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식·김미애·최연숙 의원-의협 토론회...복지부, 상종지정 기준 강화 및 분원설립 규제 계획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대학병원들의 무분별한 분원 확장 등이 중소병원들의 몰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단 지적이 나왔다.
13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허종식·국민의힘 김미애·국민의당 최연숙 의원과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한국 의료자원 이용의 왜곡과 대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보장성 강화∙대학병원 분원 설립에 중소병원 위기....의료전달체계 기능중심 전환 필요
발제자로 나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의료전달체계(의료이용체계) 왜곡 탓에 중소병원들이 ‘붕괴’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그간 국내 중소병원은 ‘저수가·저급여·저보험료’의 3저 기조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하에서 낮은 수가를 메꾸기 위해 많은 양의 진료로 버텨왔지만 지난 2017년 8월부터 시행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인해 대형병원 위주로 보장성이 강화되며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다.
실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2015년 대비 2020년 각각 66.1%, 68.2% 증가한 반면에 병원은 40.3%, 요양병원은 46.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보장성 강화 정책이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을 더욱 가속화 한 셈이다.
직격탄을 맞은 병원급 의료기관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개업 대비 폐업률이 333.3%를 기록했다. 이는 요양기관 종별 전체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5년간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을 봐도 병원급은 평균 6~7%의 폐업률을 기록했으며, 2021년 상반기에 들어서는 9.1%로 폐업률이 치솟는 등 5년 내내 타 종별 의료기관 대비 높은 폐업률을 보였다. 사업자 폐업률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폐업률이 비슷한 것을 보면 경영난의 심각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최근 들어 가속화하고 있는 대학병원들의 수도권 분원 설립도 중소병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게 우 소장의 지적이다. 최근 10여개의 대학병원들이 앞다퉈 수도권 분원 설립에 나서고 있는데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환자 뿐 아니라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력 유출 우려도 큰 실정이다.
우 소장은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우선 지역별∙기능별 병상 자원 수급 기준 마련을 주문했다. 지금처럼 급성기와 만성기에 대거 병상 자원공급이 몰려 무한경쟁을 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지자체 별 인구 분포에 따른 급성기-회복기-만성기 병상 총량제를 적용해 엄격하게 괸리하고 있다.
우 소장은 “지역별∙기능별 필요병상 수 운영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병상 총량을 계획한 후 그 기준에 따라 병상 증설 등 자원 수급을 조절해야 한다”며 “지역별∙기능별 병상 총량 계획 시에는 필수의료, 감염병 등 공공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선 충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이용체계 개선을 위한 법∙제도적 토대 마련도 강조했다. 그는 “의료법에 의료이용체계에 관한 규정이 전무한 상태에서 건강보험 수가 상 불이익과 질병명 통제로 의료이용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건 사상누각을 짓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환자가 대학병원을 가겠다고 요구할 경우 의사는 이를 거부할 명분이나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령사회 대비를 위해 의료∙요양∙돌봄을 연계하는 포괄적 시스템 구축이 가능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소장은 “의료이용체계를 지금의 규모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기존 1-2-3차 의료이용체계는 고령화로 인한 다양한 ‘의료 및 돌봄’ 서비스 제공이 불가하다”며 “질병의 시기와 생애 전주기를 고려해 의료기관을 기능별 특성에 따라 ‘초급성기-급성기-회복기-만성기’ 체계로 전환하는 기능중심 의료이용체계를 구축하고 여기서 연계해 완결형 지역 의료∙요양∙돌봄 연계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급여비 중 빅5 병원 비율 약 10%...대형병원 분원 신설 막고 간호사 대기제 폐기해야
의협 김종민 보험이사도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으로 중소병원들의 위기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며 대학병원의 병상 확대 및 분원설립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빅5 병원의 지난해 급여비는 4조2843억원인 데 이는 전체 의료기관의 8.1%에 달한다”며 “전체 급여비의 10분의 1가량을 5개 병원이 독점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환자가 수도권 대형병원에 더욱 집중되면서 대학병원도 분원을 통해 수익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10년 전 대비 상급종합병원은 약 3000병상, 종합병원은 1만7000병상 가량 늘어난 반면 병원은 오히려 1만 병상 정도가 줄어들었다.
이 같은 양극화 추세 속에 중소병원들은 간호인력 부족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형병원으로 의료인력이 쏠리면서, 중소병원들은 인력채용 과정에서 인건비가 상승하고 다시 경영난과 인력난에 맞닥뜨리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있다.
김 이사는 “두 배에 달하는 월급, 사택 제공, 자녀 교육비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해도 간호사들을 구할 수가 없다”며 “전체 간호사 18만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간호사 법적 정원을 충족하지 못하는 병원급 의료기관들이 60%를 넘는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이사는 대기 간호사 문제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상급종합병원 에서 간호사 고용을 위해 편법으로 시행하고 있는 간호사 대기 제도 폐기를 통해 중소병원들의 간호사 구인난에 숨통을 터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대학병원 무분별한 분원 설립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공룡화된 대형병원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변칙적인 병상 수 증가가 이뤄지지 못 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외에 김 이사는 토요 가산제와 의료질평가 지원금 제도의 중소병원 대상 확대 적용 등을 통한 지원책도 제안했다.
중소병원, 환자 유인 가능케 하는 지원책 필요...팬데믹서도 의료전달체계 왜곡 문제 드러나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장성인 교수는 환자들이 왜 중소병원을 찾지 않는지에 대해 자체적인 조사를 진행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장 교수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현재 상황을 풀어내려면 현장 당사자의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중소병원에 오는 환자들에게 왜 중소병원을 찾는지, 상급종합병원을 가는 환자들에게 왜 중소병원을 가지 않는지에 대해 정책적 측면에서 조사하고 방법을 찾는 시도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중소병원들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향보다는 환자들이 중소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원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중소병원들이 주장해온 간호등급제 인증 기준 완화 등에 대해 “경영 개선을 위한 직접적이고 빠른 방법이지만 그로 인해 의료 질이 낮아지기 때문에 환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는 정책”이라며 “반면에 중소병원 간호사 보조금 확대, 토요가산제 확대 등으로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는 병원들을 지원해주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중소병원에 오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물론 강제적으로 환자들이 대형병원 대신 작은 병원을 찾게 하는 전달체계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지난 수십년간 현행 체계를 경험하며 쌓인 우리나라 국민들 인식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당장 이루기 어려운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정부에 지원 요청을 해야 현실적으로 빠른 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시민모임 김자혜 상임고문도 중소병원이 지역민들에게 신뢰받는 지역거점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의료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공급자 측면에서 정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의료 질 평가를 환자중심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고문은 “가령 지역 중소병원에서 고혈압 약을 20년간 복용하며 치료받아온 환자의 예후가 좋다는 걸 평가를 통해 검증하고 보여준다면 환자만족도도 높이고 지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등급제 기준 완화 등과 같이 환자의 안전이나 치료 측면에서 조금이라도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제도 변화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며 “중소병원이 의료 질 향상 등을 약속하고 이를 위해 지자체와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거점 전담병원인 박애병원의 김병근 병원장은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의 민낯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환자 진료에 특화된 상급종합병원이 정작 코로나19 중환자를 위한 병상을 내놓는 데 인색하다는 것이다.
김 병원장은 “현재 상급종합병원 중에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역할을 하는 곳은 4~5곳인데 여기 중환자 병상들을 모두 합쳐도 우리 병원 중환자 병상 수보다 적다”며 “상종은 중환자 등 어려운 환자를 본다고 하지만 코로나 진료에 있어서는 행정명령을 통해 일부 병상을 내주는 정도로만 기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료붕괴로 거리에서 환자가 죽는 상황에서 병원 전체 또는 3분의 1 이상을 비우며 발벗고 나서고 있는 건 중소병원들”이라며 “이거야 말로 의료자원 이용이 왜곡된 증거”라고 말했다.
김 병원장은 의료전달체계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의료기관 종별 기능 명확화와 체계적 의료이용을 유도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을 목표로 TF 구성을 제안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인력난 문제 해소를 위한 의대 정원∙간호사 정원 확대 및 근무여건 개선 등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상종지정 기준 강화 및 분원설립 규제 계획...대기 간호사 문제도 해결 나서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중소병원의 역할이 크다고 평가하며, 의료전달체계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오창현 과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며 공공의료와 중소병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고 있다”며 “전국의 많은 중소병원들이 선별진료소, 안심병원, 생활치료센터부터 감염병전담병원, 재택치료까지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상급종합병원 중 일부 병원에 대해 병원 전체를 비우도록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상급종합병원은 코로나 환자 외에도 여러 중증치료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환자만 진료토록 하는 방식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쉽지 않은 사안임을 피력했다.
오 과장은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해선 향후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을 강화하며 중환자실, 음압병실 비율과 함께 경증환자 회송 비율 등의 지표를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들이 중환자 진료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병원들의 분원 신설과 관련해서는 “현재는 지역별 병상수급 현황을 분석 중이다. 병상 규모별∙특성별 신증설 규제 원칙을 마련하고, 시도와 협의를 거쳐 시도별 병상 수급계획을 작성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수급계획이 작성되면 분원 설립에 대한 규제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끝으로 수도권 대학병원 간호사 대기제에 대해선 “내년부터 면접을 같은 날에 하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간호정책과에서 마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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