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정부와 병원들은 전공의 공백과 환자 만족에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가 국내에서 확산되려면 시범사업이 아닌 본사업으로 정착하고, 입원전담 전문의들의 지위가 안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입원전담전문의 협의회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1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 확산을 위한 토론회’ 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이같은 의견을 나눴다. 입원전담 전문의란 입원 환자들의 안정적인 진료를 위해 전문의를 별도의 전문의를 채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복지부는 2016년 9월 이 제도의 시범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9월 환자 1인당 4만3400원(전문의 5인 기준)의 수가를 신설했다.
이날 복지부 권덕철 차관이 토론 직전까지 4개 발표 주제발표를 모두 들을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곽순헌 과장은 “권 차관은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에 관심이 많다. 그만큼 복지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볼 수 있다”라며 “앞으로 이 제도가 시범사업에서 본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제도의 불확실성, 그리고 지위의 불확실성 제거해야
입원전담전문의 협의회 김준환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이를 위해 제도와 지위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김 홍보이사는 “내과계 입원 전담 전문의는 현재 5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연봉보다는 정책과 직위의 안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병원과 재계약을 한 사람들에 대해 조사를 한 측면도 있지만, 연봉 자체의 비중은 3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민경일 총무이사(서울성모병원 내과 레지던트 4년차)는 “전공의들도 입원전담 전문의를 환영하고 있다. 입원전담 전문의는 수련환경 개선과 환자 안전에서 필요하다”라며 "전공의법이 통과되고 2년 7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수련병원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민 총무이사는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 제한으로 많은 병원들이 입원전담 전문의를 필요로 했다. 필연적으로 환자 안전과 환자 만족도 등에서 여러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는 수련병원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재호 부원장은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다만 이들의 급여나 처우 등의 문제가 중요하다”라며 "미국은 포괄수가제(DRG)가 되고 입원료가 워낙 비싸다 보니 재원일수 관리 등의 필요성으로 입원전담 전문의가 확산됐다. 하지만 입원료 자체가 원가 이하인 우리나라에서 재원일수를 며칠 줄였다고 해서 얼마나 비용 절감의 영향을 받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원장은 “전문의 인건비 등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늘어나는데 이에 따른 효율은 적다.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는 (입원전담 전문의 채용을) 고민하게 된다. 복지부는 수가 장려금을 준다고 하지만, 제도가 확실히 정착하기 전까지 병원에서도 정착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입원전담 전문의의 신분 불안정의 문제도 있다. 기존의 없던 제도가 생기면서 여러가지 두려움,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부원장은 “각 병원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분당서울대병원은 투트랙으로 나눠져있다. 하나는 일반교수와 똑같은 트랙으로 연구를 하도록 했고, 다른 하나는 일반교수가 아니다. 하지만 이 경우 상대적으로 보수가 늘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외과계 수술이나 내과의 내시경을 못하는 측면이 있다. 막상 일하는 전문의들은 여기서 오는 불안감이 항상 있다. 환자나 가족들로부터 이들에 대한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내과 정훈용 교수(좌장)는 “입원전담 전문의는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입원환자를 (기존 전공의에서)전문의가 돌보는 것으로 병원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원전담 전문의, 학회와 병원·본인이 정체성 확립하고 정부가 지원해야
대한의사협회 이우용 학술이사(대한외과학회 기획이사)는 “처음 시범사업을 시작할 때는 의구심이 상당히 많았다. 지난 3년동안 복지부 주무과장이 3번 바뀌었는데도 연속성이 있게 추진하고 있고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권덕철 차관이 관심을 보인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학술이사는 "앞으로도 제도가 성공적이려면 불확실성의 제거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불확실성 제거는 신분에 대한 불확실성,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학술이사는 “학회 차원에서 역량 중심의 교육을 하면서 전문의 양성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내과가 3년제로 바뀌면서 3년제 전문의가 나오는 시점(2020년)이 예정돼있다"라며 "하지만 외과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 외과계 입원전담 전문의는 일단 외과 수련이 3년제로 가야 통과될 수 있을 것이다. 복지부가 조속히 (3년제를) 통과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병원과 교수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학술이사는 “병원은 입원전담 전문의를 단순히 배치하는 진료인력이나 기존의 인력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입원전담 전문의 본인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제도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형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서 입원환자들이 적정한 서비스를 받으면 적정한 수가를 부담해야 한다는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라며 "결과적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가장 큰 목적은 환자의 안전과 만족도 증가를 통한 국가 의료비 절감에 있다”고 말했다.
대한내과학회 강현재 총무이사는 “여러 각도에서 자격이나 신분의 안정화를 도와줘야 한다. 내과학회는 분과 전문의 등의 제도 등을 검토해 입원전담 전문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강 총무이사는 “내과 전문의 자격을 가지면서도 전문가 역량이 충분히 쌓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적절한 수의 입원전담 전문의가 확보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 총무이사는 “대형병원에서는 분과형이 현실적인 모델이라고 본다. 다만 외래, 시술, 입원 등 각각의 전문영역이 필요하고 여러 영역의 협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라며 "의료인력의 향상을 위해 수가나 제도의 체계를 통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번아웃 막으려면 간호사 등 보조인력 필요성 제기
입원전담 전문의가 평일 야간과 주말까지 입원환자들의 모든 진료를 맡는데 대해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들의 번아웃(burnout)을 막기 위해 전문간호사 등의 보조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정옥 의료수가실장은 “이 제도가 오래 지속하려면 전공의들이 지원하겠다는 마음이 들어야 오래 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라고 했다.
김 실장은 “본인이 느끼기에도 전문의를 따고 병동에서 환자를 보는데 하나에서 열까지 다 처리를 해야 한다. 이렇게 진료를 해서는 5년, 10년 이상 가지 못할 것이다. 기존의 인력들이 번아웃될 수 있다. 환자를 진료할 때 도와주는 인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도와주는 인력이 전공의일 수는 없다. 정부의 지원방안에 보조인력을 어떻게 넣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필요하다”고 했다.
의협 이우용 학술이사는 “병실에서 도와주는 인력은 병실 전문간호사(PA)여야 한다. 의사의 오더 하에 협업을 하는 모델이 되고, 불법적인 요소가 제거된다. 전문간호사 채용 역시 권장사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는 10년 경력을 가진 간호사들을 병동간호사로 채용하고 있다. 협의회 김준환 홍보이사는 “전문의들이 입원부터 진료, 퇴원까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복합적인 인력과 같이 일해야 한다. 대신 허용된 법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홍보이사는 “의사가 보조인력과 함께 있으면서 처방 오더를 내리고 진료계획을 공유하면서 일하게 된다. 이를 통해 전공의협의회가 걱정하는 불법적인(의사 대신 보조인력이 처방하는) 요소를 막을 수 있다. 대신 여러 단체들간이나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훈용 교수는 “미국에선 펠로우(임상강사)를 하면서 내시경을 하는 전문적인 입원전담 전문의가 있다. (입원전담 전문의 2명 이상 채용하면 해당 진료과목의 전공의 정원 1명이 늘어나는 정책으로) 앞으로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는 전공의 TO와 관련 있기 때문에 학회 차원에서 검토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본사업 의지 확실…야간 근무수당·수가 가산 등 검토
복지부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복지부는 입원전담 전문의 협의회에 힘을 실어주면서 공개적인 자리에서 복지부와 함께 가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복지부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확신이 있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도 이런 토론회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 차관이 장시간 토론회에 있는 것도 처음 봤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복지부는 입원전담 전문의를 2명이상 채용하는 병원의 진료과에 전공의 1명을 추가 배정하기로 했다. 수련환경 평가나 상급종합병원 평가 등에 반영도 검토한다.
곽 과장은 “이 제도가 정착하려면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하고 전문의들의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병원이나 학회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 정부 입장에서도 입원전담 전문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 과장은 “전문의 본인이나 병원이 불만으로 보인다. 야간 근무수당 보상이나 수가 부분, 전문간호사 문제도 부각됐다 이는 심평원과 논의해서 본사업도 무리 없이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확대하겠다"라며 "외과 전공의 3년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 과장은 “환자를 비롯해 대국민 홍보가 대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입원전담 전문의들의 경험을 많이 공유하고 환자들도 지불 의사가 있다고 동의를 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훈용 교수는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다만 각자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부분을 보게 되면 불안감은 자연스럽게 제거될 수 있다. 앞으로 이 제도가 잘 정착하길 바란다”고 했다.
플로어 질문, 중환자실 병행·소아과 등 다른 진료과에서도 관심
한편, 이날 플로어에서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와 통합 운영이 필요하다거나, 소아청소년과 등 다른 진료과에서도 전담 인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방 대학병원의 한 참석자는 “병원에서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도 입원환자를 전담하도록 꾸렸다.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를 입원전담 전문의를 통합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김정옥 실장은 “현실적으로 수가 산정 문제 때문에 당장 중환자실과 입원전담 전문의를 중복으로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대학병원의 한 소아과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건에서도 보면 환자의 안전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신생아실은 높은 질적 수준을 필요로 하지만 전문의가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신생아 분과 전문의는 물론, 전공의가 부족해 (입원전담 전문의가) 제3의 대안이 될 수 있다”라며 “소아과 역시 현실에 맞는 모델을 빨리 시작을 해봐야 보완하고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소아과 교수들 역시 입원전담 전문의 채용 자체가 어렵다 보니 전공의 정원 증가 등의 혜택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곽순헌 과장은 “오늘 자리는 개별적인 사항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큰 틀에서 입원전담전문의 활성화를 위한 자리다. 별도로 의료자원정책과로 연락을 주면 상세하게 설명하고 의견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곽 과장은 ”입원전담 전문의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와 다르게 출발했다. 또한 이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공의 배정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곽 과장은 “소아과의 경우 전공의가 워낙 적다 보니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해볼 수 있다. 이는 본질과 다른 문제다“라며 “전공의 추가 배정은 전공의를 더 받겠다는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입원전담 전문의가 활성화하기 위한 유인책이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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