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고질적인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을 개선하고 일차의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의료와 기술을 연계한 ‘의료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의원실 공동주최로 열린 ‘미래의료로 실현하는 1차의료 역량강화’ 토론회에서는 대학병원 중심의 의료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토론회에서는 원격의료와는 방향성이 다른 의료 플랫폼을 구축해 일차의료의 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의료계 패널들은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등 일차의료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 확충, 수가 보전, 민간의료와 공공의료의 협업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토론회 당일 발표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바탕으로 개인정보 활용, 의료인 양성 문제 등에 대해서도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플랫폼 의료’로 일차의료 역량 강화...원격의료와 달라”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발제를 통해 ‘플랫폼 의료’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의료 플랫폼을 바탕으로 대학병원 중심의 중앙집권적 의료시스템을 분권화하고 의료 격차를 줄인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신체 피부 내에 혈당이나 대사물을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소형기기를 넣거나 화장실 변기에 소변·대변에서 얻어지는 DNA·미생물, 인체대사물 분석장치를 설치해 지속적으로 개인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의료 플랫폼 시스템은 주치의가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의료 서비스, 교육, 상담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위 의료 서비스로 의뢰할 수 있는 형태다”며 “네트워크상의 비대면 의료를 비롯해 필요한 경우 대면 의료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환자의 거주지 혹은 직장에서 직접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원격의료와는 그 방향성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의료 플랫폼은 원격의료와는 개념적 차이가 상당하다. 원격의료는 의료정보, 영상 이미징·원격 통신 연결을 활용해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의사가 먼 거리에서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언급했다.
홍 교수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같지만 방향성에 관해서는 완전히 다르다”며 “플랫폼 의료는 대변 서비스를 배제하는 개념이 아니다. 의사와 환자의 거리가 반드시 원격일 필요도 없다”라고 밝혔다.
“일차의료기관, 충분한 상담시간 위한 인력 확충·수가보전 필요”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주치의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일차의료의 강점이 될 수 있다며 충분한 인력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강재헌 교수는 “현재 제도 하에서 일차의료가 불리한 점을 갖고 진료를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며 “첨단의료기기, 고가장비 등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보다는 (일차의료가) 주치의로서 가질 수 있는 장점이 크다. 환자의 24시간을 지속적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추혜인 살림의원 원장은 주치의 제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환자와의 신뢰관계 회복이 선결돼야 한다고 했다.
추혜인 원장은 “주민들이 주치의 제도를 잘 모르고 있고 막연한 불안감도 있다”며 “기술의 보조를 받아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강화될 수 있다면 (주치의 제도가) 굉장히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추 원장은 충분한 상담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적정한 인력 확충, 수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 원장은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이 환자를 300명까지 등록해 관리할 수 있는데 현재 150명밖에 등록하지 못했다”며 모니터링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추 원장은 “간호사가 개인 생체정보 등 잘못 기입된 정보를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해 진료시간이 단축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기술과 주치의 단독으로 만났을 때 어떠한 도움도 잘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충분한) 인력이 필요하고 수가로 보장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3분 진료를 하나 15분 진료를 하나 진료비는 동일하다. 의사 입장에서 충분한 상담과 진료를 할 동인이 없다”며 “상담시간이 길어지거나 충분한 교육이 이뤄진다면 일차의료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삼성의료원장을 지낸 이종철 창원보건소 소장은 일차의료의 역할 확립에 있어 공공의료를 강조했다.
이종철 소장은 “민간의료와 공공의료 협업이 필요하다. 적어도 공공의료가 국내 의료의 30%는 담당해야 일차의료가 살 수 있다”며 “현실을 알고 (사업 등을) 시작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복지부, “의료전달체계 단기 개선책 발표...부차적 문제 검토도”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비롯해 개인정보 활용, 의료인 양성 문제 등 추가적 논의가 필요한 영역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경실 과장은 “의료전달체계가 대형병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4일 단기대책을 마련했다”며 “기관 간 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의뢰·회송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보자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밝혔다.
정 과장은 “현재 규제샌드박스·규제자유특구 관련 접수 사안을 보면 정보 활용 특례 허용을 요청하는 내용이 있다”며 “이는 굉장히 민감하게 검증해야 할 부분이다. 환자 개개인의 정보를 동의없이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환자들이 일차의료기관에 방문하는 이유가 질병명, 질병 이유 등을 명확히 몰라 (의원급을 거친 후) 상급종합병원에 가는 체계가 돼야 한다"라며 "현재 일차의료기관의 상당수가 전문의로 구성돼 있다. 배출 의사 중 79%가 전문의 자격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환자를 통합적으로 돌볼 수 있는 교육 양성 체계가 있는지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며 “일차의료기관 인력에 대해 가정의학, 건강관리 등을 교육할 수 있는 양성체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플랫폼 구축 등의 작업이) 일차의료기관에 특화돼야 하는데 오히려 상급종합병원이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차의료기관이) 오히려 소외될 가능성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일차의료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 경제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획상임이사는 “일차의료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며 “동시에 경제적 동인이 의사에게 주어지지 않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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