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하는 의사들도 대형병원의 근로자일 뿐이다...법적 처벌만 운운하는 '의사의 봄' 개봉

영국의사회 지난 1년간 10차례 파업, 의료활동 11만건 취소에도 환자 피해 미미...언론도, 대중도 정부보다 의사 지지

[칼럼] 안덕선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세계의학교육연합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영국의 정론지인 가디언(The Guardian)지는 올해 초 영국의 젊은 의사의 파업에 관한 기사를 게재했다. 가디언지는 수익 창출을 위한 산하 기업도 없는 적자투성이의 신문으로, 보수적이고 노동당 친화적으로 평가되나 공정한 보도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참조 대상이 되는 정론지로 정평이 나있다. 

영국의 전공의와 전임의가 주된 구성인 젋은의사회(Junior Doctors Network)는 2023년 3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무려 34일간 총 10번의 파업을 했다. 영국 역사상 가장 긴 파업이었고 약 11만건의 의료 활동이 취소됐다. 

파업의 이유는 2008년 대비 실질소득의 26.2% 감소로 대폭 임금인상을 요구했는데, 정부와 이견 조정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협상 타결이 되지 않아 4만 7000명의 의사회원은 파업 재개에 대한 투표가 예정돼 있다. 

의료가 국민 기본권이고 의료가 대형 기관에 의한 조직 의료로 전환된 현대에서 의사는 자유업의 특성을 상실해 가고, 점차 근로자화 과정을 겪고 있다. 국제적으로 정부나 의료기관의 경영자에 대해 의사의 신분보장과 의료가치 수호를 위해 종종 의사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권이나 정부가 의사 파업을 무조건 불법으로 간주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주장하며 의사면허를 볼모로 파업에 동참했다며 면허 박탈로 겁박을 하고 있다. 반면 가디언지는 의사가 과연 생명을 볼모로 하고 있는지, 영국 의사 파업에 의한 환자 안전 위협의 우려에 대해 정론 기사를 보도했는데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관련 기사=]

영국 젊은의사회의 가장 최근 파업은 2024년 1월 영국 사회가 특히 바쁜 시기를 택해 6일 간 지속돼 환자안전에 실질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의사 파업이 모든 근로자의 파업처럼 최대효과를 위해 일 년 중 가장 압박이 심한 기간에 6일간 총 144시간동안 지속했다. 당연히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민보건서비스)도 젊은 의사의 파업으로 의료기관이 매우 취약한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병원이 예측할 수 없는 긴급 상황에 직면한 경우 영국의사회(BMA)와 NHS가 공동 서신으로 직장 복귀를 요청을 제안했으나, 영국의사회는 다른 모든 방법이 소진된 경우에만 복귀 요청에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영국의사회는 젊은 의사 파업의 단순히 일상적인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꼼수(변형 프로세스)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가디언지는 이어서 2023년 파업으로 인한 사망자 증거를 주장이 있었으나 연관성을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유럽 응급 의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Emergency Medicine)에 게재된 연구 논문 결과를 소개하고, 영국의 2023년 3월과 4월 젊은의사회의 파업 기간 중 응급실 사망률은 파업이 없는 날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2016년 젊은 의사의 파업을 조사한 최근 연구에서는 흑인 응급환자의 재입원율이 더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응급 환자의 사망률이나 재입원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됐다. 부연해서 설명하자면 사전 공지된 파업은 환자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의사 아들 출신인 영국 수상 수낵은 과거 기록적인 의료 대기에 대해 NHS 직원들을 비난했지만, 지난 10월 조사에 따르면 파업으로 대기자 명단을 3% 정도 증가시키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영국의사회는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의사집단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도 정부의 의사 파업 유도와 총선 대비 음모론도 돌아다니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영국 의사 파업에도 불구하고 영국의사회는 가장 최근의 여론 조사에서 젊은 의사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9월에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 IPSOS의 조사에 따르면 53%의 대중이 의사를 지지하고 이는 구급대원과 간호사보다는 적지만, 고위 의사직(Consultant)보다 높고 타 부문의 파업 노동자보다 더 높았다. 이 지지율은 지난해 4월 같은 조사에 비해 단 1%가  하락한 것이다.

지난 9월 유고브(YouGov) 여론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45%대 21%의 차이로 영국의사회보다 정부를 더 비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PSOS가 실시한 크리스마스 여론 조사에서는 NHS 직원이 교사, 잉글랜드 여자 축구팀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좋은 목록'의 최상위에 올랐다. 물론 파업이 계속되면서 이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파업을 할 때마다 젊은 의사의 평판이 더욱 하락한다는 주장은 아직 큰 의미가 없다고 가디언지는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의사들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하나, 양측 모두 협상할 의향이 있고 상대방은 비타협적이라고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회담 실패를 두고 상호 비난하고 있다. 양쪽 모두 어느 정도 옳다거나 어느 한쪽이 더 불합리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양측 사이에 남아 있는 근본적인 격차 때문에 회담이 결렬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당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 때까지 분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가디언지 기사를 보면 민주주의 성숙한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진보적이고 친노동당적인 정론 언론이 보여주는 기사 내용을 보면 가디언지가 왜 존중받는 언론기관인지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사정과는 비할 수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진보언론이나 보수언론은 그저 '의사 집단은 돈에 환장하고 환자에게 해악을 미쳐 강력하게 법으로 더욱 압박을 해야 할 잠정적 형사범의 집단'으로 몰고 있다. 이런 사악한 집단이 더 필요해 급속히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모순적 주장을 하고 있다. 졸속행정에 의한 학생 수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질 낮은 교육의 효과는 아마도 더 사악한 집단 구성원의 배출로 보이는데, 의대 열풍은 과히 사회적 광풍에 가깝다.  

가디언지는 몇 달 전 우리나라 대통령이 영국 국빈 초청에서 여왕 조문을 하지 않았다는 점과 미국 방문에서 조 바이든과 대화 후 1분 만에 보좌관에게 마이크도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 국가 정치인을 이 새끼들이란 욕설로 지칭해 외교 결례에 추태를 보인 사태를 보도했다. 의사 파업을 이유로 형사 처벌과 면허 박탈을 해대는 세계 최고의 의료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를 국제사회가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영국 언론에선 의사가 환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표현을 찾아볼 수가 없다. 

현재 정권의 의사 집단에 대한 겁박은 마치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이 북한 중국, 러시아 수준을 조금 상회한 것으로 보이고, 필수 의료 붕괴라는 만성적 정부 정책의 실패를 전문직의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인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에서 자유민주주의 신봉자인 현직 대통령이 검사 시절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의사협회장을 감옥으로 보낸 경력을 보면 현재의 정권의 강경한 모습이 어디에서 오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가족에게 조폭 수준 이하의 쌍욕을 해대고 공중부양 황제 의료를 즐겼던 평등민주주의의 지도자도 모두 실제 행동은 전체주의 옹호자로 보인다.

의사 파업을 이용해 의사 집단에게 사회적 혐오를 부추기는 정부의 계산된 치밀한 움직임이나, 이를 동조하는 언론의 모습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녹색 제복의 의료보안 사령관인 보건복지부 차관을 앞세운 바지 국무총리가 포고령을 내릴 태세이고 공안이 칼춤을 추는 ‘의사의 봄’이 개봉될 모양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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