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감염병 전문병원·감염병 연구소 유치전..."하드웨어 설립의 문제 아냐"

"지속적인 정부 지원, 진료와 연구 통합할 수 있는 인프라, 전문성 있는 인력충원 등이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감염병 전문병원과 국립 감염병 연구소 설립에 가속도가 붙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설립 이후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감염병 전문병원에 지자체들이 뛰어들고 있지만 단순히 하드웨어 설립만이 아닌 진료와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통합적인 인프라가 중요하다. 또한 병원과 연구소에서 근무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인력 배치도 필요하다.  
 
감염병전문병원, 중부권 4곳·영남권 7곳 병원 유치 밝혀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추가경정안에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 설립을 위한 예산을 확정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전문병원과 연구소를 통해 감염병 대응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1병실 내 1병상을 기준으로 36개 이상 음압격리병상과 음압수술실 2개 등 감염병전문병원의 경우 신규 설립에 409억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이에 각 지자체들의 유치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1일 광역지자체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감염병전문병원을 대형병원 한 곳이 아닌 권역별로 유치한다고 밝혔다.
 
우선 수도권은 국립중앙의료원이 전문병원으로 지정됐고 2017년 8월 조선대병원이 호남권역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이번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은 중부와 영남권이 적임지로 꼽힌다.
 
현재 중부권은 충청남도와 충청북도, 대전시가 도전장을 냈다. 특히 충북은 오송에 밀집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의료기관 등 인프라를 경쟁력으로 내세워 충북대병원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외 충남은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 천안병원, 대전은 충남대병원을 최적지로 내세웠다.
 
영남권은 대구시와 부산, 경상남도 등 7개 병원이 유치에 나섰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대구시는 대학병원 4개 기관이 참여해 관심을 끌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는 감염병 대응 경험에 있어 큰 강점이 있다"며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와 메디시티협의회 등 지원도 이뤄질 수 있어 감염병전문병원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는 5월 중 선정평가를 거쳐 6월 지정·고시 후 7월부터 설계와 사업추진 일정이 진행된다.
 
국립감염병연구소 유치에 익산시 적극적…“기존 인프라 활용”
 
국립감염병연구소 유치에도 시동이 걸렸다. 정부는 감염병연구소 설립에 4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4월 7일 ‘2020년 3차 긴급현안지정 국가연구개발사업 학술연구용역(국가 바이러스 및 감염병 연구소 설립, 운영 기본계획 수립) 입찰을 안내했고 같은달 16일 재공고 입찰을 냈다. 질본은 해당 연구비 3억과 인수공통감염병 등 신종 감염병 대응 연구에도 1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감염병연구소 유치에는 전북 익산시가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익산시는 감염병연구소 유치를 위해 지난 19일 정책협력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익산시 측은 전북대와 원광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인력과 자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 단위 감염병 연구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익산시는 근처 관련 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감염병 연구에 최적지가 될 수 있다"며 "연구소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감염병연구소 설립과 관련해 운은 띄어진 상태로 아직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연구소 운영 관련 가이드라인 등을 발표해야 지자체들이 구체적인 준비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연구소 유치에 관심이 있는 자치단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구소 설립은 바이러스를 핸들링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 등 기존 인프라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도적 정부 지원·분산 연구분야 통합·인력 확보 등 문제점도
 
이와 함께 감염병전문병원과 감염병 연구소 운영을 위한 다양한 문제점도 지적된다.
 
실제로 최근 음압격리병상 30개를 추가 설치하고 감염병전문병원을 상시 운영하기로 한 국립중앙의료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감염병전문병원의 기능들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선 중앙정부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법과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방역과 진료의 역할 구분과 환자진료체계 명확화도 빠른 시일내에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감염병 연구를 위해 각 분야별로 나눠져 있는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모으는 일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양의대 예방의학교실 한동운 교수는 "인수공통감염병 연구는 의학과 함께 수의학, 약학 등 다양한 분야 학문이 함께 연구돼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국내 상황은 뛰어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 연구 인력이 통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전문병원이 설립되더라도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전문병원 운영을 위해선 감염내과 전문의 등 의사인력과 함께 훈련된 간호인력이 필요한다"며 "지방에서 의료진 확충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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