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정원 확대 공식화에 치열해지는 여야 '눈치' 싸움

총선 전 이슈 선점 위해 여당은 '파업없는 원만한 정책 추진' VS 야당은 '지역의사제·공공의대' 중점

정부가 19일 의대정원 확대 정책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이슈 선점을 뺏기지 않기 위한 여야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19일 의대정원 확대 정책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여야 셈법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의대정원 증원 문제가 최대 아젠다로 떠오르면서 이슈 선점을 뺏기지 않기 위해 여야 모두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실상 19일 의대정원 확대 발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윤석열 정부가 꺼내든 회심의 카드로 평가된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의료계 총파업으로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무산된 이후, 재차 정책을 풀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이날 발표된 정부 발표 핵심 내용 중 '국립대병원 보건복지부 이관' 문제 또한 2005년 노무현 정부와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됐지만 의료계 반발로 실패했던 전력이 있다. 이번 정부에서 의대정원 증원과 함께 국립대병원의 복지부 이관까지 완성시킨다면 여당으로선 주요 개혁 의제를 모두 성공시키는 셈이 된다. 

민주당, 표면적으론 환영하지만 한발 나간 이슈 선점에 집중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당은 표면적으론 정책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정책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19일 의대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의료 인력 양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공·필수·지역의료 살리기 태스크포스(TF)'를 신속하게 구성했다. 

이날 김성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TF를 통해 단순히 의사 수 늘리기에 머물지 않고 보건의료체계 자체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책 목표는 비슷하지만 세부 방안에선 정부 발표안과 차별화를 뒀다. 기존 의대 등을 활용해 정원을 늘리고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이 중점이 된 정부안과 달리 야당은 한발 더 나아가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신설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지역 공공의료와 필수의료에 특화된 인력 양성이 병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부의장은 "수가를 올리고 의사 수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결국 국가가 공공의료를 위해 지역필수의료에 근무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덩달아 공공의대 설립을 촉구하는 움직임에도 탄력이 붙었다. 전남권 공공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민주당 소병철·김원이 의원은 18일 삭발실까지 거행하며 공공의대 설치 특별법 통과를 촉구했다.  

야당 내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19일 복지위 국감에서 "의대정원 증원은 한덕수 총리도 국민 상당수가 지지한다고 언급한 부분이고 설문조사에서도 국민 70% 이상이 찬성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도 "의사들 눈치가 보여 증원 규모 확정이 무산된 것 아니냐. 조속히 확대 규모를 확정하라"고 지적했다. 

전 정권과 다르게 파업 없이 문제 해결 중점…'의사 형사처벌특례' 당근책 꺼냈다

반면 여당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미 정부 정책 발표를 통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태라, 큰 반발없이 정책만 추진시키면 된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당은 의료계와 논의를 위한 간담회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대정원 증원 규모와 속도 등을 결정하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 이를 통해 오늘 발표한 내용을 더 구체화하고 최종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만큼은 파업과 시위없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선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만한 협상을 위해 정부여당이 꺼내 든 카드는 채찍이 아닌 당근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직접적으로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언급하며 "정부가 책임보험 시스템을 만들어 의료진 형사 리스크를 완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정부 발표안에도 '의료인 형사처벌특례' 범위 확대가 포함돼 있다.

의료인 형사처벌특례는 의료계 숙원사업으로,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도 취임 당시부터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 있다.  
 
국회 상황에 정통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정원 문제가 총선 이전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슈 선점을 위한 여야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여당은 의료계와 협상을 통한 원만한 정책 추진에, 야당은 의대정원 확대에 더해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추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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