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대집 의협회장 사퇴 국민청원 게시자 “욕 먹을 각오하고 총대 멨다”

최원호 외과과장 심경 고백..."정치적 견해 아냐, 의협이 전문가들 '비선자문'으로 칭한 것이 잘못"

최원호 마산의료원 외과과장. 사진=마산의료원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때 바로 잡힙니다. 욕 먹을 각오하고 국민 청원을 올렸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의사들도 많다는 것을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알아줬으면 합니다.”
 
최원호 마산의료원 외과과장은 지난 5일 최대집 의협 회장과 집행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국민청원은 게시 이틀째인 6일 오후 11시 현재 5만여명이 동참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청원에 대한 의료계 내부 의견은 엇갈렸다. 의협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 전문가 단체로서의 위상을 벗어던지고 정치집단으로 전락했다는 공감의 목소리가 있었다. 동시에 청원 자체가 또 다른 정치 공세로 정쟁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원호 과장이 굳이 의협 게시판이 아닌 국민청원에 이런 글을 올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마산의료원을 통해 최원호 과장을 수소문했으나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러던 중 어렵게 그와 연결돼 심경을 들어볼 수 있었다. 

최 괴장은 6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신을 둘러싼 많은 억측과 오해가 안타깝다"면서도 "어느 정도 예상한 비난"이라며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는 자신이 인도주의의사협의회(인의협)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해당 청원이 정치적 공격으로 폄하되는 것이 억울하다고 밝혔다. 인의협은 1987년 당시 장기집권한 군부에 맞서 호헌철폐를 외치며 전 국민이 일어났을 때 뜻을 같이 하는 의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의료인 단체다.
 
최 과장은 "인의협 회원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절대 정치적인 목적이나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글을 올린 것이 아니다”라며 “단지 의협 회원으로, 한명의 의사로서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며 느낀 점을 말한 것 뿐이다. 오히려 인의협과 상의했다면 청원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았을 수도 있다"며 운을 뗐다.
 
최 과장은 "지금은 국가적인 위기상황이기에 누구 말이 맞고, 틀린지 시시비비를 가리고 정치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그러나 의협이 최근 정도를 지나쳤다고 느꼈다"며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해야 바로 잡힌다는 신념으로 청원을 올리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에서 일하는 교수들은 모두 감염병 전문가들이다. 그런데 의협이 이들에 대해 정치적으로 '비선 자문'이라고 칭하며 자문그룹 해체를 요구하는 기사를 접하고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의협 회원이라는 것 자체가 모욕 받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의료계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굳이 국민청원에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오해'라고 했다.
 
최 과장은 "국민청원 글을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국민청원에 앞서 내부적으로 해결하고자 의협과 경상남도의사회 홈페이지에 같은 글을 올렸다"며 "그러나 이 글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아 해당 사실을 제대로 알릴 수 없었다. 결국 차선책으로 국민청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분명 누군가는 의협에 해야 할 말이었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많은 의사 회원들이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았으면 했다"며 "현재 많은 의사들과 국민들이 해당 사실을 알고 공감을 표해주고 있다. 어느 정도 국민청원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아 만족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글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사과의 말도 전했다. 그는 "의협에서도 코로나19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임원이 많을 것이다. 분명 내 글로 상처를 받은 분이 있을텐데, 이 분들에겐 사과하고 싶다"며 "이번에는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총대를 멨으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와 생각이 다른 의견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당분간 모든 대외활동을 줄이고 병원 진료에 전념하고 싶다고 했다. 어떤 정치적 견해도 없고 개인적으로 이득을 얻고 싶은 것이 없기 때문에 개인적 견해를 줄이고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것이다.
 
최 과장은 "괜한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다. 국민청원 이후에 언론에 오르내리고 여기저기 글을 쓰면 내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행동하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조심스러웠다"며 "이 때문에 모든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고 앞으로도 당분간 인터넷도 끊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의협을 비롯한 의사 회원들에게 그는 "내 행동 중에 비난 받을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일선에서 고생하는 분들에게도 죄송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 분란을 만드는 것 같아 송구하다”며 “그러나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잘못됐다고 말할 용기도 필요하다. 욕은 지금도 많이 받고 있고 앞으로도 많이 받겠지만 행동을 후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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