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신현영 의원 "의대 증원 정책을 정치적 도구화…나쁘고 영악했다"

"총선 전 '3월 협상 협의체' 정부여당에 제안할 예정...강대강 평행선 중재하며 제1야당 역할할 것"

"병원 남은 의사들 번아웃...국민들도 필수의료 생태계 살릴 방안인지 냉철히 판단해야"

의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정부여당과 의료계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를 위해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5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의대정원 증원 논란을 해결할 '3월 협상론'을 꺼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길어지고 있는 의대정원 논란을 종식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을 조만간 정부여당 측에 공식 요청할 예정이다. 의료대란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협상테이블을 마련해야 하는 최적기로 '3월 이내'를 꼽은 이유는 단순하다. 사태가 장기화하고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략적인 부분이 더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만약 총선 이후까지 협상이 지지부진해질 경우 총선 결과에 따라 정책 방향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많다. 

의사 출신이기도 한 신현영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의대정원 이슈를 부각시키는 정부여당에 대해선 '나쁘고 영악하다'고 표현했다. 마구잡이로 추진한 정책은 사교육 문제와 이공계 공동화 현상, 부실의대 등 각종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것이다. 장기적 정책 추진보단 달콤한 눈 앞에 성과를 쫓는 정부가 정책 실패를 부추기고 있다고도 했다. 

신 의원은 학교와 병원을 떠난 의대생·전공의 후배들에게도 가수 이효리 씨의 최근 국민대 졸업식 축사를 인용해 '인생은 독고다이다. 누구 말에 흔들리지 말고 본인 가치와 신념에 따라 행동해달라'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다음은 신현영 의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내용이다. 

Q. 최근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확대를 주장하는 상황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은 명백하게 총선용이고 지금까진 그 전략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3월 이후에도 사태가 길어지고 의료대란이 악화하면 국민들의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문제해결에는 관심이 없는 강압적인 정부의 태도에 피로감을 느낄 것이다. 

결국엔 어느 순간 '쌍방과실'이 된다. 의료계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시간이 가면 '정부가 타협에 나서라'는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리당략을 따르지 않으려 한다. 우선 강대강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현재 상황을 중재하는 것이 제1야당의 역할이라고 본다. 

이 논의의 근본적 시작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라는 대전제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기회에 올바른 의료개혁이 이뤄져 고령사회 미래의료 토대가 마련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

Q. 지난 정부 때와 다르게 이번 의대정원 확대 추진은 대통령 의지가 굉장히 강력한 것 같다. 이번 사태가 2020년 의료계 파업 때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2020년 '젊은의사 집단행동'에 비해 이번 사태가 더 심각한 이유는 짧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의사들이 개별적으로 소신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정부가 강압적으로 권력을 갖고 행정력을 동원해서 상황을 진압하려는 위압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사태의 원상복귀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필수의료에서 버티고 있는 의료진의 삶은 더 파괴당하고 있고 결국 의료계에 큰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결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담론이 결과론적으로 필수의료 생태계를 파괴시켜 버리는 파국을 맞았다. 큰 사회적 비용이 초래되고 의료가 다시 정상화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Q.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상승 등을 노리고 더 강대강 대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 문제로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이슈'를 덮는데 완벽히 성공했다. 지난 설연휴 밥상에서 가족들은 디올백 얘기보다 당장 피부에 와닿는 의대정원 문제를 더 많이 얘기했다. '달콤한 사탕'같은 정책은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등 부작용을 남기지만, 정부여당은 당장 국민들에게 더 호소력 있는 이슈가 필요했기 때문에 참 나쁘고 영악하게 의대 증원 이슈를 더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마구잡이로 추진한 정책은 사교육 문제와 이공계 공동화 현상, 부실의대 등 각종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다. 장기적 정책 추진보단 눈 앞에 성과가 중요한 정부의 실패이고 5년 단임제 제도의 실패다. 2020년 의료계 파업 때도 그렇고 지금도 의사인력 문제가 정치화되면서 우리 사회가 너무 소모적으로 갉아먹히고 있다." 
 
신현영 의원은 의대정원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3월 이내 빠른 협상테이블이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대학병원에 남아 있는 의사들이 번아웃 직전이고 환자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Q. 3월 의료대란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 병원들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소수의 남은 의료인력들이 대응하고 있지만 다들 번아웃 직전이라고 한다. 이런 상태론 오래 가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의사가 의료소송에 취약한 구조라서 의사들이 과로로 인해 환자를 진료하다 문제가 생기면 그 부담을 오롯이 의사 개인이 지게 된다. 이런 문제로 인해 현재 무너진 필수의료가 더 악화하고 있다. 

결국 젊은 의사들의 개별 판단이지만 대학병원 교수 등을 포함해 전체 의료계가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이길 수 있는 싸움이다. 예전에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는 세브란스 전공의 대표가 사직의 변을 공개하면서 대중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내가 왜 사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는지에 대해 진정으로 국민들과 소통하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너무 강경한 투쟁을 강조할수록 국민 여론은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당장은 의료현장을 뛰쳐나온 의사들이 이기주의, 기득권으로 비판받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하면서 왜 이들이 면허정지와 고소고발, 압수수색 등을 버티면서까지 이렇게 행동하는 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국민들도 의료현장의 실정을 진지하게 판단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Q. 전임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을 할 가능성도 있을까.

"각자 병원과 학교에 소속돼 있어 한목소리를 내긴 힘들어보인다. 그러나 교수는 학생과 제자가 있어야 교수다. 제자들과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사회적인 불합리에 분노하고 제자를 보호하는 것이 교수들이 가진 사회적 책무다. 당장  환자 곁을 떠나긴 힘들겠지만 교수들도 본연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중간자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Q. 정부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까.

"여러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부의 행정처분 등으로 의료계가 스스로 내부에서부터 와해되는 것이다. 그 전에 정치적으로 정부와 의료계 간 협상테이블이 마련돼야 한다.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면 국민적 해결 요구도 올라가게 된다. 특히 협상은 총선 전에 이뤄져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 결과에 따라 승리한 당이 주도권을 갖고 그 입맛에 맞춰 협상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 

협상테이블을 마련할 때 '원점 재논의'를 전제하면 협상이 힘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증원 규모 500~1000명 사이를 제안한 것이다. 이 범위 안에서 어떻게 합의할 수 있을지, 본질적으로 필수의료는 어떻게 살릴 것인지 등을 협상해야 한다. 

단기적으론 시니어 의사나 임상공공의사제, 지역인재양성 방식 등 여러 대안이 있다. 특히 행위별수가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 중심으로 갈 수 있도록 가치기반의료를 만들 수 있는 고민을 병행해야 미래 고령화시대를 잘 준비할 수 있다. 갈등이 커지면 합리적 대안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양측 모두에게 강조하고 싶다." 

Q. 병원과 학교를 떠난 의대생·전공의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가수 이효리 씨가 최근 국민대 졸업식 축사에서 '인생은 독고다이다. 너의 생각대로 살라'고 했다. 맞는 얘기다. 요즘 젊은 세대는 누구 말을 듣기 보다 본인의 가치와 신념에 따라 움직인다. 젊은 의사들도 누구의 말에 휘둘리기보단 본인 가치에 따라 내면의 목소리를 믿고 판단했으면 한다. 

나도 전공을 외과에서 가정의학과로 바꾸고 의료계에서 정치계로 입문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그때마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다. 고통은 따르겠지만 분명 미래에 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는 자양분일 것이다. 지금 하루하루 단순히 시간이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의사가 될 것인지, 어떤 세상과 의료시스템을 만들고 싶은지 고민하고 내가 그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지 준비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조언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국회 신현영 의원실로 찾아와 문을 두드려달라. 함께 고민하겠다." 

Q. 국민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환자들이 하루하루 고통을 받고 있다. 의료와 의사에 대한 원망이 커질 것 같아 걱정이다. 하지만 국민들도 필수의료 생태계를 살리는 정부 정책이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해선 냉철한 판단을 해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꼭 그 판단을 총선에서 투표로 보여주셨으면 한다.

장기적으로 보건의료 제도를 잘 설계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 그런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당에 제대로 된 보건의료 제도 수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민주당도 국민과 정부, 의료계, 정치가 원활히 소통하고 더 나은 의료를 위해 협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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