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연구의 설계②: 대조군 설정, 눈가림, 디자인 및 가설 검정

[칼럼] 정형진 바이엘코리아 메디컬 디렉터·가정의학과 전문의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칼럼은 저자가 ‘임상시험 길잡이’ 에 기고했던 원고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상연구의 설계 두 번째 시간으로 대조군(control) 설정, 눈가림(blinding), 디자인(design) 및 가설 검정(hypothesis testing) 방법의 네 가지 주제에 대해 설명한다. 

중재가 없는 관찰연구의 경우 원인·노출과 결과의 시간적인 방향만 고려하면 되지만 임상시험의 경우 군이 2개 이상이면(예: 시험군과 대조군) 무작위배정부터 오늘 설명할 4가지 주제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1. Controlled vs Un-controlled

RCT(randomized C trial)는 임상연구의 골드 스탠다드인데 ‘C’의 약자를 ‘clinical’로 알고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물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clinical’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C’는 ‘controlled’의 약자로 시험군과 비교하는 대조(control) 또는 비교(comparator)군이 있다는 의미이다. 

새로 개발하는 약물을 기존에 치료효과가 입증된 표준 치료제와 비교하거나(활성대조군, active-controlled) 표준 치료제가 없거나 평가 항목이 주관적이어서(예: 통증, 우울증) 위약 효과가 큰 경우 위약과 비교할 수 있다(위약대조군, placebo-controlled). 

대조군은 대부분 동시(concurrent) 대조군이나 항암제 2상시험이나 희귀질환 임상시험에서는 대상자가 적고, 위약대조군은 윤리적인 이슈가 있으므로 과거(historical) 대조군을 허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 대조군은 선택 비뚤림의 개입으로 연구 타당성이 떨어져 대체로 권장하지 않는다. (참고문헌1)
 
비대조군(un-controlled) 시험은 시험군만 있는 것으로 시험약의 치료 효과가 충분히 크고(large treatment effect), 위약 효과가 거의 없는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2) 

그림은 대조군을 포함한 기본적인 RCT 디자인이다. 시험군의 실제 치료효과는 (b – a) – (d – c) 인데, 대조군이 없다면 b – a 로 계산돼 실제 치료 효과를 과장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대조군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자료원으로부터 리얼월드데이터(real world data)를 활용해 대조군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 ‘external’ 또는 ‘synthetic’ 대조군이란 개념이 등장했다.

2. Blind vs Open

눈가림(blinding)은 임상시험에서 비뚤림을 제거하기 위해 대상자에게 어떤 치료가 배정되는지 모르게 하는 중요한 기법이다. 

단일(single) 눈가림은 보통 연구대상자만 어떤 치료가 배정되는지 모르게 하고(예: 단일 눈가림 위약 도입기), 이중(double) 눈가림은 시험자와 대상자 모두 치료 배정을 모르게 하는 임상시험의 표준 형태이다.
 
이중 눈가림을 위해 시험약과 대조약은 모양, 크기, 색깔, 무게, 향 등 모든 성상이 동일하여 구별이 불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을 동일하게 만들 수 없거나(실제 동일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아예 제형이 다른 경우(예. 시험약 경구제, 대조약 주사제) 시험약과 대조약의 각각의 위약을 제조하여 이중 눈가림을 유지할 수 있다(double dummy technique). 

이중 눈가림을 하더라도 치료 효과의 군간 차이가 확연한 경우 눈가림이 깨질 수 있어 시험자가 결과변수 값(예. CRP)을 모르게 하기도 한다.

공개(open) 시험은 시험자와 대상자 모두 어떤 군에 배정되는지 알게 되므로 대조군이 잘 정립된 표준치료이고, 주로 품목 허가 목적이 아닌 4상 임상시험에 적용해 볼 수 있다. 

공개시험으로 인한 비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눈가림된 독립된 평가위원회(independent review committee)가 결과변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면(Prospective, Randomized, Open, Blinded Endpoint; PROBE) 눈가림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3)

3. Parallel vs Crossover vs Factorial

그림과 같은 평행(parallel) 디자인은 확증 임상시험에서 가장 흔한 형태로 시험대상자는 한 군에 무작위배정되고, 각 군은 시험 종료시까지 서로 다른 치료를 받는다.

교차(crossover) 디자인시 대상자는 두 개 이상 치료 순서(sequence)에 무작위배정되고, 각 시기(period)는 휴약기(wash-out period)에 의해 구분된다. 교차 디자인의 가장 간단한 예가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으로(2 X 2 교차) 대상자는 시험군 또는 대조군에 무작위배정되고, 휴약기 후 서로 교차하여 이전 시험군은 대조군으로, 이전 대조군은 시험군에 해당하는 치료를 받게 된다. 교차 디자인은 대상자 수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이전 치료효과가 남아 다음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이월효과(carryover effect)가 나타나지 않도록 약물 반감기를 고려하여 충분한 휴약기를 가져야 한다. 

요인(factorial) 디자인은 2개 이상의 치료를 서로 다른 조합으로 동시에 평가하는 것으로 약물간 상호작용(interaction)이 고려돼야 한다.(참고문헌4) 

4. Superiority vs Non-inferiority vs Equivalence 

우월성(superiority) 시험은 시험약의 효과가 대조약보다 우월함을 입증하는 것으로 고전적인 비교 형태이다. 하지만 표준치료가 이미 잘 확립된 경우 신약이 효과 측면에서 우월성을 입증하기 어려우므로 비열등성(non-inferiority) 시험이 증가하고 있다. 개발사 측면에서는 효과는 비슷하더라도 안전성이나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우월성시험에서는 통계적 유의성도 중요하지만 약효 크기(effect size)의 점추정치(point estimate)가 최소한 임상적 유의성보다 커야 한다. 비열등성시험은 비열등성마진 설정이 중요한데 통계적 마진과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마진 중 최소값으로 비열등성마진을 설정해야 한다.(5)

약물의 동등성(equivalence) 평가는 제제학적(pharmaceutical) 동등성, 생물학적동등성(bioequivalence), 임상적(clinical) 동등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제네릭 약물을 개발할 때는 최소한 생물학적동등성을 입증해야 한다. 동등성은 실제 약물간 노출이나 효과 차이가 임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동등성 마진 하한과 상한 사이에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4)

정리하면 임상연구는 크게 중재가 있는 임상시험과 중재가 없는 관찰연구로 나눠지고 관찰연구는 노출과 결과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코호트연구, 환자-대조군 연구, 단면연구로 분류된다. 

제약회사가 신약개발을 목적으로 1~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임상시험 결과를 규제기관에 제출하여 품목 허가를 받는다. 허가 후에는 연구목적에 따라 4상 임상시험이나, 코호트연구나 단면연구 같은 관찰연구를 시행하기도 한다. 임상시험 설계의 표준은 ‘randomized, double-blind, controlled trial’로 사전에 정해진 방법에 따라 무작위배정을 배정을 실시하고, 연구기간 동안 이중 눈가림을 잘 유지해야 하며, 적절한 대조군을 설정하여 비교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참고문헌
1. 식약처. 임상시험관련자를 위한 전문교재. 
2. Richard A, et al. Drug Development Challenges for Small Biopharmaceutical Companies. N Engl J Med 2017;376:469-74.
3. Hansson L et al, Blood Pressure. 1992;1(2):113-119 
4. ICH. Statistical Principles for Clinical Trials. ICH E9, 1998
5. 강승호. 신약개발에 필요한 임상통계학. 자유아카데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바이엘코리아나 KRPIA 의견을 대변하지 않고,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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