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에 수용적일수록 복약순응도 높아

독거노인 대상 복약실태·복약순응도 연구 결과 공개해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국내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연구에서 약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가진 노인들의 복약 순응도가 더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 연구팀은 수탁운영하고 있는 성남시 방문보건센터를 통해 2016년 6월부터 8월까지 성남시 독거노인 3326명을 대상으로 복약 실태와 복약 순응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약에 대한 필요성을 스스로 자각하면서, 부작용이나 약물의존 등에 대한 걱정은 적게 하는 이른바 '수용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복약 순응도가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그림 1] 약물에 대한 환자의 태도와 믿음을 도식화한 표. x축은 환자가 느끼는 약물의 필요성, y축은 약물에 대한 염려 수준을 나타냄. (출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연구팀은 노인의 약물에 대한 태도를 약을 필요로 하는 정도와 염려 수준에 따라 '수용적', '양가감정', '비판적', '무관심'의 네 가지로 분류했다. 그 결과 40.7%(1653명)가 현재 복용중인 약물에 대해 필요성은 느끼지만 걱정은 많이 하고 있는 상태인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37%(1230명)는 수용적인 태도를, 17.3%는 비판적 태도를, 그리고 11.4%(380명)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이 중 약물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 집단이 그렇지 않은 나머지 세 집단에 비해 복약 순응도가 가장 높았다. 
 
[표 1] 환자의 약물 태도에 따른 복약순응도 지표. ARMS(Adherence to Refills and Medication Scale)는 복약순응도 지표로 12~48 사이로 표시되며 수치가 낮을수록 순응도가 높다. (출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혼자 사는 65세 이상 노인 수가 130만 명에 달한다. 독거노인은 가족의 돌봄을 받을 수 없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앓을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질환은 진단 이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평소 생활습관 조절과 약물 요법으로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적절히 약을 복용하는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분당서울대병원 박화연 외래교수는 연구대상자의 절반에 조금 못미치는 노인이 약물에 양가감정을 가진 것에 대해 "이들은 약물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막연한 걱정과 부담감을 갖고 있는 상태이므로, 걱정하는 원인을 파악해 해소하고 약물 요법의 중요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염려의 원인으로 환자들이 이전에 경험했던 약물 부작용이나 여러 종류의 약물을 복용하는 것을 꼽았다.

연구를 주도한 분당서울대병원 이기헌 교수는 "이번 조사에 따르면 성남시 독거노인의 75.1%는 고혈압, 32.5%는 관절염, 29.4%는 당뇨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독거노인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가 약물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자 선호와 순응도(Patient Preference and Adherence)'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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