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집행부의 거짓해명, 12월 4일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원격의료 우려 인지했지만 대응안해"

"산하단체 의견조회 위해 시도의사회에 설명 예정이었으나, 14일 회의 설명 없었던 것 확인"

의협 "쌍방향 소통 법률자문 예정…시범사업 철회 등 대의원회 수임사항이지만 집행부에 위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이달 4일 상임이사회에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의 비대면 모니터링이 쌍방향 소통 상담 방식으로 개선될 예정이라 원격의료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협 집행부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설명하고 산하단체 의견조회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14일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 이를 설명하지 않고 추가적인 이렇다할 대응도 보이지 않았다.  

의협 집행부는 당시 상임이사회에서 "올해 4월 제71차 정기대의원총회 수임사항으로 만관제 시범사업 철회 및 원격진료 거부 내용이 있었다. 이를 분명히 상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러다가 본지의 "의협 집행부, 만성질환관리 찬성하다가 사실상 원격진료 허용…전화·메신저 상담 1회당 4230원" 기사가 나가자, 의협 집행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비대면 모니터링이 쌍방향 소통방식으로 전환하는 만관제 시범사업 개정안은 원격의료 소지가 있어 분명한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로 했고 법률자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집행부에 만관제 시범사업 철회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집행부에 위임했다"고 밝혔다. 

의협 집행부, 쌍방향 소통 방식의 만관제 시범사업 개정 인지한 상태 
 
자료=의협 12월 4일 상임이사회 회의결과를 11일에 공개한 회의자료.  

21일 본지가 입수한 의협 상임이사회 자료에 따르면 의협 집행부는 지난 12월 4일 제79차 상임이사회에서 만관제 시범사업에 전화, 메신저, 문자 등을 통한 쌍방향 소통 방식을 담은 환자관리료 개정안을 토의자료로 올렸다. 
 
의협 집행부는 해당 자료에서 “환자 관리(비대면 모니터링)의 일환으로 사용되는 문자 발송을 실질적 상호소통의 외형을 가지는 방식(전화 또는 쌍방향 메시지 등)으로 하도록 해 사실상 진료에 해당하고 원격의료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제71차 정기대의원총회 수임사항 중 만성질환 관리제 시범사업 철회 및 원격의료 거부 명문화 제안이 있는 바 원격의료 저촉사항에 대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 만관제 시범사업 개선방안에 대한 협회 입장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최대집 회장은 상임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회의한 결과를 12월 11일자로 정리한 제80차 의협 상임이사회 자료에도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의협은 자료에서 “보건복지부는 현재 진행중인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의 개선의 일환으로 4개의 분과를 산하에 두고 추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사업 모형 분과위원회 및 실행위원회 회의에서 비대면 모니터링 과정에서 쌍방향 소통 메신저 등 실제 원격의료로 볼수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는 환자관리료 개선방안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의료계가 이제는 원격의료에 대해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해당 의료행위의 수가가 현실적으로 책정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제71차 정기대의원총회 수임사항 중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철회 및 원격진료 거부 명문화 제안 내용을 상기해야 한다는 의견 등도 개진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협은 당시 “이번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조회를 실시하기 이전에 시도의사회장 회의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회의시 소관이사가 참여해 세부 설명 후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4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 만관제와 관련한 의협의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당시 회의에 만관제와 관련한 의협 주무이사가 참석하지 않았다. 만관제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시도의사회장은 "최근 몇달간 시도의사회에 만관제와 관련한 안건은 올라온 적이 없다"라며 "이날 회의는 12월 29일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이 상정되는 의협 임시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최 회장과 시도의사회장단이 특별히 할 말이 없어 일찍 끝났다"고 했다. 

"만관제 시범사업 철회가 수임사항이라더니, 검토 여부는 집행부에 위임했다"

심지어 의협 집행부는 '만관제 시범사업 철회 및 원격의료 저지는 의협 대의원총회 수임사항'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회의자료에 여러 차례 언급하고 강조해왔다. 

4월 22일 제71차 정기대의원총회 제1토의 안건 분과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울산 김양국 대의원은 만성질환자의 3개월 이상 장기 처방 금지를 제안하고 충북 안광무 대의원과 서울 정해익 대의원은 정부 시범사업의 행정업무 간소화를 제안했다. 경남 최은석 대의원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확대 반대 및 정부의 커뮤니티케어 추진 문제 지적, 의정협상 논의 중지 등을 요청했다. 

대구 안원일 대의원, 울산 김양국 대의원, 경기 홍대용 대의원, 경기 윤왕준 대의원 등은 만관제 시범사업에서 시간과 복잡한 행정절차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참여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강원 이규남 대의원과 부산 하서홍 대의원은 정부 시범사업 참여 필요성을 설명하고 어려운 일차의료기관 환경이 개설될 수 있도록 개선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추후에 해당 안건은 다른 안건들과 병합심의를 통해 집행부에 위임 의결돼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협 의무이사는 “정부의 일차의료 만관제 시범사업 단계적 추진 계획 및 제안한 안건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 향후 의협 의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에서 시도의사회장단의 시범사업 참여 거부 권고사항을 논의해 결정해 나갈 것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자료=제71차 정기대의원총회 수임사항 현황-의협 의무이사 

의협은 6월 19일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의 상임이사별 수임사항을 정리한 자료에서도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철회 및 원격진료 거부 명문화 제안, 만성질환 관리제 시범사업 확대 반대' 등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의협은 대의원총회부터 11월 말까지 산하단체에 6차례 공문을 보내 만관제 시범사업 참여를 독려한 정황이 있었고, 나머지는 이렇다할 별다른 대응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의협은 해명자료에서 “당시 대의원총회에서 시범사업 철회의 결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의원회가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시범사업 철회 여부도 검토할 것을 집행부에 위임했다”라며 “의협은 회원 이익과 국민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시범사업에 대한 대응방향을 결정한 것이었으며, 이를 두고 찬성·반대와 같은 이분법적 판단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대의원은 "대의원총회에서 만관제 찬반논의가 있었지만 집행부에 위임했다. 시범사업 철회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른 대의원은 "의협이 만관제 시범사업 철회 및 원격진료 거부를 대의원회 수임사항이라고 인정해왔다. 의협이 만관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수임사항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데다 사실상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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