삼성바이오에피스)

이 외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현재 SB11(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성분명 라니비주맙), SB15(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성분명 애플리버셉트) 등 안과질환 치료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SB12(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성분명 에쿨리주맙)를 개발하고 있고, 근골격 질환 치료제도 개발할 예정이다. 항암제인 SB8(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성분명 베바시주맙)은 유럽에서 판매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고 사장은 "발표하지 않은 것을 포함해 어떤 바이오시밀러를 만들지 구체적인 계획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 많다. 다케다(Takeda)와 공동을 개발하고 있는 신약도 1상 마무리 단계다"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사업개발(BD)팀을 만들었다. 그동안은 자금 여력이 없었지만 내년에도 계속 사업이 잘 된다 가정하면 오픈이노베이션에도 투자할 예정이며 특정한 분야를 정해놓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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