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정책과 더불어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진자가 국내에서도 나오면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졌다. 특히 연이어 사상 최대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위중증 환자 수도 연일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중증 환자 증가로 중환자 진료체계가 한계에 다달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병상과 함께 인력 등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부족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사회적합의가 필요하다고 상황이다.
중환자 진료 어려움 현실화, 병상‧인력 모두 부족…비코로나 진료 공백도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242명으로 사망자는 47명 늘었다. 특히 서울 2262명, 경기 1490명, 인천 354명으로 수도권에서만 전체 확진자의 78.3%가 나와 수도권 확진세가 뚜렷한 상황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부분은 대폭 늘어나는 위중증 환자 수를 국내 의료체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날 기준으로 현재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2일 오전 0시 736명에 이어 3일 736명으로 연일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11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위중증 환자는 300명대에 머물렀지만 불과 한 달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현재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79.1%로 1154개 보유병상 중 입원 가능 병상은 241개에 불과하다.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수도권만 따로 보면 병상 가동률이 90%에 육박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실제 의료현장의 어려움도 현실화되고 있다. 병상은 있는데 중환자 의료인력이 부족해 환자를 받지 못하는 병원이 속출하는가 하면 코로나 환자에 집중하다 보니 비코로나 중환자 진료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중환자의학과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차기 회장)는 "현재 중환자만 볼 수 있는 인력은 매우 제한적이고 갑자기 인력을 확충하기도 어렵다. 코로나 중환자에 인력이 투입되게 되면 일반 환자를 볼 수 있는 진료 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간호인력의 경우 비코로나에 비해 2배 가량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서울병원도 코로나 중환자를 보기 위해 순차적으로 일반 중환자 병동을 폐쇄하고 있다"고 어려운 의료 현장의 현실을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홍석경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현재 정부에서 발표하는 가용 병상 수보다 현장의 현실은 더 냉혹하다. 병상은 있지만 인력이 없어 환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정부가 발표하는 병상 수는 허수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병상동원령을 내려 허가 병상의 1.5%를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마련했고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들은 비코로나 중환자 병상을 10% 이상 축소해야 했다. 그러나 향후 지금과 같은 추세로 코로나 위중증 환자가 발생한다면 허가 병상의 3%를 추가 동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비코로나 중환자 병상의 30% 이상 축소운영이 불가피하다.
홍석경 교수는 "병상의 3%까지 동원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지면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원내 정규수술 축소와 외과 중환자 수술 축소가 더욱 본격화된다. 이미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진 수술 축소로 인한 부작용 등 통계가 없지만 현장에선 적절히 치료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 VS 비코로나 진료 우선순위 정해야…강화된 중환자 입실 기준 필요
전문가들은 중환자 진료 인프라가 전혀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위드코로나 정책을 실시한 정부의 정책을 질타했다. 특히 대책을 위해 중환자 입·퇴실 기준 자체를 다시 설정해 회복가능성이 낮은 환자에 대해선 중환자실 입원을 제한하자는 게 이들의 견해다. 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회복가능성이 낮은 환자인데도 불구 중환자 병상을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20% 가량이다.
서지영 교수는 "현재 상황을 보면 11월 1일에 위드코로나를 발표한 정부 정책은 섣불렀던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 환자가 많이 발생하면 안 되는 구조다. 의료자원 자체가 없으니 타 국가에 비해 환자 수는 많지 않아도 중환자 진료 역량은 한계 수준"이라며 "의료 자원의 배분이 중요한 때다. 코로나 중환자가 비코로나 중환자보다 우선순위가 높은지, 현재 중환자 입실 기준이 괜찮은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말기장기부전 환자나 사망률이 90% 이상인 중증외상·화상 환자, 심각한 뇌기능장애, 말기암 환자, 예측생존율이 20% 미만인 환자 등 국제적으로 회복가능성이 지극히 낮을 것으로 합의된 환자들의 중환자실 입실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해당 환자군은 평소에도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다고 볼 수 없는 환자군"이라고 설명했다.
중환자의학회 권고사항에 따르면 예를 들어 1개의 장기부전 증상을 보이고 예측 생존율이 80% 이상일 경우 치료 우선순위가 가장 높지만 말기장기부전 혹은 심각한 뇌기능 장애, 말기암 등 예측 사망률이 90% 이상일 경우는 치료 우선순위가 4순위로 떨어지게 된다. 유럽과 미국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국가에선 이미 치료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관련 권고사항을 만들어 중환자 진료에 있어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입실 기준을 엄격히 제한한다고 해도 퇴실 기준 완화를 위해선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메르스(MERS) 때의 경험 병원 내 감염관리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감염환자의 경우 조금의 감염 위험만 있더라도 일반 병실로 옮기기를 꺼리는 병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0.001%의 병원 내 감염 위험성이 있다면 병원 측은 웬만해선 코로나19 환자를 일반 환자와 섞고 싶지 않아 한다. 한번 원내 감염이 시작되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 중환자를 일반 중환자실로 옮긴다고 해도 일반 환자들에 비해서 더 많은 자원이 투여되는 것은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의료자원 자체가 부족한 나라에선 입실 과정에서부터 우선순위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환자 전담의 키우고 부족한 권역간 이송시스템 점검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중환자의학에 대한 정부 차원의 투자가 대폭 늘어나야 한다고 제언한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중환자의학에 대한 의료 정책적 고려가 매우 부족한 시스템이었다"며 "우선 중환자를 격리할 수 있는 1인용 중환자실 개념도 부족하고 간호사가 2명 이상의 환자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일본 등에 비해서도 의료인력 지원이 매우 저조하다. 평소에 중환자의학에 대한 고려가 없었으니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력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환자 의료인력은 급작스럽게 늘리기 어렵다. 즉 장기적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며 "중환자의학에 대한 정책적 우선순위를 높이고 다양한 지원을 통해 중환자 전담의를 키우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상 당 간격을 줄여 추가 병상을 확보하겠다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어불성설이라고 봤다. 홍 교수는 "중환자 진료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서 나오는 얘기다. 중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인데 병상 간격이 줄어들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며 "병상 수보다 더 문제는 일반 환자에 비해 10배 이상 소요되는 의료자원의 부족화 인력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중환자 이송시스템의 부족도 지적됐다. 홍 교수는 "비수도권의 인력 자원이 수도권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은 사실이다. 현재 수도권 만큼 비수도권에서 환자가 대폭 발생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우려되는 부분은 중환자 이송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라며 "권역과 권역을 넘어 중환자가 발생했을 때 제때 환자를 배정하고 이송하는 시스템 자체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수단은 서울시와 서울대병원의 SMICU 이외엔 찾아보기 힘들다"며 "향후 확진자가 더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권역간 중환자 이동을 포함해 병원과 생활치료센터, 병원과 재택치료 등을 이을 수 있는 이송체계 확대도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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