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시달리는 수련병원들, 오늘까지 사직처리…'6월 4일' 못 박은 정부 뜻대로 되나

복지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비상진료 운영지원비 감당 못해…병원,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정원 확보 나설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수련병원들이 오늘(17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의 사직처리를 완료하고 결원 규모를 확정해야 하는 가운데 전공의들과 일부 교수들의 반발에도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 시점을 6월 4일 이후로 못 박아 진통이 예상된다.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겨우 적자 경영을 버티고 있는 수련병원들은 정부가 비상진료체계 운영지원에 부담을 느끼며 지원이 끊길 위기에 처하면서 생존을 위해 전공의들을 일괄 사직시키고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정원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은 오늘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에 전공의 결원 규모를 확정해 보고해야 한다.

정부는 장기화되는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9월 전공의 모집이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에 수련병월들을 향해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전공의들도 일괄 사직 처리함으로써 9월 전공의 모집일정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사직 처리 일자다. 

정부는 그간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철회한다고 발표한 6월 4일을 이후로 해당 행정명령의 효력이 발생한다며 2월 중순부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도 6월 4일 시점으로 사직서를 일괄 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공의들은 정부 요청대로 6월 4일 이후부터 사직서 효력이 발생할 경우, 2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전공의들은 그야말로 '무단결근'한 것이 돼 그간의 의료사태의 전적인 책임이 전공의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물론 정부가 전공의에 대해 업무개시명령 등 위반에 대한 처벌을 거둬들였지만 전공의들은 전공의 이탈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병원들이 전공의들에게 사법 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수련병원 비상경영 상황이 5개월을 넘으면서 정부도 수련병원 운영지원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어 수련병원들도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정부는 의료공백 사태에 따른 수련병원의 비상진료체계 운영지원을 위해 비상진료인력 인건비 지급, 건강보험 선지급, 중증환자 입원 비상진료 사후 보상 등에 천문학적 액수의 건강보험재정과 예비비 등을 투입해왔다.

병원들도 마이너스 통장 등을 개설하며 경영 적자를 버텨왔지만 건보 재정 추가 투입에 대한 비판과 예비비 추가편성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비협조적 태도 등이 겹치며 정부도 비상진료체계 운영 지원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의료공백 관련 예산 투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비상진료체계 운영 지원을 위해 지급된 건강보험재정은 1640억원에 달한다.

지난 5월 말 기준 지급된 건강보험 재정 810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아직 지급하지 않은 중증환자 입원 비상진료 사후 보상에도 1085억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8월 지급 예정인 수련병원에 대한 건강보험 선지급 지원의 경우 그 규모가 3600억원에 이르며 이 마저도 수련병원들의 집단휴진이 가시화되며 향후 1100억원의 재정이 추가로 지원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와 환자단체, 시민단체 등이 의료공백에 해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 예산을 활용하는 데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정부는 6월 중순 기준 예비비 집행액 820억원에 이어 7월 중순 예비비 집행액 1490억원을 투입할 예정인데, 더 이상의 예비비 편성에 대해 기재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향후 예비비 투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에 수련병원들은 빅5병원을 중심으로 사실상 정부의 의료공백 묘수인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해 정부 뜻대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일괄 처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모 대학병원 고위 관계자는 "경영난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수련병원장 입장에서는 정부의 뜻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번 주 내로는 국립대병원이 공식적으로 결정을 할 것 같고, 서울대병원이 현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데 사실상 정부의 뜻대로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사실상 병원들은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제 살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이 정말 개탄스럽다. 병원장들이 나서 정부에 맞서 강력하게 항의해야 하는데 그간 의대 증원을 암묵적으로 찬성해 온 병원장들이 그러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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