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첫 영리병원 조건부 승인…내국인 진료 금지·외국인만 대상

원희룡 지사 "지역경제 활성화·외교문제 비화 우려…국내 의료체계 영향 없어"

▲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제주도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5일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조건부로 승인했다.
 
원 지사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다”고 밝혔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한정했으며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으므로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뤼디그룹이 100% 투자해 올해 8월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8223m² 규모로 건물을 완공했다. 이 병원은 부지매입비, 건축비, 시설비, 인건비 등 778억원을 투자했다.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등 의사 9명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간호사 28명, 국제의료 코디네이터 18명 등 전체 직원 134명을 채용했다. 

이날 제주도가 영리병원을 허가한 이유는 국가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감소세로 돌아선 관광산업의 재도약, 그리고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외국의료기관과 관련해 그동안 우려가 제기돼 온 공공의료체계의 근간을 최대한 유지, 보존하려는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투자된 중국자본에 대한 손실 문제로 한.중 외교문제 비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제주는 정부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국제자유도시인 결과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신뢰도 추락에 따른 국가신인도 저하 우려도 있었다.

이밖에도 사업자 손실에 대한 민사소송 등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 현재 병원에 채용돼 있는 직원 134명의 고용 문제, 토지의 목적외 사용에 따른 토지 반환 소송의 문제, 병원이 프리미엄 외국의료관광객을 고려한 시설로 건축돼 타 용도 전환 불가, 비상이 걸린 내·외국인 관광객 감소 문제 해결 방안 등이라고 설명했다.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불허 권고’를 내린 취지를 적극 헤아려 ‘의료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제주도는 향후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하겠다.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영리병원은 10여년 전부터 논의돼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5년 11월 21일 국무회의를 통해 ‘국내·외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 문제는 외국영리법인의 설립을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을 의결했다. 역대 정부에서 제주도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자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 차원에서 추진해 왔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12월 18일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제출한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총사업비 778억원을 투입해 2017년 7월 28일 제주헬스케어타운에 녹지국제병원을 준공한 데 이어 의사 등 인력 134명(도민 107명)도 채용했다. 같은 해 8월28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제주도에 신청했다.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11월 1일부터 12월 26일까지 진행된 네차례의 심의회를 통해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조건으로 한 허가를 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주도에 제시했다.
 
2월 1일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서가 제주도에 제출됐고,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올해 10월 4일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 불허권고’를 했다. 정책제언으로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 등으로 활용해 헬스케어타운의 전체기능이 상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반 행정조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기존 고용된 사람들에 대한 도 차원에서의 정책적 배려 등을 주문했다.
 
제주도는 올해 1월 보건복지부에 부서에서 승인한대로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내국인 진료 제한)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한한 경우, 진료거부 금지 등에 해당되는지 질의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만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한하면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허가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지 않는 것”이라고 회신했다.
  
제주도는 이와 같은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 결정이 내려진 후 최종 정책결정을 위해 사업자인 녹지국제병원측과 서귀포시 지역주민, 헬스케어타운 사업시행자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정부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원 지사가 현장 점검을 통해 녹지국제병원은 외국인 전용 병원으로 지어져 타 용도로 전환이 어려운 상황을 확인했다. 채용된 직원들과 함께 지역주민들도 지역경제와 일자리 등을 위해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강력히 요청했다.

원 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고려해 도민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이날 도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제주도민을 배신하고 영리병원을 선택한 원희룡 지사는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외국 투자 자본 유치 목적만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했다. 이는 국내 의료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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