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행동 후 1년…고립된 의대생들, 비관적인 시각보다 도전정신이 필요할 때

[의대생 인턴기자의 생각] "끊임없이 사회 문제에 관심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유진 인턴기자 순천향의대 본2] 지난해 여름,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는 의사파업이 일어났다. 의학과 학회장을 맡고 있던 나도 이에 동참해 시위를 하고 휴학계를 냈다. 파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우리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그리고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나름대로 모여 대안을 강구하고 파업을 진행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안 그래도 여론으로부터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는 와중에 내부에서조차 통일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파업 후 1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과거에 틀렸던 수학 문제를 지금은 맞출 수 있어야 하듯이 우리는 과거에 실수했던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졌을까.
 
파업 부진에 대해 꼭 나오는 이야기 중 한가지는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공의대 설립이 초래할 결과,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제도에 내포된 의미에 대해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언론에 비춰진 우리의 모습은 그저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 도모하는 ‘이기적인 집단’일 뿐이었다.
 
하루하루 수업을 배우며 따라가기도 벅찬 의대생에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의대생은 다른 대학생들에 비해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많다. 타과에 비해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대외활동이나 동아리, 봉사활동의 기회가 현저히 적음에도 94%의 국가고시 합격률과 의사라는 직업의 보장성 때문에 경험의 부족함에 대해 느끼지도, 채우려고 하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것이 의사 사회를 더욱 더 고립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논의는 아직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19 확산 추세로 그 기세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오히려 이 틈을 타 논의가 더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공의대 설립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표명했다. 지난 1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 19 상황과 충돌하는 현안이라 공공의대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현재 지방은 산부인과가 없어지고 있어 출산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공공의료 체계 확립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사 반대한 경기도 내 공공의료원의 수술실 CCTV 설치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대 설립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9~13일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선거가 진행됐다. 아무리 좋은 선장이 있다 하더라도 선원들이 잘 따라주지 않으면 그 배는 난항을 겪기 마련이다. 좋은 지도자가 뽑힌다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어차피 우린 안돼’라는 비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보다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할 때다.
 
파업이 성공했든, 실패했든 이미 지나간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파업 후 변화된 우리의 모습이다. 파업이 끝나갈 때쯤, 우리는 우리의 자리로 돌아가기 급급했고 밀린 학업에 파묻혀 공부하기 바빴다. 우리는 ‘사회’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기 위해 도전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답답하고 억울해도 자신이 무언가 하지 않으면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소통해야한다. 책이든, 정책이든, 법이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동원해서 우리의 상황을 알리고 납득시켜야 한다. 우리가 돌보는 환자를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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