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급도 양극화 우려…환자 CT·MRI 검사하려면 150병상 이상 개원하거나 병원급으로만 전원시켜야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96화. 소규모 의료기관 CT·MRI 검사 공동병상활용제도 폐지 

요즘 많은 분야의 진료에서 CT와 MRI 검사는 필수로 인식된다. 이학적 검사를 믿고 CT를 제때 찍지 않았다가 의료 소송에 휘말리는 일도 적지 않은 데다 CT·MRI 기기가 널리 대중화된 만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2000년 CT·MRI 공급의 무분별한 증가를 막기 위해 200병상 이상의 병원급만 설치, 운용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걸었다. 하지만 의원과 소규모 병원에서도 영상장비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근처의 병원들을 모아 200병상을 만들면 영상 기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동병상운영제도를 만들어 시행했다.

그런데 이런 병상 모으기를 두고 병원들끼리 여유 병상을 음성적으로 거래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한 ‘문재인 케어’에 맞춰 특수 영상장비의 수요까지 폭증하자 정부는 황급히 이 제도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보건의료발전협의체 제25차 회의에서 특수의료장비 개정안이 논의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의 200병상 이상이던 규정을 CT는 100병상 이상, MRI는 150병상 이상으로 완화하는 대신 공동병상활용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제 의원과 소규모 병원에서 CT·MRI를 운영할 방법이 없어진다. 즉, 영상검사가 필요한 환자는 반드시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전원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시대는 발전하고 영상검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비의 운영을 병원급에만 맡긴다는 건 결국 환자들의 상급·대형 의료기관 쏠림 현상만 가중시킬 것이 자명하다.

150병상 이상의 병원급을 개원하는 데는 최소 30억원에서 100억원대 이상의 자본이 필요하다. 이제 CT·MRI를 이용해 진료를 볼 수 있는 의사는 그런 자본을 보유하고 투자할 수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 

수요에만 양극화가 있는 것이 아니다. 공급에도 양극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어설프고 성급한 아마추어적인 선심성 정치 실책들이 우리를 더 큰 미궁으로 몰아넣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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