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설치, 외과계 전공의 기피로 수술대란 혹은 의료대란 우려

[칼럼]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반대하는 이유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 법안이 6월 국회 국회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7월 국회에서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와 보건복지위가 기존 CCTV의 수술실 출입구 설치가 아닌 수술실 내부 설치를 기본 전제라고 밝히면서 법안심사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들의 대다수가 찬성하는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 법안의 폐해는 무엇일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①감시하는 사회는 공공에 대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없다- 문석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②외과계 전공의 기피로 수술대란 혹은 의료대란 우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 

[메디게이트뉴스] 지난 수년에 걸쳐 의료사고와 의료기관 내 성추행, 그리고 대리수술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를 이유로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는 법안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먼저 각종 의료행위로 인해 의료사고를 겪고 기타 불미스런 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송구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유로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것은 환자 개인정보의 유출 문제와 의료대란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 외에 또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바로 외과 전공의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연간 외과 전문의 취득 통계를 보면 1997년 279명이 배출된 것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 2021년에는 143명에 그쳤다. 소위 '3D과'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외과 전문의의 구직난은 심각하다. 전문의를 취득하고도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외과수술을 하지 않은 외과 전문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면 외과 전공의 확보는 더욱 어려워진다. 전공의가 확보되더라도 연간 20% 정도는 수련을 중도 포기하고, 전문의를 취득해서도 외과수술에 대한 기피는 지속된다. 민감한 수술이나 어려운 수술은 숙련자가 아니라면 기피할 수밖에 없고 CCTV 아래서 수술을 할 의사는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리 많지 않다. 

정치인이나 환자단체 일부가 “아무리 어렵다고 의사가 생명을 구하는 수술을 피할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수술, 특히 CCTV 감시 아래서 하는 수술은 안할 것“이라고 답할 가능성이 크다.

수술실 CCTV를 설치하는 법안을 만들고 나서 발생하는 환자들이 겪을 피해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지표가 수술실 참여 전공의 수의 감소로 보여지고 수술대란 혹은 의료대란으로 연결될 수 있다. 

CCTV는 환자가 의사에 대한 신뢰냐 불신이냐의 문제다. 남녀 사이에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과 성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녹음과 녹화를 법률로 강제하지는 않는다. 신뢰가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CCTV가 필요 없다. 의사들이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면 수술실 CCTV 논란은 사라질 것이다. 비록 외과의사는 소수이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이 존중되는 사회를 기대한다. 외과 전공의가 줄어들고 외과 전문의들이 수술실을 외면하는 상황을 보고 싶지 않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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