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최연숙·서정숙 여야 3당 의원 '간호사 단독법' 발의…처우개선과 전문간호사 인정

의료계 "직능간 갈등 유발 우려, 의료질서 왜곡"...20대 국회 때는 치과의사·한의사 등 단독법 제정 우려로 통과안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계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간호사 단독법'이 또다시 발의돼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최연숙 의원(국민의당)이 25일 오전 나란히 간호사 단독법을 내놨다. 약사 출신인 서정숙 의원(국민의힘)도 조만간 간호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간호사 단독법은 현재 의료법이 의료인의 면허와 자격에 관한 규제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간호사 업무 등을 체계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앞서 간호법 제정 시도는 여러차례 있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간호사 인력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간호사 단독법, 처우 개선과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인정 
 

이번에 발의된 간호법은 간호사 면허와 전문간호사 교육과정, 업무범위 등에 대해 의료법과 별개로 규정사항을 정하고 있다. 특히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협의해 근로조건, 임금 등 사항이 포함된 기본지침도 제정해 시행해야 한다.
 
이외에도 법안은 간호인력의 원활한 수급과 근무환경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간호인력지원센터를 설치한다거나 간호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3년마다 간호사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 간호사 등의 양성과 처우 개선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간호정책심의위원회도 설치되며 공공보건의료기관 중 병원급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된다.
 
커뮤니티케어와 함께 올해는 코로나19 등 숙련된 간호사 수요가 급증하면서 간호법 추진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면 법안 통과가 무산됐던 앞선 간호법에 비해 내용 면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또 다시 국회 논의 과정에서 통과가 무산될 여지도 있다. 

의료계는 물론 전문가들 반대 "직능 간 분란 야기" 

의료계는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간호사 단독법 제정은 심각한 의료왜곡은 물론 의료 질서 대혼란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간호사 단독법은 직능 간 분란을 야기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우후죽순처럼 직능별 단독법 제정에 나서면 의료인 면허와 의료체계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단독법 제정에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용 교수(변호사)는 “특정 영역에서 독점적 업무수행권을 부여하는 면허제도가 갖고 있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의료영역은 건강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에 의한 독점적 업무수행권과 직업 자유의 제한이라는 것이 충돌한다. 이런 측면에서 적절하게 비교형량을 따져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 김강현 책임 연구원은 국회입법조사처 '간호법 제정지연의 분석' 연구를 통해 "간호법을 입법할지 사회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정부의 선택을 강요하기 보다 국민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딜레마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보 비대칭을 해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계의 관심은 필수다"라고 밝혔다. 

20대 국회 때 간호 단독법 직역 형평성 문제로 통과안돼 

앞서 2019년 20대 국회 때도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세연 의원(당시 자유한국당)에 의해 간호법안이 각각 발의됐다. 간호협회는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만성질환관리 중심으로 변하면서 의료인의 역할이 세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간호법을 포함한 각 직역의 단독법 추진의 결정적 이유는 단독법이 업무영역 확대와 수가지원 등 직역의 이득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크다. 간호협회는 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와 2018년 각각 직역의 단독법 제정 추진협약을 맺으면서 한의사, 치과의사 등의 단독법도 나올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단독법 제정이 곧 직역의 실질적 이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간호사 단독법을 추진했지만, 막상 국회에서는 직역 간 형평성을 이유로 법안 추진이 무산돼 왔다.

실제로 당시 김상희‧김세연 의원의 안도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넘는 데 실패했다.

간호법이 통과될 시 치과의사, 한의사 등 다른 직역의 단독법까지 함께 제정될 우려가 있어 직역 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국회는 간호법 제정안 내용이 이미 현행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대부분 담겨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당시 복지부는 간호법 제정에 대해 '신중 검토'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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