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이 31일 2차례의 수가협상을 마치고 끝내 결렬을 선언했다.
"공단·복지부, 의원 살리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도 없어"
의협 수가협상단에 따르면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협에 1차로 1.6%, 2차로 1.9%+0.2%의 수가인상률을 제시했다. 하지만 2차 협상에서 추가로 제시된 0.2%를 어디에 분배할지에 대한 논의는 수가협상 이후 결정하자고 공단은 제안했다.
이날 의협 최성호 수가협상단장은 "오늘 2번째 협상에서는 진일보된 1.9%라는 인상률을 받았다. 검체, 영상, 처치, 수술을 다 합쳐서 1.9%를 주고 이에 더해 0.2%를 더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0.2%이 차등인지 아닌지 등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며 "의협은 오늘 2차 협상을 끝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최 단장은 "검체, 영상, 수술, 처치가 다 올라가는 1.9%니까 지난해와 같은 환산지수 차등지급은 아니다. 하지만 0.2%를 어떻게 분배한다는지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최안나 총무이사는 "우리는 처음부터 환산지수 차등지급은 불가하다는 것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공단은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공단은 재정소위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고, 의협은 오늘 재정소위에 대한 답을 들으러 왔다"며 "첫 번째 밴드는 1.6%를 불렀다. 이에 우리는 지난해 1.6%의 인상률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수치가 아님을 알고도 공단은 1.6%를 불렀다. 또 추가로 제시한 0.2%에 대해서는 차등적용의 해석의 여지가 있는 '인센티브'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를 어디에 적용할지 등을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는 "오늘 협상은 모욕적이고 말장난에 불과한 협상이었다. 의협 수가협상단이 협상에 참여한 것은 0.1%라도 회원에게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의협이 10%의 인상률을 주장했지만 그럼에도 공단이 환산지수 차등적용하지 않는다면, 공단과 복지부가 의원 살리겠다는 최소한의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협상을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공단은 차등적용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반드시 양보할 수 없다고 했던 조건을 공단은 계속해서 주장했다. 우리는 공단과 복지부가 의원의 정상적인 수가반영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정상적인 수가협상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수가협상 과정부터 고치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고 전했다.
허지연 법제이사는 "우리나라 의료계의 1년 살이를 책임지는 수가협상이 이렇게 공정하거나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오늘 협상은 결렬이 됐다. 하지만 복지부든 공단은 국민 건강과 관련된 어떤 절차에 있어서도 국민이든 의사든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명백하고 단순한 언어로, 또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모든 절차를 진행하기를 간곡하게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허 이사는 "부디 앞으로는 불투명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전제된 불공정한 협상이 아닌 명백하고 단순한 표현으로 국민과 의사를 설득할 수 있는 공단과 복지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한내과의사회 강창원 보험정책단장은 "공단과 복지부가 성의를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수가협상으로 정부와 대화의 물꼬를 틀고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이는 물거품이 됐다"며 "공단과 복지부는 이 사태까지 오게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의협, 6월 의사파업 나설까?…"협상 결렬, 향후 행보에 영향 미칠 것"
이러한 의협의 수가협상 결렬은 향후 의사 파업 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이사는 협상 결렬이 30일 임현택 회장이 촛불집회에서 언급한 6월 큰싸움에 영향을 주냐는 질의에 "임현택 회장은 협상장에서 오늘 협상은 매우 중요한 협상이고 왜곡된 의료 정상화할 수 있는 협상이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여기에 공단 부른 것이 1.6%, 1.9%, 그리고 0.2%다"라며 "회장의 당부가 철저하게 짓밟혔다. 이는 회장과 의협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의협 측은 협상 결렬 이후 '대한의사협회 2025년 수가협상 거부 선언문'을 발표해 "향후 발생하는 일련의 의료혼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공단과 정부 당국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전했다.
의협은 "필수의료만은 살려보자는 의협의 제안을 철저히 무시한 채 무늬만 협상인 '수가통보'를 고집하는 정부와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실망스러운 작태에 환멸을 느낀다"며 "2025년 수가협상 거부를 선언한다"고 전했다.
의협은 "30일 오후 전국 각지에서 1만여명 의사가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와 대정부 강력 비판 목소리를 냈음에도 수가협상을 통해 의료 사망선고, 특히 의사사망 확인 사살까지 감행했다. 우리는 정부의 악독한 만행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원가 미만의 수가에 행위 유형별 수가를 왜곡해 진료과목 간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든 적용' 논의를 협상 과정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수가협상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누누이 말했다. 하지만 공단은 마지막 날까지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했고, 수가결정 구조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재정운영위원회의 하명을 전하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방적인 수가협상 방식, 현실 반영하지 않는 SGR 모형, 객관적 중재기구의 부재 등 수가협상 제도의 개선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는 일차 의료기관의 생존과 국민 건강의 근간을 위협하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대한민국 의료를 망친 원흉의 칼날은 전국 14만 의사의 심장을 관통했다. 우리는 대한민국 의료가 부활하는 그날까지 불합리한 의료정책과 건강보험제도의 대격변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고집불통 수가통보에 다시 한 번 분노와 환멸을 느낀다. 이에 의협은 강력 규탄하고, 향후 발생하는 일련의 의료혼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공단과 정부 당국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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