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유진 인턴기자·순천향의대 본2]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보고대회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이 코로나 방역의 최후방 수비수 역할을 든든하게 했다”며 “지난해 말까지 9조 2000억원의 의료비를 아낄 수 있었다”고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죽어가는 숲을 보지 않고 그 중에 잘 자라는 나무 하나만을 보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한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 논리는 ‘비급여의 급여화’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만큼 누군가에게는 그 부담이 배로 증가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그렇다면 그 부담은 누가 지게 될까.
이미 고령화로 인해 노인들의 의료 서비스 수요가 상당한 와중에 본인 부담금까지 감소하면서 의료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건강보험료를 걷지 못하니, 기존의 의료수가를 삭감하거나 인상을 해주지 않은 방식으로 의료공급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의사들은 어쩔 수 없이 의료행위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되고 이는 곧 의료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기존 비급여대상 항목들을 급여대상으로 전환하면서 의료비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감소하고 이는 ‘환자가 원하는’ 과잉 진료를 초래할 것이다. 보통 과잉 진료는 의사가 환자에게 과도하게 의료 서비스를 제안함으로써 발생했지만, 이제는 환자들이 스스로 의료서비스의 남용을 자처할 수 있다.
특히 의료비 부담의 감소로 병원에 대한 문턱이 낮아져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병원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도 전에 정부의 정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 환자수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으며, 병원 간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는 결국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적정 수위를 넘겨버린 지출은 어떤 식으로든 국민들에게서 징수할 수 밖에 없게 되며 국민들은 치료다운 치료를 받을 권리, 의사들은 의료다운 의료를 펼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정부는 더이상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지 않아야 하며 필수의료 적정수가를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건강보험관리공단 등에서 누수되고 있는 재정 관리에 힘써야 하며 비효율적인 건강검진사업을 개선해야 한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잘못된 제도로 의료를 망가뜨리고 악용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국민들도 문재인 케어로 더 이상 완벽한 진료가 불가능핟는 것을 깨닫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문재인 케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면 열띤 환호가 절망으로 바뀌는 것도 한순간일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기’ 전에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모습을 마주하고 환자를 ‘살리는’ 의료가 될 수 있도록 의료계와 정부, 국민들 모두 한 마음으로 노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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