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9개월째, 간호사에 전공의 업무 떠넘기는 수련병원…"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제대로 된 교육 없이 업무 투입된 PA 간호사, 비 의료인들도 의료 업무 수행…전공의 복귀 기약 없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전공의들의 이탈로 의료 공백이 9월째 이어지면서 병원들이 전공의 업무를 제대로 된 교육 없이 간호사에게 전가하면서 병동 간호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전공의 복귀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태로 내년에도 전문의 배출이 묘연하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련병원들이 간호사들에게 전공의 업무를 전가하면서 병동 간호사 업무 과중이 심각하다.

서울대병원 간호사 A씨는 "예전에도 의사 수 부족으로 의사에게 오더 및 다른 수행을 부탁하면 함흥차사였다. 병동에서 기다릴 여유도 없었지만 이젠 기다릴 의사도 없다"며 "병동 간호사들은 없는 의사 공백을 서로 메꾸거나 이제는 전담, 전문 간호사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병동에는 의사 집단행동 이후 환자 수는 줄었지만 중환만 남으면서 간호사들은 업무중증도는 과중되고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PA간호사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

A씨는 "의사 집단행동 이후 전공의가 없어 폐쇄된 병동의 간호사들도 언제 우리 병동이 오픈할지 장담할 수 없고 다른 병동으로 일용직처럼 팔려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부서에 지원한다"며 "그 일이 어떤 일인지, 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병동의 중환자를 보기 힘들어 일단 PA 관련 공고가 나오면 지원하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학병원 간호사 B씨는 "수박 겉핥기 식의 교육을 받은 뒤 바로 PA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그로 인한 부담감과 불안감이 심각하다.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매일이 불안하다"며 "내가 아는 환자가 오길 바라며 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B씨는 "전공의 업무 중 대다수가 간호사에게 넘어오면서 다른 직종들에게도 전공의 업무의 많은 부분이 이관되고 있다. 비 의료진이 환자 모니터링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중증도는 높아지는데 병원의 시스템은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힘든 것은 교수들도 당직을 서며 소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복귀는 기약이 없어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라며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과 과도한 업무량 속에 주변 동료들 중 사직을 고려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겉으로 문제가 터져나오지 않다뿐이지 현장은 아수라장"이라며 "올해는 교수들과 일부 PA가 과부하 상태로 버티고 있지만 내년에도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고 전문의 배출이 수년째 멈추게 되면 그게 바로 의료 붕괴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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