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전담전문의 1명이라도 있으면 병원 사망률 23.7%↓…“전담의 대폭 늘리자”

중환자의학회·서정숙 의원 토론회, 코로나19 계기로 중환자 전문 인력 부족 수면위…심평원도 인력 확충 공감대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1일 오후 '필수의료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를 주관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중환자전담전문의를 대거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환자 진료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특히 코로나19 등 신종감염병 발생으로 중환자의료체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1일 오후 '필수의료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를 주관했다.
 
코로나19 계기로 중환자 의료인력 부족 대두…수술 지연 등 피해
 
이날 중환자의학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은 국내 중환자의료체계가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인력체계 개선부터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같은 논의가 구체화된 것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부터다. 실제로 우리나라 중환자 병상은 양적으로 부족하진 않지만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전환력이 낮았다. 또한 코로나19 환자의 중증도가 아닌 선착순으로 중환자 병상이 임의 배정되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
 
기존 중환자실의 많은 부분이 다인실 구조로 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구역(unit) 단위로 확보함에 따라 비코로나 환자의 중환자실 입원과 필요한 수술이 지연되는 등 부수적 피해가 발생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김영삼 교수.

특히 중환자실 전문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중환자실 전문인력의 코로나19 환자 치료 투입으로 인해 중환자케어 인력 부족 심화와 업무 과부화가 심각했다.
 
실제 코로나19 기간 동안 중환자실 이용량은 크게 감소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 월별 중환자실 이용 건수를 살펴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평균 중환자실 이용에 비해 전체적으로 최대 9.1% 중환자실 이용이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에선 3.5%, 종합병원에선 12.6%까지 중환자실 이용이 감소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김영삼 교수는 "중환자실 이용 감소 시기와 초과사망 발생 기간이 상관성을 보여 중환자실 이용에 대한 접근성 감소로 인해 초과사망이 발생했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홍석경 교수도 "인구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중환자실 이용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따. 2008년 21만9000건에 비해 2018년 31만800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신종 감염병 발생으로 중환자의료체계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환자실 의료인력 확충 위한 수가체계 필요
 
이에 감염병 대응 전문 활동에 대한 적절한 수가보상체계를 마련하고 중환자실 인력 및 시설 기준 강화 기준을 통해 중환자전담전문의 확충을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행위별수가제가 주를 이루는 국내 의료보험 제도 하에 필수의료영역인 중환자의료의 질을 결정하는 인력, 시설, 장비 등 인프라엔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제기다.
 
김영삼 교수는 "2019년 중환자전담 전문의가 있는 중환자실은 전체 중환자실의 60% 수준"이라며 "코로나19 유행 시기 거점병원의 중환자실은 중환자 치료 경험이 없는 전문의가 배치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2021년 12월 코로나19 중환자 279명을 담당한 일일 간호인력은 1167명으로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인 중환자 1인당 필요 간호사 수 기준 대비 낮다"며 "더욱이 2020년 한해 중환자실 간호인력 1만3902명 중 2587명인 18.6%가 사직하고 5.9%가 휴직했다"고 설명했다.
 
홍석경 교수는 "필수의료 영역인 중환자의료체계도 행위별수가 체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중환자 의료인프라를 구축하고 확충하는데 집중해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며 "이를위해 보건복지부 병원 의료질 평가 지원금에 병상 규모 대비 중환자전담전문의 확충 비율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안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홍석경 교수.


중환자전담전문의 1명이라도 있다면 병원 사망률 크게 줄어
 
실제로 전문의료진 주도의 근거 중심 표준화 치료는 중환자실 사망률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관련 연구에 따르면 중환자전담의가 없을 때 병원과 중환자실 사망률은 41.6%, 35.8%로 나타나지만 중환자전담의가 있을 땐 각각 17.9%, 14.1%로 대폭 감소한다.
 
2019년 3차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를 봐도 병원 내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전문인력 유무다.
 
전체 중환자실의 간호등급을 1등급으로 향상시키면 전체 병원의 병원 내 사망은 6.13%, 중환자실 사망은 7.14% 감소했다. 또한 전담전문의 배치 여부는 병원 내 사망 1.15%, 중환자실 사망을 1.88%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조중범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2019년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체 287개 의료기관 중 전담전문의가 1명이라도 있는 기관은 134개 기관으로 46.7%에 불과하다"며 "이는 2차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와 비교해도 21개 기관만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1인당 환자수는 22.2명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67개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1인당 평균 환자수는 10.1명으로 영국은 8.5명, 미국은 14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건가보험심사평가원도 중환자전담전문의 등 중환자 인력 확충에 공감했다.
 
심평원 이진용 심사평가연구소장은 "불확실한 감염병의 시대에 살아가는 현재, 중환자실의 시설 인력 등의 개선 문제는 필수의료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따라서 중환자 입원실은 1인실에 음압이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 상종 중환자 병상을 100% 1인실로 개조할 경우 최대 7300억 원에서 8500억 원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추계했다.
 
이 소장은 "모든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가 1명 이상은 꼭 있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의료법 기준으로 '둘 수 있다'의 기준을 '둬야 한다'로 바꿔야 한다"며 "중환자 간호인력도 현재 1등급 기준 1:2.4를 미국 캘리포니아 기준인 1:1이나 1:2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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