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권 의대 정원 100명 신설 주장...민주당은 코로나 안정화 이후 의료계와 합의 벌써 잊었나

[칼럼] 양은건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공의모) 홍보이사

사진=의대정원 증원 등에 반대로 2020년 8월7일 있었던 젊은의사 단체행동 장면. 

[메디게이트뉴스] '더블 바인드'라는 심리요법이 있다. 상대방의 무의식을 이용해 거절을 할 수 없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면서 동시에 저명한 최면요법가였던 밀턴 에릭슨이 고안한 심리요법이다.

밀턴 에릭슨은 최면에 있어 소위 천재로 불렸다. 미국 임상 최면학회 회장까지 역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최면요법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무의식을 폭넓게 움직이는 기법들도 만들어냈고 실제로 이를 이용해 사람들을 치료하기도 했다. 에릭슨이 치료를 위해 개발한 기법은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으며 심리 조작 기법으로도 응용할 수 있다. 밀턴 에릭슨의 기법들이 워낙에 효과적이었던 탓에 그의 기법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왔다. 그런 만큼 반대로 심리 조작과 관련된 지식을 모르면 오히려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에릭슨의 기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더블 바인드다. 상대가 무언가 해주기를 바랄 때, 상대에게 그 일을 실제로 할 생각인지 아닌지를 질문하는 것이 아닌, 상대가 그 일을 무조건 하는 것을 전제로 선택지를 준비해 질문하는 방법이다. 복수의 선택지가 제시되지만 어느 쪽을 선택해도 결국 같은 결과로 유도된다.

더블 바인드 기법의 예는 다양하다. 그 중 하나는 자동차 판매원이 고객에게 자동차를 살지를 물어보는 것이 아닌, 자동차 색깔로 흰색을 좋아하는지 검은색을 좋아하는지를 물으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법이다. 자동차 구매를 전제로 해서 그 다음 선택사항으로 고객의 관심이 향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 구매 여부에 대한 고민을 넘어 자동차 색깔에 대해 생각하게 되며, 어느새 구매는 기정사실이 돼버린다. 이 기법은 강력해서 이전에 당했어도 기법을 모르면 몇번이고 당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의대 설립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마련한 국회토론회에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태진 교수는 "전남권 의대 설립시 목포시를 포함한 서부권 보다는 순천시를 포함한 동부권을 의대 유치에 보다 시급한 지역"이라고 언급했다. 심지어 학생 선발 규모에서 정원을 100명으로 하고 수시와 정시를 각각 74%, 26%로 하는 학생 선발안까지 마련했다.

전남 징겨 의대가 동부권에 설립될지, 서부권에 설립될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 자체가 2020년에 이뤄졌던 9.4 의당합 위반이라는 것이다. 아래는 대한의사협회-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 1항이다. 
 
1.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 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며,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하여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한다. 또한,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 될 때까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관련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 전남권 의대 신설은 100명의 의대생 정원으로 명백한 의대정원 확대에 해당한다. 민주당은 2022년 현재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됐다고 확신할 수 있나? 오히려 재확산 위기의 상황이 아닌가?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뜻의 라틴어 법격언이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는 이 명제 위에 서있다. 명제가 무너지면 공동체가 무너진다. 전남의대 신설 토론은 9.4 의당합의 위반임을 더불어민주당은 명심하기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