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은 전임 집행부부터 PA 2년 교육제 논의?…국립대병원만 1000명 넘는 PA 현실적 대안 있나

필수의료 수가 책정·PA 법적 업무범위 명확화 등 제도적 보완부터 이뤄져야…진료보조사제도도 제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대병원 진료보조인력(PA) 양성화 논란에 대한 의료계의 출구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대병원 진료보조인력(PA) 양성화 논란에 대한 의료계의 출구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각자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어떤 방향성을 갖고 정부와 의료계 각 직역단체들이 논의를 이어가게 될지에 대한 견해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 PA 타협점 찾다보면 면허 범위 관련 타 이슈 역풍 우려도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내에서도 일부 온건파들 중에서 이제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공공연하게 PA가 운영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이를 논의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마련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 반대 입장만을 고수하다 보면 오히려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의협의 주장 자체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온건파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국내 병원에 PA가 존재하는 것은 의료계 공공연한 비밀로 그 인원 추세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국회 교육위원회 이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0개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PA인력 분석 자료에 따르면 현재 10개 국립대병원에서 활동하는 PA만 총 1003명이었다. 구체적으로 서울대병원이 175명, 경상대병원 162명, 부산대병원 159명, 충남대병원 132명 순이었다. 이 중 외과 분야 PA가 672명으로 67%였고 내과 분야가 258명으로 25.7%를 기록했다.
 
PA간호사들의 수술참여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은 2016년 PA 수술참여 건수가 5108건 중 단 62건에 불과했으나 2019년엔 5080건 중 1381건으로 늘어나 전체 수술의 27.2%에 PA가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도 5년 전인 2016년 이미 수술 참여도가 90.5%에 달했고 2019년에는 8044건의 수술 중 7582건(94.3%)에 PA가 참여했다. 
 
 국립대병원 PA 근무 현황. 사진=이탄희 의원실 제공

반면 대다수 의협 관계자들은 원칙적인 반대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PA 문제가 단순히 진료를 보조할 수 있는 간호사 인력 논의에만 국한되는 사안이 아니라 의료 면허 제도나 의사인력, 관련 수가 등 문제와도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자칫 어느정도 PA 문제에 대한 타협점을 찾다보면 얽혀 있는 다른 사안에서 의협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PA문제는 현장에서 의료법에서 정하고 있는 면허 범위가 부정확하다는 점에서 생기는 문제로도 볼 수 있다"며 "같은 맥락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등도 의료 면허와 관련된 또 다른 이슈다. PA와 관련해 논의의 여지를 열다보면 비슷한 맥락의 다른 이슈에서 굉장히 난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외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취하기 위해선 내부적으로도 입장을 명확히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더 이상 반대만 하지말자는 의견도 일부 있었으나, 대다수는 PA문제가 협의를 하거나 어느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병협, 전임 집행부부터 2년 교육제 PA 도입 논의…PA·의료인력 확대 함께 병행?

반면 병원협회는 이번 기회에 PA 문제를 양지로 끌어올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찾아가야 한다는 입장이 확실한 상태다. 이에 더해 병협이 의료인력 확대 논의에도 다시 불씨를 지필 가능성도 점쳐진다. 

병협 고위 관계자는 "일부 기피과 의료인력이 부족한 문제를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PA는 더 이상 감출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멀리보고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할 주요 아젠다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는 의협과 병협이 PA를 놓고 조금 다른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의협 이필수 회장은 여러 부분에서 합리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듯하다. 전체적인 의료시스템을 봤을 때 이번에야 말로 PA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병협 관계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병협 측은 이미 전임 임영진 집행부에서부터 PA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해왔다. 

구체적으로 PA간호사에 대한 2년 정규 교육과정을 만들어 PA를 제도적으로 양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간호사 면허와 별개의 2년 교육 과정을 만드는 것이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반대 주장으로 인해 무산됐다. 

특히 병협은 최근 PA 문제와 더불어 의사인력 확충 방안에도 다시 가속도를 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병협 관계자는 "26일 병협 정영호 회장이 경기도병원회에서 의사인력 확충 논의에 대해 언급했다. 회장이 되면서부터 의사인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논의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많았다는 취지였다"며 "결과적으로 향후 의사인력 확대를 위한 논의를 더 해보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PA 문제가 단순히 의사 직종간의 논의 문제로 끝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실태조사를 통해 제도적인 준비부터 우선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태조사 통한 수가·필수의료 문제 등 제도적 준비 선행돼야…진료보조사 등 대안도

그렇다면 음지화돼 있는 PA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무엇일가. 

전문가들은 PA 문제가 다양한 의료환경과 인프라, 사회 시스템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의사 직종간의 논의 문제로 끝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실태조사를 통해 제도적인 준비부터 우선 마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미국은 PA자격을 부여받는 교육 과정이 따로 있고 의사인력에 대한 현황, 필요성 등이 국내와 다르다. PA문제는 단순히 일반 간호사, 혹은 서울대병원 단독으로 양성 여부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공감대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PA문제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수가 등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이와 관련해 어떤 방식의 대안이 필요한지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며 "PA가 존재하는 다양한 해외 국가 사례와 국내 대형병원들의 실태와 PA 현황 조사들이 이뤄져야 하고 내부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제도 등 대체 가능한 제도적 세팅도 보완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김현주 가정의학과교실 교수는 'PA 현황과 의료법적 문제점' 연구에서 "PA는 현재 불법이기 때문에 정체성이 모호하고 전공의 수련업무, 간호사직과의 관계도 중첩된다"며 "법적 근거를 통해 어느 범위까지 환자의 치료에 관여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의료계, 정부, 법조계 등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에서 연구된 PA 관련 정책 대안은 대한의학회가 'PA 제도 연구'에서 소개한 '(가칭)진료보조사' 제도가 있다. 해당 연구는 의학회가 복지부 의뢰를 받아 2011년 실행한 것으로 PA를 별도 직역으로 양성하기 보단 일정한 실무 경력을 가진 간호사가 소정의 교육과 역량 확인 절차를 거쳐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당시 연구를 진행했던 국립암센터 왕규창 신경외과 교수는 "진료보조사는 일정의 교육을 거쳐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을 얻어 활동하게 된다. 배출 인원 관리, 교육, 역량 확인 절차 등은 복지부의 감독 하에 의사 단체가 관여해 운영하게 되는 구상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진료보조사 구상안에 따르면 이들은 일정한 기간마다 재인정 절차를 밟아야 하고 의사의 감독 하에 업무를 수행하며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 또한 부적절한 의사 인력 대체를 방지하기 위해 업무에 따라서 진료보조사 고용의 수적 한계를 둘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간호계도 PA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호서대 문혜경 간호학과 교수는 'PA 제도 개선방안 통합 연구'에서 "PA를 전문간호사와 별도로 구별해 반드시 필요한 진료과별 업무 영역을 명확히 제시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며 "또한 체계화된 교육 시스템 개발과 이들의 역량강화와 동기부여를 증진시키기 위한 이직 및 사직률 관련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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