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점검]② 본사업 이전 제도 기반 마련…플랫폼 규제 위기이자 기회

복지부 가이드라인은 향후 나올 비대면진료 법률의 초석…의료행위 초점 맞춘 가이드라인도 추가돼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대면진료 점검
①우후죽순 생겨나는 플랫폼 기업들...서비스 늘리고 수익 모델 찾고
②본사업 이전 제도 기반 마련…플랫폼 규제 위기이자 기회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가 본사업으로 넘어가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한창이다.

보건복지부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가운데 비대면진료만 하는 의료기관과 약국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대면진료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비대면진료 규제 방향이 향후 산업의 큰 흐름을 다시 설정할 수 있는 기회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비대면진료 현행법 위반 사례 우후죽순…플랫폼 규제 목소리도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2022년 5월 사이에 비대면진료 중 발생한 현행법 위반 사례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행정처분 및 고발돼 수면위로 드러난 것만 9건에 달한다.
 
그동안 본격적으로 비대면진료가 확대되기 위해선 우려되는 부작용과 더불어 현재 의료체계 내에서 시스템을 교란시키지 않는 범위로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일례로 최근 대표적인 비대면진료 플랫폼인 닥터나우가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를 내놓자 서울시의사회 등 의료계 고발이 이어졌고 결국 보건복지부가 나서 해당 서비스가 약사법 및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구체적인 현행법 위반 소지는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금지한 약사법 제68조 제6항 ▲약국 ‘자동매칭’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방안 위반으로 약국개설자가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한 약사법 제50조 제1항 ▲의약품 판매를 알선하거나 광고할 수 없도록 한 약사법 제61조의2 1항 ▲의사가 실질적으로 진료를 하지 않고 단순히 환자가 요청하는 약의 처방만 한 경우라면 의료법 제17조의2 제1항이다.
 
논란 끝에 최근 중단된 닥터나우의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

이에 따라 야당과 의료계를 중심으로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8일 관련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는 비대면진료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보건의료에 대한 낮은 인식만 보여주고 있다. 의료쇼핑과 약물남용을 부추기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대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병기 의원도 10일 플랫폼 공공화 국회토론회에서 "단순 상인이 아닌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은 광고와 중개가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지만 최근 광고·중개 등이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변호사, 의사들이 몸살을 겪고 있다. 공공성이 강조되는 전문직의 경우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부작용이 너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 중개‧알선 금지가 핵심
 
복지부도 지난달 28일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안)’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담긴 주요 사항은 ▲의료서비스 및 의약품 오남용 조장 금지 ▲중개업무∙호객행위 금지 ▲알선∙유인∙중재행위 금지 ▲환자∙의료인∙약사의 개인정보 보호 등이다.
 
플랫폼 업체의 세부 준수사항은 ▲환자 본인 여부 확인 방법 마련 ▲의료기관의 약국 처방전 전송 시, 환자의 약국 선택권 보장(약국∙약국 개설자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약국 위치에 따른 대체 조제 가능성 안내 ▲처방전 재사용 등의 문제 방지 ▲환자에게 처방 의약품의 약품명∙효과∙가격 등 정보 안내 불가 등이다.
  
복지부는 비대면진료만 하는 의료기관이나 배달만을 하는 약국은 금지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현안보고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비대면 진료 관련 부작용을 막기 위해 플랫폼의 영업행위와 보건의료법령 위반 행위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향후 한시적 허용을 넘어 제도화 과정에서는 비대면진료 전용 의료기관, 배달전문 약국 등을 금지하고 재진을 제한하며,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등 보완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복지부는 배달전문약국 등은 현행 보건의료시스템상 환자에게 의약품 판매 등 약국의 역할에 대해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 관련 지자체 등에 적의조치를 요청한 바 있다.
 
의료계는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에 대해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라잡이 정도의 수준으로 평가하면서 향후 진료적 관점의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고 봤다.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김성근 회장(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비대면진료 플랫폼 활용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다수 드러나다 보니 급하게 '하지말라'는 금지 조항이 명시된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흡하긴 했지만 산업과 관련 업체들에 대한 길라잡이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는 산업계에 국한해 법률의 한계를 정해주는 정도의 기준을 설정한 것이라면 앞으론 의료적 관점에서 '할 수 있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비대면진료의 범위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유럽‧일본 등 온라인 플랫폼 규제 본격화…“피할 수 없는 흐름”
 
비대면진료와 이에 따른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세계적인 추세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진료 자체가 급작스럽게 증가하고 관련 기술이 발달하면서 법과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기존에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비대면 진료의 폭이 코로나19 이후 일부 넓어졌다. 지난해 4월부터 초진에서의 비대면 진료까지 허용됐으며, 화상진료뿐 아니라 전화진료도 가능한 상태다.
 
이에 일본 일차의료학회(JPCA)는 최근 정부 등과 함께 비대면 진료 가이드북을 발행했다. 해당 가이드에 따르면 ▲플랫폼 업체들은 원격진료 접속을 지원하고 ▲초진은 주치의에 의해 대면진료가 권고된다. 이외 대면진료가 반드시 필요한 증상과 처방할 수 없는 의약품 리스트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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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 등도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지배적 위치 선점에 따른 독점과 갑질 등을 규율하는 법안을 연이어 제정 중이다. 우선 미국은 온라인 독과점 패키지 5법안이 발의돼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중 플랫폼 독점 종식법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이 해당 플랫폼을 이용해 재화 등을 판매 또는 공급하는 경우 이해충돌로 규정해 철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은 소위 킬러인수를 금지하고 미국 선택 및 혁신 온라인법은 자사우대 및 차별취급을 제재하고 있다. 서비스 전환 허용에 따른 호환성 및 경쟁 증진법은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가 좀 더 쉽게 다른 플랫폼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EU의 디지털 시장법은 시장지배적 플랫폼을 뜻하는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행해야 할 의무와 금지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 같은 흐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해 규제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특히 의료계는  전문가 단체와 보다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원격의료학회 강성지 정책기술분과위원장은 “비대면진료 이외 배달 등 다른 영역 플랫폼에선 자체 자정능력에 기대거나 공공 서비스를 내놓는 것 정도의 대처뿐이었다. 그러나 의료분야는 다르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방지하고 규제하는 방향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이번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이 향후 제정될 비대면진료 플랫폼 관련 법률의 초석이자 재료가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치료제의 경우도 식약처에서 처음 가이드라인을 먼저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허가 프로세스를 정착시켰다”며 “업체들 입장에선 이번 기회에 사업의 큰 흐름을 다시 설정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의협 관계자는  "의협은 비대면진료와 관련 플랫폼 등 문제에 대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정보의학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며 "해당 위원회를 통해 비대면진료의 적절한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의협은 비대면진료협의체에 불참 중인데, 비대면진료는 의협과 복지부가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해야 할 사항"라며 "향후 제도 마련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 주도의 일방적 정책 추진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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