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용 인천의료원 과장 “코로나19 항체 지속기간 짧아 집단면역 어렵다”

바이러스 변이도 빠르게 진행 중…산소호흡기 설치 병상 인프라 구축 등 의료기관 변화 대비 필요

인천의료원 김진용 감염내과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생성 이후 지속 기간이 길지 않아 사실상 집단면역(군중면역) 형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또한 바이러스 변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해마다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토착화 질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천의료원에서 1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해 온 김진용 감염내과장은 16일 대한의료법학회 월례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항체 지속기간 채 몇 달…집단면역 생성 어렵고 바이러스 변이 중
 
김 과장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에게서 확인된 항체는 지속기간이 채 1년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한번 코로나19에 걸렸다고 해도 재감염의 우려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김진용 과장은 "보통 코로나19 항체는 감염 2주째부터 생긴다. 그러나 최근 혈장치료 실시된 항체검사 결과에 의하면 환자들의 항체가 몇 달 가지 않아 급격히 수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통 홍역은 20년, 메르스는 1년 정도 항체 지속기간을 갖는데 코로나19는 이보다도 짧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 생성이 어렵다는 게 김 과장의 견해다. 일례로 최근 스웨덴에서 코로나19 군중면역 실험이 진행됐는데 지금까지 조사된 결과로는 스웨덴 인구의 2%만이 항체를 갖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 과장은 "한 집단에 대한 군중면역이 생성되려면 항체가 오래 남아있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최소 인구의 60~70%는 항체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인플루엔자가 해마다 유행하는 이유가 항체가 금방 소멸하기 때문이다. 집단면역 생성은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코로나19는 처음 우한에서 발생한 당시(보라색)와 달리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되면서(빨간색과 노란색) 바이러스 염기서열이 변하고 있다. 사진=대한의료법학회

코로나19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바이러스 형태로 출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는 중국 우한발 바이러스와 유사한 형태지만 최근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를 분석해보면 이미 다른 형태로의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
 
김진용 감염내과장은 "우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미국과 유럽으로 넘어가면서 염기서열이 변했다"며 "전파 과정에서 새로운 유전자형이 생기고 있다. 바뀐 유전자형이 새로운 감염 상황을 충분히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사스(SARS)처럼 자연적으로 소멸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낮은 치사율과 높은 전파력이 그 이유다.
 
김 과장은 "사스의 치사율이 10~20%, 메르스(MERS)가 40%정도였지만 코로나19는 이들보다 현저히 치사율이 낮다"며 "치사율이 높으면 숙주가 바이러스를 더 많이 퍼지지 못하고 죽기 때문에 전염이 적다. 또한 무증상 상태에서도 전파가 쉽게 이뤄져 전염을 막기 힘든 점도 변수"라고 말했다.
 
의료기관도 코로나19 계기로 변화해야…방역 전환 조치 쓴소리도
 
김 과장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국내 의료기관들도 급격한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소치료가 가능한 중환자병실을 늘리는 것이 사망률을 줄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지금까지 감염병 관리에 허술했던 일반 1차의료기관들도 바이러스 전이에 맞설 수 있도록 다양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진용 과장은 "뉴노멀은 준비하면서 생활방역 영역에선 노래방 등 문화가 사라지게 되고 의료기관도 바이러스에게서 환자와 의료진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라며 "특히 변화는 개원가를 중심으로 일어날 것이다. 환기시설 증대와 호흡기 환자를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 수 있는 법과 제도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김 과장은 "사실 코로나19는 일반적인 보존치료만으로 사망을 대부분 막을 수 있다. 그러려면 산소호흡기가 준비된 병상이 많이 필요하다"며 "한꺼번에 대규모 집단발병이 가능한 만큼 대규모 산소치료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앞으로 관건"이라고 제언했다.
 
최근 정부의 생활방역 전환 조치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그는 "생활방역위원회가 지침을 내렸지만 최근 집단감염 사태를 바라보면 일상생활에서 생활방역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듯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역조치는 쉽게 만들기도 어렵고 환자가 몇 명 늘고 준다고 순식간에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긴 호흡을 갖고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뉴노멀의 표준을 세분화시켜 제대로 준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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