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급여화, 요양병원 위한 제도 아냐"…병원-요양원 공존 시스템이 관건

주관 단체 요양시설협회 표기는 단순 실수…이번 기회에 역할 재정립 논의의 장 만들어야

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 장기요양기관 4개 단체는 유령 단체인 요양시설협회가 주관에 포함된 점을 이유로 토론회 개최를 반대했고 결국 토론회는 파행됐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병 급여화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논의조차 해보지 못하고 파행된 것에 대해 요양병원계가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의료계는 간병비 급여화로 가기 전에 선행조건인 간병인력 수급과 요양병원, 요양원의 기능 재정립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지만 입을 떼지도 못하고 토론회가 마무리된 것이 매우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앞서 25일 간병비 국가책임제 확보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장기요양기관 단체들의 반대로 개최조차 못하고 파행됐다. [관련기사=열리지도 못하고 끝난 간병비 급여화 국회토론회…유령단체가 '주관'에 포함?]

일본 사례 보면 병원-요양원 공존 성공…주관 단체 표기는 단순 '실수'

토론회 사회를 맡았던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2026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된다. 3인 가구 기준으로 집안에 1명꼴로 요양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간병비 급여화 제도 도입 논의가 시급하지만 입도 떼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토론회를 막았던 장기요양기관 단체들은 간병 급여화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얘기하지만 급여화로 인해 요양병원으로 환자가 쏠릴 것으로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봐도 급여화에 따라 병원과 요양원 모두 공존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요양병원협회는 토론 주관에 요양시설협회가 포함된 부분에 대해서도 단순 실수라며 재차 토론회가 다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홍봉위원장은 "행정적 실수였던 것 같다. 오늘 토론회에 와서 책자를 보고 주관 단체를 확인했다"며 "이와 별개로 처음부터 요양시설 단체는 다른 문제라도 꼬투리를 잡아 토론회를 무산시킬 계획으로 참여했다. 어떻게든 준비된 토론회를 진행시키려 했지만 대화가 전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실과 논의 후 토론회를 다시 해야 한다. 간병비 문제는 매우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지금도 문제지만 앞으론 더 문제가 심화된다. 지금 풀지 않으면 몇 년 뒤 절대 감당이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적합한 모델이 무엇인지, 반드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 무산 계기로 요양병원-시설 기능 재정립 논의 시작돼야

특히 의료계는 간병 급여화로 가기위한 선제 조건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 재정립 문제가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봤다. 

현재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각각 별개의 법률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지만, 서비스 영역과 기능에 있어선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역할도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은 의학적 치료와 요양을 필요로 하는 환자를 입원시키고 있으며 의사와 간호사, 전문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반면, 요양시설은 가사활동 지원 또는 간병 등 생활 속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입소시키고 있다.  

노동훈 홍보위원장은 "현재 요양병원의 고도 환자는 약 30%를 차지한다. 이를 5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요양원의 노인장기요양등급 1~2등급 환자는 요양병원의 고도에 해당하는 데 이들은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요양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며 "반대로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환자는 의료 처치와 간병 필요도가 낮다. 이들은 생활시설인 요양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급여화에 따른 제도적 보완점, 해결해야 할 법률적 문제, 인력 수급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될 예정이었다. 요양병원만 살자는 얘기가 아니다. 같이 상생하면서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이는 구조를 모색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발제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의료경영연구소장도 "요양병원과 시설은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으나 이용자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선택적 관계로 인식하게 돼 병원과 시설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됐다"며 "급여화의 선제 조건으로 정부는 이들의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소장은 "급여화로 인해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환자의 요양병원 쏠림에 대한 우려가 있다. 최대한 요양보호사 영역을 건드리지 않고 제도화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며 "병원과 요양원의 기능 재정립이 이뤄지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정부가 이번 기회에 나서 논의의 장을 마련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토론회 파행 사건에 대해 주최 측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실 관계자는 "단체명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잘못 기입된 것 같다"며 "추후 간병비 급여화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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