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누수 1조3000억, '사무장병원·면대약국' 잡아라…공단, 불법개설기관 업무 일원화

공단 특사경법 연내 통과 목표…예방·적발·징수 과정에 신기술, 신제도 총동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기관지원실 김문수 실장.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부의 재정 건전화 기조에 따라 불법의료기관 개설 예방 및 적발, 징수 업무를 강화해 재정 누수를 막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료계 반대 등으로 공단 특사경법의 통과가 묘연한 만큼, 공단 내부적으로 불법 의료기관을 빠르게 적발하기 위해 신기술 및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변화 기법을 활용한 불법개설기관 징수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불법개설기관 연평균 누수 금액 1조 3000억원…공단 특사경 제도 연내 도입 목표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원주 본원에서 열린 공단 의료기관지원실 전문기자협의회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기관지원실 김문수 실장이 올해 주요 사업 추진업무 및 사업계획에 대해 밝혔다.

김문수 실장은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해 연평균 누수되는 금액이 1조 300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2022년 수가협상의 추가소요비용 밴딩이 1조 848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굉장히 큰 규모"라며 "해당 급여비용은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 사무장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의료계의 경영악화를 야기하는 만큼 사무장병원은 전 사회적으로 빨리 척결해야 할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공단은 그간 여러 부서로 분산돼 있었던 불법개설기관 지급보류‧환수결정‧징수 업무를 일원화해 의료기관지원실이 담당하고, 부당청구 조사 및 징수업무는 급여관리실로 이관해 분리했다. 즉,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업무를 의료기관지원실이 전문성을 발휘해 전담하는 것이다.

김 실장은 "이번 관리업무 일원화는 업무 효율화에도 도움이 되지만, 불법개설기관 업무와 부당 청구 업무를 혼돈하는 문제를 해소하려는 의도도 있다. 그간 의료계는 공단 특사경제도가 시행될 경우 공단이 불법 개설기관을 넘어 부당 청구까지 특사경을 투입할 것이라며 제도에 반대해왔다. 의료기관지원실은 불법 개설 업무만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부당청구 조사 및 징수 업무는 급여관리실로 완전히 분리했다"고 강조했다.

공단은 실제로 연내에 공단 임직원에게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에 한해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특사경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실장은 "복지부도 특사경 제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고, 정춘숙, 서영석, 김종민 의원 등 3명의 의원실에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한 만큼 계속적으로 추진하려 한다"고 전했다.

그는 "아쉽게도 2020년 11월 제1법안소위에 심의된 이후 현재까지 법사위 법안심사 1소위에 계류 중"이라며 "법안소위 자체가 열리지 않다보니 2020년도에 나온 쟁점 사항은 대부분 해소됐다. 기존 쟁점 사항 외에도 보완할 게 있을텐데 논의자체가 멈춰있다보니 아쉬움이 크다. 의료계의 반대가 여전히 큰 만큼 의료계를 설득하면서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신규 개설 의료기관 정기 모니터링·의료기관개설위 참여로 예방 강화

공단 특사경 제도 도입이 현실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만큼 공단은 올해 재정 누수 방지를 위한 불법개설기관 예방과 적발, 징수 업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실장은 "공단은 2019년부터 의과대‧약학대 대학생 등 예비의료인에 대한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사회복지사, 영양사, 조리사, 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인력이 사무장으로 진입하는 사례가 많아 이에 대한 예방교육도 확대하고자 한다. 실제로 사무장병원 가담자 2255명 중에 보건의료인력 비율이 7.9%(178명)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신규 개설 의료기관에 대한 정기적 모니터링을 통해 감시기능도 강화한다. 법개설 가담자였던 의료인과 사무장 등에 대한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신규개설 근무자와 기 불법개설 가담자의 연계를 분석하는 것이다.

김 실장은 "사무장병원 가담자 2255명 중 27.8%가 재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후 신규 의료기관을 개설하며 재차 불법의료기관 개설에 가담하는 경향이 있어 기존에 사무장병원에 가담했던 의료인에 대해서는 반기에 한 번씩 연계 분석을 통해 신규개설 의료기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때 불법개설 재가담 의심 기관은 추적관리 후 행정조사를 추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공단은 '의료기관개설위원회'에 공단직원 위원 참여를 위한 의료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현재 의료기관 개설위원회 참여 위원에 공단이 포함되지 않음에 따라 그간 공단은 간호협회 추천으로 공단 직원이 간접 참여하고 있는 형태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공단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에 참여해 불법개설로 의심되는 병원을 적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계류 중인 상황이다.

불법개설기관 감지시스템 BMS에 AI·사회관계망 모형 도입…현장징수도 강화
 

공단은 이미 불법 개설로 운영되고 있는 병원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활용해 적발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단은 지난해부터 기존의 '불법개설기관 감지시스템(BMS)' 내 AI 기술 기반 예측모델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요양병원 모형으로 41개소의 불법개설 의심기관을 발굴해 시범조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병‧의원 모형으로 발굴한 불법개설 의심기관 150개소에 대해서는 올해 하반기에 시범조사를 할 예정이다.

AI 기술은 과거 적발된 불법개설 기관의 특징 등을 딥러닝을 통해 학습해, 현재 운영 중인 요양기관 중 이와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의심기관을 주기적으로 감지‧발췌해 조사대상 기관을 발굴하는 데 활용하는 방식이다.

김 실장은 "AI기반 예측모델 운영을 통해 조사준비단계를 지원해 조사준비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예측모델로 발굴한 해당 요양기관의 주요 의심정보를 현장조사 담당자에게 제공해 불법개설기관 적발률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2014~2022년까지 BMS시스템 적발률 은 57.6%로, 공단 입장에서는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에 김 실장은 "적발률을 높이기 위해 매년 '불법적발지표'를 신규개발하고, 기존 지표는 정기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불법개설 가담의심 인력과 요양기관 관계를 네트워크로 시각화해 제공하는 사회관계망 모형(네트워크)을 개발해 올해 5월부터 시범운영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그 외에도 공단은 경찰청과 지자체 특사경과의 합동 기획조사도 확대하고, 경찰 수사연수원을 통한 공단직원의 수사기법 교육, 불법개설기관 조사기법 교류를 위한 정부합동 토론회, 경찰 수사관 대상 불법개설기관, 보험사기 조사 및 수사교육 확대도 진행하고 있었다.

불법개설기관 부당이득금 징수 제도개선 및 현장징수 강화 방안도 마련됐다.

김 실장은 "공단은 2022년 1월부터 특별징수추진단(TF)를 구성해 수사관 출신 등 전문성 높은 직원을 배치해 현장 징수를 강화하고 있다. 또 부동산에만 적용하던 은닉재산 발굴을 자동차, 신탁재산까지 확대해 확정판결 이전 대상자도 추적관리하는 등 사해행위 취소 소송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불법개설기관 적발을 통한 재정 누수 방지 업무 외에도 보험자 역할 강화를 위해 신규 업무를 개발해 확대하고 있다.

일회용 의료기기 관리 강화와 의료생협 관리업무 확대가 바로 그것이다. 일회용 의료기기 재활용은 환자 안전에도 문제지만 감염병 예방을 통한 재정 누수를 방지하고자 업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사무장병원 법인 중에 의료생협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 된다. 의료생협 712개 중 355개가 사무장병원으로 나온다. 감사원도 공정위 감사에서 의료생협에 대한 부실관리를 지적하고 공단에 관리를 위탁했다. 현재 공단은 의료생협 관리기전을 마련해 부실기관 퇴출로 재정누수를 방지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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