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늘려 떠난 전공의 모두 대체? '어불성설'…美의대협회도 'PA 의사 대체' 회의적

이미 현장선 침습적 의료행위 PA에 위임된 상태…업무범위 쟁점·미숙련 PA 투입 등 부작용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끝내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를 대신해 대형병원에 전공의를 대신할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를 대폭 늘리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지만 PA 간호사가 한 순간에 빠져버린 전공의를 대체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간호사의 특성상 아무리 전공의 역할을 대신 한다고 해도 의사 역할을 완벽히 대체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등 세계적인 추세도 PA를 늘린다고 간호사가 의사 자체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2일 국내 의료계 의견을 종합하면 침습적 의료행위 위임 등 업무범위 논란과 더불어 비숙련 PA가 투입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보건복지부는 7월 31일 의료개혁 추진 상황 및 일정 관련 설명회에서 '전문의 중심' 상급병원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와 함께 전공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PA 간호사를 적극 활용한다고 했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이날 "PA 간호사 법제화에 여야 간 이견은 있지만 (필요성과 관련해선) 동일한 입장이다. 법 제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는 PA를 통해 떠난 전공의를 대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PA의 의사 수요 대체 효과는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2022년 기준 16만8000여명의 PA가 존재하고 이 중 93.7%가 임상에서 일하고 있다.

PA와 임상간호사(APRN) 수 역시 꾸준히 증가 추세다. 미국고용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은 PA와 APRN 증가 추세를 고려해 향후 10년 동안 PA 28%, APRN 40%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재 미국에서 PA는 신체검사, 과거력 평가와 진단, 특정치료 처치, 규제된 약물 처방과 투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과대학협회(AAMC)는 2024년 3월에 발표한 '의사 공급, 수요' 보고서에서 지난 20년 동안 PA와 APRN의 공급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의사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PA 숫자가 늘어나면 의사 수요가 일부 감소할 수 있지만 PA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다. 

실제로 전국병원외래진료조사(NHAMCS)에 따르면 미국 응급실 방문 환자의 대다수인 72%가 PA나 APRN이 아닌 의사에게 진단을 받길 원했고 실제로 의사에게 진단과 진료가 이뤄졌다. 

나머지 28% 환자는 PA 등에게 진단을 받긴 했지만 이중 대부분은 의사에게도 다시 진단과 처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PA와 APRN 등 간호사는 의사의 업무를 일부 보조하는 것일 뿐이지, 의사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AAMC는 보고서에서 "미국을 넘어 국제적으로 PA 등이 일부 전문 분야에서 의사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들이 의사에 대한 수요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를 나타낼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며 "미국에서 PA 숫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의사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고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미국의과대학협회(AAMC)가 2024년 3월에 발표한 '의사 공급, 수요' 보고서 내용 갈무리


정부 발표로 인해 국내 의료계도 동요하고 있다. 한 수련병원 의대 교수는 "PA가 일부 의사 업무를 보조하면서 업무 과부하를 줄여줄 순 있지만 대부분 떠나버린 전공의 자리를 PA로 대체한다는 정부의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PA는 권한과 책임이 없기 때문에 합법화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의사 업무를 일부 보조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탈한 전공의들을 신속히 복귀시키는 일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 수련병원들은 의료 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로 불법 PA를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법체계 대로라면 수련병원들이 대규모 PA 채용을 통해 전공의 업무를 대체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 교사"라며 "전공의가 없어도 수련병원이 합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어쩔 수 없이 PA 의료행위를 합법화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지탄했다. 

갑작스럽게 PA가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업무범위 쟁점, 비숙련 PA 투입 등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히려 현장의 문제만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PA 관리운영체계 방안을 연구해 온 고려의대 윤석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공의 이탈 상황으로 예기치 못한 사회적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현장에선 쟁점이었던 의사 업무범위 중 침습적 의료행위 등이 이미 PA들에 의해 상당 부분 위임된 상황"이라며 "문제는 훈련되지 않은 간호사들도 현장에 대거 투입돼 전공의들의 공백을 채우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상당히 염려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윤 교수는 "정부 입장은 이번 사태를 사회적 재난 상황으로 보고 PA를 대폭 늘리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전공의가 복귀했을 때 업무범위 조정 문제, 제대로 된 PA 교육체계 마련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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