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지자체, 2년연속 한방난임 지원 임신성공률 0%…올해 또 예산 편성

바른의료연구소, 정보공개 청구로 밝혀내…"정치적인 목적으로 지원사업" 의구심

▲한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 지원 공고 
해당 지자체 "대상자 만족도와 지원 필요성 높아…지원사업 지속"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한 지방자치단체가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2년간 지원한 한방난임 사업의 임신 성공률이 0%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지자체는 올해도 한방난임 치료 지원 사업 예산을 책정한 사실이 의사들에 의해 적발됐다. 

의료제도를 연구하는 젊은 의사들의 단체인 바른의료연구소는 올해 3월부터 2017년 한방난임사업을 수행한 35개 지자체에 사업결과 보고서를 정보공개한 청구한 결과, D지자체의 임신 성공건수가 전혀 없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지자체는 한방을 이용한 난임치료로 임신의 가능성을 높여 출산율 향상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2016년부터 한방난임 사업을 추진했다. 연구소가 받은 한방난임 사업 결과 보고서를 보면, 해당 지자체는 2016년 난임 진단을 받은 10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한약 복용과 침·뜸 치료를 실시했다. 이후 5개월간 침술 치료를 했다. 하지만 단 한 명도 임신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 지자체는 2017년에도 같은 치료를 했고 침술 치료 기간을 6개월로 1개월 더 연장했다. 하지만 대상자 10명 중 단 한 명도 임신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 지자체는 2017년 한방난임사업 보고서를 통해 “2017년 참여자 모두 비(非)임신이나, 대부분 한방난임 치료에 대해 긍정적이었고 몸이 현저히 따뜻해졌다는 의견 등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2018년에는 한의원 등과 협의해 불필요한 절차를 생략하고 개선방향을 논의하겠다”라며 “향후 향상된 한방 난임 치료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자료=바른의료연구소
연구소는 이 지자체에 "한방난임사업에 투입된 예산과 2년 연속 단 한 명도 임신에 성공하지 못한 요인은 무엇인가. 그럼에도 2018년도에도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구민들의 세금 낭비가 아닌가”라는 내용으로 다시 한번 민원을 신청했다. 

이 지자체는 연구소에 “한방난임 치료 지원사업은 출산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모자보건법 제11조(난임극복지원사업)에 근거해 보건복지부 협의요청을 거쳤다. 한의약적인 치료와 보완을 통해 모성건강을 증진시켜 난임을 극복하고자 2016년부터 시작한 시범사업”이라고 했다. 

이 지자체는 “해당 구의 예산은 2016년 1000만원, 2017~2018년 각 1500만원이며, 이 사업에 함께 투입된 지역한의사회 예산은 타 기관 정보로 공개가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이번 사업의 성과가 없는 것은 현재까지 사업기간이 2년으로 단기간이고 사업대상이 소수인 점이 부분적 원인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과학적 분석을 할 수 없으므로 명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지자체는 “2016년, 2017년 대상자(20명) 전원이 임신이 되지 않아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대상자들의 만족도와 지원의 필요성은 높게 나타났다”라며 “2019년 사업의 지속여부는 올 하반기 예산편성 이후(10월 이후)에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료=바른의료연구소
이에 대해 연구소는 “이 지자체는 2년 연속 임신성공률이 전무하지만 대상자들의 만족도와 지원의 필요성이 높다고 했다. 이 때문에 예산이 편성되면 2019년도에도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한 난임여성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임신성공이지, 사업에 대한 만족도와 지원의 필요성은 아니다. 난임 여성들은 8~9개월이라는 시간만 허비했다”라며 “따라서 2년 연속 성과가 없다면, 그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사업 중단을 검토하는 것이 지자체의 최우선적인 의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D지자체 외에 다른 지자체의 실적도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해에도 2016년에 한방난임 사업을 수행했던 모든 지자체에 최종 결과보고서의 공개를 청구했다. 그 결과, 각 지자체의 사업연도별 임신 성공률은 최초 대상자 기준 14.0%, 치료 종결자 기준 14.7%에 그쳤다. 

연구소는 “난임집단에서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아도 1년간 임상적 자연임신율이 19.9%, 1년간 생아출산율이 14.3%라는 외국 연구결과와 비교하면, 국내 지자체 사업의 임신성공률은 난임집단의 자연임신율과 비슷하거나 낮았다”고 했다. 연구소는 “문제는 이러한 임신성공률조차도 자연임신, 의학적 보조생식술 등에 의한 임신도 성공률에 포함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대폭 부풀려졌다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이 확대되는 이유가 난임여성의 난임 극복보다 지자체의 단체장과 의회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라며 “올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지자체에서 앞다퉈 한방난임치료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한방 난임 치료는 유효성과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이를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것은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서라도 즉각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라며 “앞으로도 지자체 한방난임 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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