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제대로 된 치료 가로막는 법적·제도적·사회적 장치 변화시켜야"

"국민들이 정신질환자들이 일으키는 범죄가 치료 받지 못하는 병에서 비롯됨 알아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9일 성명서를 통해 "제대로 된 치료 가로막는 법적·제도적·사회적 장치 변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이 지난 27일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조현병 환자인 안익득에게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아 비극이 발생했지만 안인득의 책임을 경감시킬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히며 이같은 선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한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위로와 조의를 표한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 그리고 정신건강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참을 수 없는 슬픔과 무기력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중대한 범죄는 엄중히 처벌 받아야 마땅하다. 정신질환자들 당사자 단체와 유가족 단체 마저도 이에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엄중한 처벌이 아니라 재판부가 밝힌 앞 부분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아 비극이 발생했다'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이 말은 사법기관에서도 위 사건이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의 한계와 관공서들의 무책임한 대응이 사건 발생에 일조를 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결론은 적절한 조처를 위해 변화 되어야 할 예방 시스템 없이 안인득 개인에게 범죄의 책임을 물어 사건을 종결지어 버렸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이 사건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있었다. 사건 발생 전 안인득의 형은 동생을 강제입원 시키기 위해 병원, 동사무소, 검찰, 법률공단 등에 찾아가 강제입원의 필요성을 강력히 호소하였으나 어느 관공서에서도 도와주지 않았다. 아파트 주민들의 수차례에 걸친 경찰 신고 역시 의미가 없었다. 이 순간의 어느 한 지점에서라도 적절한 개입이 있었다면 이 사건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일어난 사실에 대해 저희 학회는 '도대체 국가는 무엇을 하는 것인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이 사건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예방책이 없이는 제2, 제 3의 안인득은 반드시 나온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중대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때다. 다시는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실질적인 예방책을 마련해야 하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환우들을 치료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를 적기에 치료할 수 있게 정신보건법이 제대로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질환자의 범죄에 대한 편견으로 우리 환우들은 괴로워하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의 범죄가 '묻지마 범죄', '혐오 범죄' 등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정신질환자들이 일으키는 범죄가 치료 받지 못하는 병에서 비롯됨을 알아야 한다. 제대로 된 치료를 가로막는 법적, 제도적, 사회적 장치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신중하고 사려 깊은 국가의 대처가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정신질환 환우들의 치료적 권리를 보장하고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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