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마라 외과의사' 엄윤 원장 "의대생들이여, 한국을 떠나 미국·일본 의사 돼라"

[저자와 의대생들의 독서토론] "저수가, CCTV법, 소송 등 갈수록 열악한 의료 환경...의사들이 바꾸기 힘든 현실"

'하지마라 외과의사' 저자 엄윤 원장은 의대생들에게 한국을 떠나라고 조언했다. 사진=줌화면 캡처 
[질문= 메디게이트뉴스 최지민 인턴기자 고려의대 예1, 메디게이트뉴스 황성준 인턴기자 가천의대 예2, 의대생신문 김현 편집장 연세대 원주의대 본1, 의대생신문 김미성 기자 강원대 의전원 본2] [정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하경대 기자, 박민식 기자]  

'하지마라 외과의사'의 저자인 인천 서울항외과의원 엄윤 원장(Antonio Yun)이 국내에서 외과의사를 하려면 '돈', '시간, '가족'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며 의대생들에게 한국을 떠나 미국이나 일본에서 의사가 돼라고 조언했다. 

'하지마라 외과의사'는 말 그대로 외과의사를 절대 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외과의사, 특히 외과 개원의로 살아가는 다양한 고충을 진료실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로 그려냈다. 엄 원장 역시 다시 의대 시절로 돌아간다면 외과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 원장은 지난 9월 학기가 시작된 이후 2시간에 걸쳐 의대생들과 이 같은 내용으로 온라인 독서토론을 진행했다. 질의는 의대생들이 책을 읽은 다음 직접 만들었다.  

"다시 의대 시절로 돌아간다면 외과는 절대 하지 않을 것"  

-‘하지마라 외과의사’는 말 그대로 외과의사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쓴 계기는 무엇인가. 

책을 쓰려고 작정하고 쓴 것은 아니었다. 외과 개원의다 보니 환자가 많지 않았고 시간이 많았다. 남는 시간에 페이스북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의사로서 힘들고 속상한 이야기를 담은 넋두리가 대부분이었다. 느낀 그대로 글을 쓰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줬고 하나씩 더 쓰다 보니 글이 많이 모였다. 주변 사람들이 글을 모아 책으로 한 번 내보라고 권유했다. 내가 쓴 글이 활성화된다는 것이 상당한 매력으로 느껴졌고 책을 내게 됐다.  

-책에 적혀있는 에피소드를 보면 전공의 때 이야기도 있고 개원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도 있다. 어떻게 과거일까지 전부 기억했나. 순간순간 메모했다가 옮겨 적은 것인가.  

이런 질문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특별히 기록은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말했던 것을 토씨 하나하나까지 기억하지는 못한다. 어떤 내용으로, 어떤 뉘앙스로, 어떤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건지를 기억해서 대화체로 옮겼다. 

-외과 중에서도 여러 계열이 나뉘는데 그 중에서 대장항문외과를 특별히 선택한 계기가 있나. 

대장항문외과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외과 전문의가 개원하려면 선택지가 그것밖에 없다. 물론 유방갑상선외과도 가능하지만 개원 당시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개원 위치나 다른 경쟁자가 있는지 봐야 하고 만약 경쟁자가 있다면 그 병원이 잘됐는지를 봐야 한다. 

만약 유방갑상선을 하려면 그 지역 거주자들의 수요가 있는지를 봐야 한다. 맨 처음 개원한 곳이 서울 은평구였다. 유방갑상선에서 흔히 하는 맘모톰 시술을 하면 한 번에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은평구를 포함해 서울시 내에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비급여 시술을 하기가 어렵고, 할 수 있는 것이 보험진료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대장항문으로 개원할 수밖에 없었다. 

-개원은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의사라면 두 개의 직종으로 귀결된다. 교수 또는 개원의다. 아무리 봉직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나이 50세가 넘으면 계속해서 하지 못한다. 누구도 써주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가 나이가 들면 그만큼 눈도 잘 안보이고 체력도 달린다. 하지만 월급은 갈수록 오르기 마련이다. 어느 시점에서 병원장 입장에서는 나이든 의사 1명이 아니라 막 배출된 새내기 의사 2명을 쓰기 마련이다. 

그리고 외과 봉직의로 일하다 보면 일 년에 5일 정도를 빼놓고 매일 콜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멀리 가지도 못한다. 새벽이라도 나가서 수술을 해야 한다. 밤새 수술하고 아침부터 불려나가야 한다. 젊었을 때는 몰라도 외과 봉직의로 일하면 체력이 버티기 힘들다.  

-책을 읽으며 환자들의 무리한 요구에도 통쾌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이런 환자들을 겪으면서 특별히 가지는 마음가짐이나 외과의사가 가져야 할 자세가 있을까. 
 

진상 환자도 환자다. 진상을 부린다고 해서 치료를 기피하는 건 안 된다. 의사로서 해줄 것은 해주되 그 이외에 무리한 부탁이나 요구는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자꾸 환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다보면 호의가 권리인 줄 알게 된다. 사실 진상환자도 처음부터 진상인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엇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에 환자와의 ‘라포’ 형성이 잘 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 한다. 환자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면 라포 형성에 좋다. 일단 환자와 라포 형성이 잘 되면 설령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의사로서 가져야 할 자세라면 당당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의 권위는 자신의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의대생, 전공의 시절로 돌아간다면 다시 외과를 선택할 것인가.

책 제목 그대로다. 다시 전공을 선택하라면 절대 외과는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의료계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진료과가 하나로 뭉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가 이런 부분을 잘 이용해 의료계 내 분열을 조장하고 각종 의료 악법을 쏟아내고 있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선 공론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의사처럼 한 직종에 여러 이익들이 세분화돼 있는 직업은 없다. 이 때문에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기 힘들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어 의료계 내부 갈라치기를 통해 원하는 법안들을 의료계 동의 없이 추진하는 것이다. 결국 대한의사협회 차원으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엄윤 원장과 의대생들과의 온라인 독서토론 진행 장면. 의대생들은 열악한 현실에도 희망을 가질 방법은 없는지를 물었다. 

어려운 외과계의 현실, 저수가에 CCTV설치법에 소송까지  

-외과 수술에 대해서 합리적인 수가를 받지 못하거나, 아동 탈장 수술에 비해 성인 탈장 수술의 수가가 더 낮은 등 수가 모순이 지속되고 있다.하지만 정부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구조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할까.   

건강보험 정책을 심의, 의결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24명의 위원들이 있다. 이 중 가입자 8명, 공급자 8명, 공익대표 8명이 포함된다. 공급자 8명 중에서 의협 위원이 2명, 병협 위원이 1명밖에 없다. 수가인상률은 매년 2~3%에 불과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수 없다. 전 국민은 5100만명이지만, 의사는 14만명에 불과한 현실로 인해 이런 기형적인 수가 구조를 고치기 힘들다. 
 
더욱이 국내 외과계는 암담해서 미래가 보이지 않고 해결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우리나라에서 힘든 수술에 대한 가치를 알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예를 들어 미국은 흉부외과에 대한 예우가 좋아 가장 인기 있는 과로 불리지만 우리나라에선 정반대다. 우리나라는 외과를 돈을 못 버는 애물단지로 취급한다. 암 등 큰 수술을 할 때 비용의 95% 가량을 국가가 지원하고 환자는 5%만 내면 된다. 그런데 비용의 대부분을 나라가 지원하고 미국과 똑같은 시설과 기술,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돈이 필요한데 건강보험료를 잘 올리진 않는다. 대신 의사들에게 저수가를 강요한다. 수술 원가에 60%밖에 안 되는 수가를 책정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최근 CCTV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이 법이 외과계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분명 악영향을 줄 것이다. 외과는 매년 모집정원의 60% 정도가 충원된다. 사실 이렇게 들어오는 사람들도 제정신은 아니다. 외과는 돈이 안 되고 취직도 안 되는데도 하겠다고 꾸역꾸역 들어오는 사람들은 정말 사람을 살리고 싶단 사명감 갖고 오는 것이다. 이제는 그런 사람들마저 없어지게 생겼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가뜩이나 돈도 못 버는 과를 누가 하려 하겠나. 외과의사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해온 건데 돈도 못 벌고 감시까지 받고 걸핏하면 소송까지 당할 수 있다. 요즘은 한 번 소송에 걸리면 억대를 물어내야 한다.

이제 내년부터는 외과 지원자가 더 크게 줄어들 것이다.

-외과계열에서 가벼운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조차 일반병원보다 대학병원에 주로 가는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아울러 외과 개원의들의 생존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거나 또는 각자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는 가뜩이나 힘든 외과 개원가를 더 궁지로 몰고 있는 원인이다. 맹장염이나 치질수술을 할 때도 우리나라에선 대학병원으로 가려고 한다. 그러나 오히려 교수들은 치질수술을 잘 할 줄 모른다. 우리나라는 3차병원의 문턱이 너무 낮아 의료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탈장, 복강경 담낭절제술 등 간단한 수술은 개원가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병원은 중증질환에 치중할 수 있도록 경증 환자는 본인부담금 비중을 늘려야 한다. 

위암 등 암환자는 지금처럼 5% 본인부담비율을 유지하며 대학병원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원가에서 수술 가능한 질환으로 대학병원을 가려면 100% 본인 부담금이 발생하도록 해야 한다. 

-외과는 수련기간이 정말 중요하다. 수련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펠로우를 해야만 하는 등 수련 기간이 더 길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고 있다. 전공의 법을 철저히 지키면서 술기를 배우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외과 수련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줄고 전공의법이 시행되면서 제대로 된 양질의 외과 수련이 어려워진 점도 문제다. 물론 시대적 흐름이나 전공의 인권 등을 고려해 전공의법이 꼭 필요한 법안인 것은 맞지만 현장에선 이로 인해 또 다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예전엔 100일 당직이라는 것이 있었다. 1년차가 되면 100일 동안 병원 밖을 못나갈 정도로 업무가 많았다. 이 때문에 오히려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3년차가 되면 위암과 대장암은 기본 4년차가 되면 간 절제도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공의들의 수술기회 조차 많이 없고 3년차에도 배를 열 수 없는 전공의도 많다고 들었다. 여기에 수술실 CCTV 문제까지 겹치며 앞으로 수술 기회는 더 줄어들 것이다.  스스로가 배운 것이 부족하니 대학에서 펠로우로 남게 되고 점점 전문화된 자기파트만 맡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꾸 값싼 계약직 임상강사, 임상조교수만 늘어나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잘리는 경우도 많다. 몸이 힘들어도 더 배우려고 하는 전공의들도 아예 전산 입력자체가 안 되다보니 기회조차 없는 실정이다. 해결 방안이 없다. 

-국민들에게 올바른 의료정책을 펼치려 하더라도 의사는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기득권층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다. 이러한 인식이 바뀌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불가능하다. 힘든 일을 하는 만큼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한데 논리보다 감성적인 부분에 치우친 사람들이 많다. 의사들은 과학을 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논리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논리를 내세워 주장한다고 해도 설득할 수가 없다. 결국 앞에서 말했듯이 환자 개개인과의 라포를 형성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비가 내릴 때 우산을 받쳐주는 것 보다 같이 비를 맞아주는 것이 진짜 친구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논리적인 이야기를 해봤자 통하지 않는다. 
 

의대생들이여, 한국을 떠나거나 의료산업으로 진출하라 
 
-책 제목이 ‘하지마라 외과의사’다. 그럼에도 외과를 꿈꾸는 의대생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린다.
 

외과를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과를 하고 싶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하지마라. 외과는 해야겠고, 외국도 나가기 싫다면 나머지를 다 포기하면 된다. 분과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돈, 시간, 가족을 포기하면 국내에서 외과해도 된다. 포기하면 마음은 편해질 것이다. 자부심, 사명감은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집에 돈이 많으면 더 좋겠다.

-지난해 파업도 큰 소득이 없이 끝나고 의사들이 정부 또는 국회에 목소리를 내기가 힘든 상황이다. 의대생 때부터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활동을 하면 의사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얘기하면 의대생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지난해 파업 때 학생들이 유급을 각오하고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결국은 의료계가 갈라치기 되며 단합에 실패했고,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이 합의안에 도장을 찍으며 망쳐 놨다. 정부는 앞으로도 갈라치기를 계속 활용할거다. 가뜩이나 뭉치지 않는 의사들, 의대생들이 이런 상황을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파업과 같은 활동이 가치가 없단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봤자 상처만 입는다. 차라리 각자 살아남을 방법을 빨리 터득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현실이 녹록지 않은 것 같다. 희망적인 이야기는 없나.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USMLE(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나 JMLE(Japan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를 준비해라. 여러분은 아직 젊고 기회가 많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충분하다. 전공의 때 준비해서 간 사람도 있고, 전문의를 취득한 후 USMLE를 준비해서 미국으로 가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요즘엔 인터넷도 발달해서 어렵지 않고, 여러분은 우리 때보다 훨씬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대학교 입시 배치표를 보면 상위권은 전부 의과대학이다. 외과든 내과든 상관없이 해외로 가라. 

단, 성형외과는 우리나라에 남아야 한다. 미국에 가서 배울 것이 없다. 우리나라 성형외과 의사들이 전 세계에서 배우는 미용성형 교과서를 쓴다. 워낙 케이스가 많아 교과서를 쓸 정도로 실력이 좋다. 성형외과를 하고 싶다면 우리나라에 남아야 하고 나머지는 전부 미국으로 가라. 그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USMLE에 합격하면 이민 가기도 훨씬 편하다. 

그렇다고 지금하고 있는 공부를 내팽개치고 그걸 준비하라는 건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도 하면서 틈틈이 준비하면 된다. 의사의 가치를 알아주고 제대로 대우해주는 곳에서 꿈을 펼쳐라. 우리나라 의대생들처럼 공부하면 거기서도 최상위권이 될 수 있다. 그게 가장 희망적인 얘기가 될 거다. 우리나라에 남으면 절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나중에 나처럼 50대가 돼서 '하지마라 내과의사', '하지마라 신경외과의사' 이런 책 쓰지 말고 외국으로 가라.

-우리나라 외에 외과의사로 일하기 괜찮은 나라들을 추천해달라.
 

외국으로 나간다고 하면 보통 우리와 비슷한 선진국들을 고려할 것이다. 미국처럼 완전 자유시장 경제에 기반한 나라, 영국과 같은 사회주의 의료제도에 기반한 나라,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 등이 있겠다. 가장 좋은 건 물론 미국이다. 하지만 미국도 인종차별, 이민의 어려움 등 나름의 애로사항이 있다. 사회주의 의료제도를 가진 영연방 국가들도 나쁘지 않다. 거기선 모든 의사들이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가보건서비스) 체제의 공무원이다. 정해진 시간만 근무하고 정부에서 적은 월급을 받는다. 대신 남는 시간에 NHS에 속하지 않은 의료기관들에서 일하며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공무원으로서 신분도 보장되면서 금전적 이득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낫다. 물론 외과계와 같은 보험과에 한정된 이야기다. 반대로 본인이나 본인 가족이 환자가 되면 영연방 국가들의 의료제도는 정말 답답할 것이다. 

일본은 우리와 시스템이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가진 의사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사람 생명을 살리는 외과계열에 대한 인식이 좋다고 하니 일본도 꽤 좋은 선택이다.

-외국으로 가는 것 외에 의대생들이 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

의학지식을 가진 상태에서 의사를 하지 않고 IT나 기기 쪽으로 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공학에 관심이 있다면 의공학을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의료에 대한 지식은 다른 과에서는 얻을 수가 없다. 예를 들어 공대를 다니면서 의대 공부를 좀 해서 기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에 의대생들은 기본적 의료지식 가진 상태에서 컴퓨터나 공학 쪽을 같이 할 수 있다. 꼭 환자를 직접 보고 수술을 하는 것만이 의사가 해야될 일은 아니다.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시스템, 기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굉장한 일이다. 오히려 더 많은 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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