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비율을 맞추지 못한 이유는 각 과별로 상이하다. 우선 성형외과학회는 전공의 배정을 조율하는 주된 이유인 지역필수의료 개선과 성형외과가 크게 연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즉 성형외과 전공의 정원을 조정한다고 해서 지역의료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성형외과 수요 자체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정원 조정이 상대적으로 덜 이뤄진 이유 중 하나다.
같은 맥락에서 학회 측은 수도권 60%선도 많이 전공의 정원을 줄였다는 입장이다. 기존에 수도권 배정 비율이 65%에 육박했었기 때문에 이를 60%대(44명)로 줄이고 비수도권 비율을 39.7%로 맞춘 것만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대한성형외과학회 권성택 회장은 "전공의 지역 배분 문제가 과별로 민감도가 매우 다르다. 성형외과는 지금까지 한번도 전공의 정원 배분 문제로 수도권과 지방병원들이 갈등을 빚어본 일이 없다"며 "지역필수의료 개선이라는 취지와도 우리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일정 부분 수도권 비율이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외과계는 이번 정원 조정이 수도권 외과진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절박한 입장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율이 60.2대 39.8로 다른 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도권 비율이 높지만, 외과계는 여기서 수도권 비중을 더 줄이면 대규모 의료 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60% 비율이 현재 수도권 수련병원이 돌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는 것이다.
외과가 수도권 비중을 줄이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올해 외과 전공의 정원이 10% 감축됐기 때문이다. 전체 정원도 감소된 데다, 수도권 정원 비율까지 줄이다 보니 사실상 운영이 불가한 병원이 발생했다는 게 학회 측 설명이다.
실제로 수도권 중 가장 외과 정원이 많은 빅5병원 안에서도 서울성모병원을 제외하고 모든 곳에서 외과 정원을 줄였다.
대한외과학회 최동호 수련이사는 "전체 정원이 감소되다 보니 정원이 넉넉했던 병원들도 정원이 부족해해졌다. 정원 감축을 지방에서 할 순 없으니 수도권에서 대부분 빠졌다"며 "큰 병원도 힘들지만 더 우려가 큰 곳은 애매한 규모의 수련병원들이다. 이들 중엔 정원이 50% 빠지는 곳도 허다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현 상황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율을 산술적으로 맞추면 확실히 수도권 인원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소한의 전공의도 못뽑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 위한 조치였다. 내년에 또 정원 비율이 조율될 것으로 아는데 합의점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심장혈관흉부외과는 별도 정원을 통해 전공의 정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한 사례다. 흉부외과는 기본정원이 수도권 58.3%(28명), 비수도권 41.7%(20명)로 수도권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별도정원 15명 중 73%가 비수도권에 배정되면서 수도권 비중은 50.7%로 줄어들고 비수도권 비율이 49.2%(31명)으로 높아졌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정의석 기획홍보위원장은 "흉부외과 자체가 수도권과 지방의 전공의 배정 문제에 그리 민감하지 않은 과"라며 "흉부외과는 지원자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탄력 정원을 조절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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