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공의 40시간 수련 해결 난항, 복지부 책임론 커져

의학회·대전협 입장 뚜렷, 복지부는 논의 더 필요하다는 입장만 반복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근로기준법에 따른 임신 전공의 주 40시간 수련 문제가 해결에 난항을 겪으면서 보건복지부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22일 개별 주체의 입장을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학회는 이미 임신 전공의 수련시간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지만, 복지부는 여전히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신 전공의의 경우 수련시간을 주 40시간으로 한다는 ‘전공의 수련규칙 표준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후 각 학회에 이와 관련한 의견을 요청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산부의 경우 모성보호 등에 따라 주 40시간 이외에 추가근무가 불가능하다. 이를 두고 대전협과 의학회는 의견을 달리했다. 대전협은 임신 전공의는 주 40시간 수련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추가 수련은 부당하다고 했다.
 
의학회는 지난달 28일 26개 학회가 모인 대책회의에서 해당 내용을 논의했다. 당시 의학회는 임신한 전공의가 주 40시간 수련을 하는 경우 추가수련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이것이 논란이 되자 임신한 전공의가 주 40시간 수련을 받고 추가 수련을 하거나, 전공의특별법 개정을 통해 임신한 전공의라도 그대로 주 80시간 수련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제안했다.
 
의학회와 대전협이 뚜렷한 입장을 밝혔음에도 복지부는 아직 관련 단체와 논의를 더 해보겠다고 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곽순헌 과장은 “의학회와 대전협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보완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라며 "계속해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학회와 대전협은 복지부가 뚜렷한 입장을 발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내과학회 엄중식 수련이사는 "전공의 수련과 관련한 최종 권한과 책임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있다"라며 "그럼에도 복지부는 이번 문제를 의학회에 던져놓았고, 이것이 의료계 안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셈이 됐다"고 했다. 엄 이사는 "이미 의학회와 대전협은 입장을 밝혔다"라며 "만약 복지부가 임신한 전공의에게 무조건 주 40시간으로 수련시간을 제한한다면, 학회는 따르면 된다"고 밝혔다.
 
엄 이사는 "임신 전공의에 대한 모성보호에는 이견이 없지만, 학회가 우려하는 것은 모성보호와 수련시간 단축은 별개의 문제라는 데 있다"라며 "어떤 보완책도 없이 임신 전공의 수련시간을 줄이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수련인지 아닌지 평가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 등은 주 40시간 근무에 대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라며 "학회가 외국에서 수련을 받은 전공의 2명을 인터뷰한 결과, 임신으로 주 40시간을 근무하고 이후 추가 수련을 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 이를 원치 않는 임신 전공의는 그대로 근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엄 이사는 "전공의 80시간 수련은 신체적·정신적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수련시간으로 마련했다"라며 "40시간으로 수련이 가능하다면, 이를 임신한 전공의에게만 적용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대전협 안치현 회장은 "근로기준법을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다"라며 "복지부는 원칙에 입각해야 하는 것이지 학회의 이름을 빌려서 새로 법을 개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안 회장은 "복지부는 이 원칙에 따라 현실에 맞게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복지부는 그동안 임신 전공의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40시간만 수련 받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방관했다"라며 "이 과정에서 인력이 문제가 된다면 대체인력을 구해야 하며, 수련이 문제가 된다면 수련과정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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