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 벌레 취급·범죄자 취급…완치 후 남겨진 사회적 후유증

[칼럼] 정문영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교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정문영 교수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코로나19는 2020년을 절대로 잊지 못할 한 해로 만들었다. 우스갯소리로 십수 년이 지난 후, 젊은 세대들에게 "야, 나 때는 말이야,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도 하고 밥도 먹고 그랬어"라고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산재보험 심사를 하다가 코로나19에 걸렸던 환자를 만나게 됐다. 그 환자는 코로나19를 잘 극복해 신체적 기능에는 다른 문제가 없으나 코로나에 걸린 후 일련의 경험들로 인해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그 환자는 친구들과 사회로부터 배척당했고 타인들에게 벌레 취급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정작 환자는 질병의 피해자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환자를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범죄자 취급'을 했다. 사람들은 그 환자 뒤에서 수군거렸으며 모임에서 쫓아냈다. 그 환자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코로나 환자였다는 사실을 숨기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 환자는 만성 통증, 불안, 공포, 우울 등의 증상들을 호소했다. 필자는 신경외과 의사이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이 구조적으로 신경학적 문제가 있는지 살펴봤으나 문제가 없었다. 통증이 신경병성 통증의 양상인지도 살펴봤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즉, 이 환자는 사회로부터 받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마음의 병이 생긴 것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으며 회사는 물론 모든 형태의 사회활동으로부터 단절된 상태였다.

필자에게는 미국에 사는 친구가 있다. 어느 날 친구가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아내가 열이 나서 같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이 나와 가족 전체가 집 안에 격리됐다. 병원에서 먹는 약을 2주 치 처방받아 자가격리 후 큰 문제 없이 완치됐다. 친구는 미각을 잃었으나 2주 뒤에 다시 돌아왔고 요즘은 평소대로 열심히 외부활동을 하고 있다. 회사도 3주 정도 출근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다시 잘 다니고 있다. 

서두에서 얘기했듯이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동물이다. 자신이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확인받으려 한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심한 자기비하에 빠지게 된다. 단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사실로 인해 벌레 취급, 범죄자 취급을 받은 사람의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나는 상상하기가 힘들다.

미디어에서는 코로나19에 걸린 후 무증상으로 회복되더라도 평생 후유증으로 고생하게 될 것이라는 암시를 끊임없이 주고 있다. 신체적으로 코로나19를 잘 극복했으나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후유증에 시달린 그 환자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긴 후유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환자를 혐오함으로써 남겨진 후유증이었다. 

결국 그 환자는 코로나19로부터는 완치됐으나 사회적으로는 죽임을 당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의 독성보다 코로나19 환자를 향한 우리 마음속 독성이 더 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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