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제도화…장비와 인력 지원, 보상, 잠재적 의료 분쟁에 의사들이 안심할 정책을 마련해달라

[칼럼] 안덕선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새 정권에 들어서도 비대면진료가 다시 의료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인 6월까지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정작 의료계는 비대면진료가 갖는 한계로 비대면진료의 법제화에 매우 소극적이다. 그러나 병원계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의원급이 이미 비대면진료의 70%를 차지해 병원급에 비대면진료를 확대 허용해도 환자 쏠림의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면진료에 대한 찬, 반 논쟁은 지난 수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해왔던 터라 이제 오래된 진부한 이야기(same old story)처럼 들리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 세계적으로 비대면진료 급부상 

2020년 이후 코로나 감병병 사태는 비대면진료에 별로 관심이 없었거나 이용이 활발하지 않았던 나라들도 비대면진료로 감염병 사태의 미충족 의료를 해결했다. 이런 시대적 의료형태의 변화에도 우리나라 의사들이 여전히 소극적인 이유는 비대면진료의 한계로 인한 위험부담,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이 다시 의사에게 귀속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진료로 오진이나 장비의 고장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 확실한 안전장치가 없는 한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의료가 형사 범죄의 대상인 나라의 모습이다. 

프랑스는 2000대 초기부터 비대면진료를 검토하고 우선 의사와 의사 간 협력과 소통구조로 제한적인 출발을 했다. 이후 의사면허기구의 비대면진료에 대한 의학적이고 윤리적 고찰을 거쳐 2018년 비대면진료를 본격적으로 출발했으나 초기 성과는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함에 따라 비대면진료에 대한 선택의 여지는 없었고 공중보건 위기에서 대안적 진료로 급부상했다. 비대면진료의 지원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필요 장비도 의사에게 지원했다. 당연히 비대면진료 이용이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환자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노인 취약층이나 거주와 이동의 독립성을 상실한 환자는 단순한 임상적 감측(monitoring)이나 민원성 질문 또는 정기적이고 동일한 반복적인 진료는 비대면진료를 선호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복지부가 비대면진료를 우선 재진으로 한정시킨 결정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이미 오지의 의료취약층은 비대면진료가 시행됐다. 병원계의 확장된 비대면진료 주장은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확고한 의료정책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3차 병원이 고난이도 중증위주의 진료를 담당해야 하는데, 3차 병원이 비대면진료로 만성질환 관리를 한다는 것은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라는 정책과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증외상환자 등 응급상황에서 3차병원의 비대면진료는 제한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원거리에서 비대면진료로 환자 중증도에 따른 임상적 판단과 환자 전원과 이송 결정을 위해 병원이 비대면진료로 분류진료(Triage)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진료에서 근로 보상이나 의사결정기구도 중요한 사안 

비대면진료 도입에서 근로 보상도 중요한 사안이다. 시간 소요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필요한 경우에도 직접 대면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면진료보다 낮게 차등 수가를 부여한다면 비대면의 편의성보다는 높은 위험도가 동기 부여를 위축시킬 것이다.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비대면진료를 도입하려 한다면 이것도 착각으로 보인다.

비대면진료에서 직접 만나서 보고 이야기하자는 진료 담화의 개연성도 매우 높아 결국 의료비 절감이 아닌 진료 중복으로 의료비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 우리 의료문화에서 보장성강화 정책인 문케어가 사실상 '망케어'가 됐듯, 적절한 보상과 적절한 사용자 지침이 없다면 비대면진료 역시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미 의료접근성이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는 의료과소비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비대면진료가 의료과소비를 더욱 가속시키는 새로운 미끼 상품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선진국은 초고령화 사회에서 의료와 복지가 결합해 만성질환 관리, 노인 주거, 환자 이송 등을 위해서 다양한 사회적 제도를 마련했다. 그중 통합돌봄은 무분별한 혹은 반복적인 소모성 입원을 지연시키거나 방지하는 것이 큰 목적이다. 병원의 집중적 치료가 불필요한 경우 단독 주택, 집단주택, 의료화 은퇴자 거주집단, 요양원 등 다양한 시설에서 병원 입원보다는 환자 거주지에서 의료를 제공하는 투벽돌봄(Transmural Care:透壁)을 구축했다. 고령화 사회의 통합돌봄은 거주시설에서 다양한 보건의료직의 비대면진료나 상담도 필요로 한다. 

프랑스의 HAS국가최고보건위원회(National Authority for Health)는 법정단체로 비정부 공중중개기구(Public Inter-mediating Institution)로 예산과 운영이 독립적이다. 모든 의약품, 의료장비, 신기술, 돌봄의 질, 의료기관 등 보건에 관련된 제반 사안을 평가하고 지침과 권장 사항을 제정하는 역할을 한다.

중립성과 독립성으로 보건의료에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다. 7인의 위원회는 재정부, 보건부 등 정부부서와 보건의료 전문직단체, 환자단체, 연구기관 대표자가 위원으로 구성되고 산하에는 8개의 세부 위원회가 존재한다. 믿을 만한 사회적 중개기구가 독립성을 담보하고 공정한 평가와 심사를 거쳐 문서화 한 지침이나 권장 사항은 한 나라의 보건 분야의 규범을 만들고 있다. 프랑스 의사면허기구는 의사에게 비대면진료 지침을 제공하고 있고 HAS는 비대면진료의 Good Practice에 대한 규범과 함께 18개 이상의 다양한 보건의료직에 필요한 비대면진료 지침도 출간해 프랑스에서 비대면진료가 안전하고 윤리적이며 편리한 제도로 정착되도록 인도하고 있다. 

비대면진료, 찬반 논의에서 진전된 논의가 필요한 시점  

이제 우리 사회도 비대면진료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 됐다. 그러나 논의의 출발이 의료 요구가 아닌 산업이나 경제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환자의 편의나 의료의 혁신이 아닌 새 정부의 먹거리 창출로 등장했다. 의료계의 산업화와 상업화에 대한 우려는 비대면진료의 논의 초기부터 이차적 이득에 대한 거부감과 의구심을 갖게 했다.

물질적 풍요가 거의 국가철학처럼 되어버린 나라의 모습인지, 비대면진료의 의료적 성과보다는 신성장 동력을 위한 새로운 산업의 창출로 의료 성과보다는 경제적 효과가 주된 관심사처럼 보였다. 산자부나 경제계의 비대면진료 추진이 이해당사자인 의료계와 차분한 검토가 필요한데 마치 의료계의 정당한 비판적 시각을 의사의 기득권 수호로 폄훼해 진정한 논의의 진척을 방해하고 있다. 

의료계는 새로운 기술이 혹시라도 윤리적인 문제나 환자에게 해악을 끼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비대면진료의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이를 이용하는 의사에 대한 피해도 없어야 한다. 특히 의료의 형사범죄화가 된 우리나라에서 비대면진료의 한계로 인한 의료분쟁을 형사법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장치가 보장되지 않는 한 의료계가 주저할 것은 당연해 보인다. 반면에 의료계가 국제적, 시대적 변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적인 사회적 시각도 피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얼마 전 국립대와 지역거점공공병원과의 공동수련 토론회에서 새로운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청와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의료에 관한 사회적 차원의 다양한 논의에서 국민과 사회 그리고 전문직이 모두 신뢰할 만한 구조와 권위를 갖고 최종적인 전문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회적 기제(social institution)가 없다 보니,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답답한 사안은 다 청와대로 수렴하는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의료에 관한 한 대한의사협회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사회적으로 이미 이익집단으로 각인된 이미지가 공중적 사안(public affairs)에 대한 권위를 인정받기 쉽지 않다.  

민주화와 사회 투명도 그리고 정치적 성숙이 앞선 선진국에서 보여주는 사회적 중개기구의 육성과 존중은 당·정·청이 주요 사회적 사안을 결정하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시사하고 있다. 전문분야의 사회적 차원의 의사결정에서 정부도 민간단체도 이익단체도 아니고 정권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 중립성과 전문성이 철저히 보장된 진정한 독립 중개기구의 존재와 역할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도 사회적으로 중차대한 의료 사안에 대해 정치 선진국과 같이 이해당사자 모두 사회적 수용이 가능한 상설 독립 중개기구에 최종 결정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사회적 기제가 필요하다.

비대면진료의 원론적인 찬, 반 논의에서 이제 무엇인가 다음 단계를 위한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비대면진료가 시대적 요구와 변화에 부응하는 것이라면 비대면진료 체제구축을 위한 장비와 인력 지원, 근로 보상, 그리고 잠재적 의료분쟁에 대해 의사들이 안심하고 믿을 만한 정부 정책은 과연 무엇일지 매우 궁금하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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