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 발굴이 아닌 AI 신약 개발" 혈액종양내과 전문의가 세운 온코크로스가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은

[바이오 CEO·MD 인터뷰] 온코크로스 김이랑 대표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치료제를 AI로 빠르게 만드는 회사"

사진: 온코크로스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김이랑 대표(M.D., Ph.D.)가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전통적인 신약개발은 평균 약 15년이 소요되며, 2조~3조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성공 확률은 0.01%로 지극히 낮다. 이에 최근 연구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다양한 단계의 신약 개발 과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 의약품을 개발하고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매년 40% 성장해 2024년이 되면 40억 달러(약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타트업과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업 사례는 물론, 국내에서도 제약회사들이 AI 기술을 가진 전문 기업들과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러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독자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해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혈액종양내과 전문의가 설립한 기업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15년 설립한 이후 국내 AI 신약 개발 회사 중 최초로 2020년 6월 한국파마에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2019년 60억원 규모의 시리즈A, 2020년 16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이끌어내며, 현재 1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온코크로스(ONCOCROSS)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김이랑 대표를 만나 온코크로스만의 강점과 그간의 성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김 대표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어 서울아산병원에서 종양내과 펠로우십을 거쳐 대전에 있는 유성선병원 혈액종양내과 과장으로 근무하며 2015년 온코크로스라는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학원생으로 카이스트 재학 당시 지도교수였던 하버드의대 교수의 권유로 미국에서 연수를 하게 됐다. 그 때 당시 포닥(박사후연구원)으로 있던 경희대 약대 최진우 교수를 만나 창업에 대해 구상했다. 함께 논문을 쓰며 사업성을 내다봤고, 한국에 돌아와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회사를 꾸리게 됐다. 처음에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시작했고 이후 AI를 접목해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사진: 온코크로스 연혁. ⓒ메디게이트뉴스

온코크로스는 종양학을 의미하는 'ONCO'에 'CROSS'를 합친 말로, 정통의학에 생명공학과 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합해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의미로 이름을 붙였다. AI를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과 기존 약물의 적응증을 찾아주는 AI 플랫폼과 관련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임상 실패 확률을 낮춰 신약 개발에 따르는 리스크를 줄인다. 

현재 직원은 생물학 실험실과 AI 연구실, 경영지원실을 합해 모두 30명에 달한다. 여기에는 의사가 3명, 약사 2명, 박사 7명, 석사 8명이 포함돼 있으며, 통계학과 생명공학, 인공지능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진해있다.


기존 약에서 나아가 임상시험 단계 물질의 새로운 적응증 찾아 유망성 높인다

온코크로스는 자체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제약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치료제가 없는 암이나 난치성 질환, 희귀질환 등 환자에게 미충족수요가 확실하게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초기 벤처 회사다 보니 제약회사에 우리 기술로 무언가를 보여줘야 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기존 약들을 이용해 자체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예를들어 기존 약이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1만 알려진 경우가 있다. 이 때 새로운 적응증으로 확장시켜 2와 3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제 어느 정도 평판이 쌓이면서 다른 제약회사와 협업해 개발하는 파트너 약물도 생겼다. 그 회사가 물질특허를 가진 후보물질에 대해 새로운 적응증을 찾아주는 비즈니스다"면서 "기존에 있던 것이 이미 판매되는 약을 대상으로 한 협의의 약물재창출이라면, 지금 하는 영역은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제약회사 약들의 적응증을 찾아주는 광의의 약물재창출이다"고 덧붙였다.
 
사진: 온코크로스 AI 연구실.

온코크로스는 2020년 1월 제일약품과 뇌졸중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JPI-289의 신규 적응증을 탐색하고 이를 도입하는 JPI-289(Amelparib) 신규 용도 개발 및 관련 특허 실시권 허여 계약을 체결했다. 온코크로스가 신규 적응증을 찾아내면 제일약품과 온코크로스가 공동 특허를 출원하고, 온코크로스에서 개발을 진행해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이어 같은해 7월 한국파마와 근감소증(sarcopenia) 신약 후보물질 OC-501/504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AI를 통해 탐색한 신약후보물질이 동물실험 검증 후 기술이전 된 사례다. OC-501/504는 AI를 이용해 선정된 뒤, 근감소증과 연관된 여러 세포 실험 및 동물 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9월 165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 시리즈B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여기에는 마그나인베스트먼트와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아이디벤처스, 에스엠시노기술투자, 우신벤처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지앤텍벤처투자, 하나금융투자, 한빛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시리즈A 라운드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 대부분 참여했으며, 나우아이비캐피탈, 비전크리에이터, 산은캐피탈, KB증권 등이 재무적 투자자(FI)로 합류햇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생각보다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선행 투자하며 계속 우리를 봐왔던 투자자들이 시리즈A 라운드 이후 제약사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시리즈B에도 참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코크로스가 추구하는 혁신이란 무엇일까. 김 대표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만드는 회사가 되자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점에서 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생물학을 전공한 박사인 자신의 포지션이 가장 적합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김대표는 "암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많은 환자가 근감소증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치료제가 없어 대증치료만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웠다. 그렇게 개발한 후보물질이 인공지능으로 사전에 좋은 결과가 나와 한국파마에 기술을 이전한 것이다. 이렇듯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온코크로스 기업부설연구소.


자체 실험실 보유·약물 발굴 아닌 개발에 집중…남들보다 빠르게 수익창출 가능 강점

그렇다면 온코크로스는 기존의 AI 신약개발 회사와는 어떤 점에서 차별성을 가질까. 김 대표는 ①자체 실험실을 가지고 있어 AI로 발굴한 질환 등에 대해 바로 실험이 가능하다는 점 ②약물 발굴(discovery)가 아니라 약물 개발(development)에 포커스하기 때문에 빠르게 개발이 가능한 점 ③다른 AI 회사들보다 빠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 3가지를 대표적으로 꼽았다.

김 대표는 "국내뿐 아니라 대부분의 AI 회사가 IT를 기반으로 하거나 약물 구조를 바탕으로 한다. 기존의 약물 구조를 분석해 새로운 약을 개발할 때 어떤 구조로 하면 될 것이라는 약물 발굴 영역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것이다"면서 "반면 우리는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고, 어떻게 개발하면 좋을지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영역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대표는 "약물 구조가 아닌 개발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만큼 출발점이 다르다. 더 빨리 임상에서 효과가 있는지 또는 없는지 여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우리와 같이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회사들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온코크로스 세포실험실

온코크로스는 단기적인 계획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동물들에서 결과를 확인했으니, 이러한 결과가 사람에서도 나타나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서울아산병원과 암 전이 억제제, 조선대병원과 코로나19 치료제, 그리고 미국에서 근감소증 치료제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모셔서 좀 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나가는 것이 단기 목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를 통해 연내 상장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상장이 되고 나면 미국과 중국에 지사를 세워 그쪽 회사들의 신약을 가지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자 한다. 코로나19 이슈가 해소되면 글로벌하게 나가려는게 우리의 중장기적인 목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우리 회사는 열려있는 회사다.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환아의 건강인 혈액샘플을 분석해 소아 희귀 뇌전증인 드라베증후군 치료제를 찾는 임상을 준비하는 등 대학병원과도 협업을 많이 하고 있다. 환자 샘플을 보내주면 분석해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고, 면역항암제 영역에서도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 아이디어나 좋은 물질이 있다면 또는 희귀질환 환자를 많이 보는 곳이라면 우리의 분석방법을 통해 치료제를 제시할 수 있는 만큼 연락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이랑 온코크로스 CEO & Founder, MD, Ph.D

유성선병원 혈액종양내과 과장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전임교수
미국 하버드의대 웰만광의학센터 연수
미국 스탠퍼드대 분자영상프로그램 연수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박사 
서울아산병원 내과 전공의 수료
울산대 의대 석사
조선대 의대 졸업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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