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CJ·오리온·GS 등 대기업 바이오 진출 '러시'…아직은 밑그림 단계

롯데바이오 지주사 등에 업고 인프라 확장 돌입…CJ바사 R&D 확대·공동연구 추진 등 향후 수년간 적자 지속 전망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의 진출이 잇따랐다.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에 접어들었으나 산업 특성상 아직은 터를 다지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 CJ바이오사이언스, 오리온바이오로직스 등은 지주사의 막강한 투자금을 기반으로 공장 착공·인수, 인력 확보 등 기반 다지기에 돌입했다.
 

롯데,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로 헬스케어 사업 확대 중  

앞서 지난해말 롯데바이오로직스는 1억 6000만 달러(한화 약 2000억원)을 투입한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 대한 모든 인수 절차를 완료, 바이오 진출 8개월 만에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면모를 갖췄다. BMS와 최소 2억 2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CDMO 계약도 체결했다.

올해 1월부터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시큐러스 공장으로 변모했으나, 생산 시설은 물론 기존 임직원 99.2%를 승계해 즉각적으로 정상 운영에 돌입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약 700만 달러를 추가 투입해 항체의약품뿐 아니라 세포유전자치료제 등을 생산가능한 공장을 증설하고 전문인력 채용도 이어갈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이 자리한 송도에 생산기지를 구축한다.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바이오의약품 CDMO 공장인 롯데바이오 캠퍼스(LOTTE BIO CAMPUS)를 착공한다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오는 2025년 하반기 준공, 2026년 하반기 GMP 승인, 2027년 상업생산 착수 등을 목표로 3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미국에서는 BMS 직원의 고용승계하는 전략을 내세운 것처럼 국내에서는 다른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직원 모셔오기를 추진 중이다. 파격적인 연봉 인상을 조건을 내걸면서 이원직 대표를 비롯해 십여명의 직원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채용했다.

삼바 측은 이직한 직원 3명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형사고소를 진행했으나, 롯바 측은 "공정한 공개채용으로 직원들을 뽑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프라 확보와 전문인력 채용을 통한 대규모 바이오 CDMO 사업을 추진해 롯바는 오는 2030년까지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률 30% 달성할 계획이다.
사진 = 왼쪽부터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시큐러스 공장과 송도 생산기지 모식도.
롯데 지주사는 지난해 2165억원을 투입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을 뿐 아니라 700억원을 투입해 롯데헬스케어도 신설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건강기능식품 등 개인의 건강관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객의 헬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종합 헬스 솔루션 기업을 마련한 것이다.

유전자, 건강검진 결과 분석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가 배합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뿐만 아니라 섭취 방식, 맞춤형 식단, 운동 등 건강 관리를 위한 코칭 서비스까지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와 달리 연구개발 기한이 짧고 초기 비용도 적게 드는 만큼 설립 1년이 채 안 돼 2개의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하나는 올해 8월 정식 출시 예정인 개인 맞춤형 종합 건강관리 서비스 ‘캐즐(CAZZLE)'로, 이는 '퍼즐을 맞추듯 흩어져있는 건강정보를 모아 고객의 건강생활을 향상시킨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검진, 투약 정보, 유전자 검사, 문진 등 개인 건강정보를 한 데 수집하고 알고리즘에 대입해 개인 맞춤형 결과를 보여주며, 결과에 적합한 건강 기능 식품, 식단, 운동 등 건강 관련 상품을 추천하고 커머스와도 연계한다. 오는 4월 캐즐의 오픈베타 서비스, 8월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지주사 차원에서 1500억원 가량을 투자해 시너지를 내는 한편,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영양제를 쉽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양제 디스펜서 '필키(Fillkey)'도 있으며, 이 역시 캐즐과 함께 8월 본격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다만 필키에 대해서 최근 알고케어라는 국내 기업으로부터 아이디어 탈취와 제품 도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벤처부 등에 신고를 당한 상황으로, 일정대로 출시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콜마에 헬스케어 넘긴 CJ, 천랩 인수한 'CJ바이오사이언스'로 다시 바이오산업 진출
 
표 = CJ바이오사이언스 파이프라인.

CJ그룹은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을 한국콜마에 매각한지 불과 4년만인 지난 2021년 7월 CJ제일제당을 통해 약 983억원 규모로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바이오기업인 천랩을 인수했다. 이어 기존에 CJ에 남아 있던 바이오부서를 천랩과 합쳐 지난해 'CJ바이오사이언스'로 사명을 변경한 후 공식 출범했다.

CJ제일제당이 갖고 있는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물질발굴 역량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일환으로 지난해 9월 CJ바사는 염증성 장질환(IBD),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알츠하이머 치매(AD) 등 작용기전(MoA) 연구와 신약 후보물질 발굴(Screening) 목적 공동연구를 위해 하버드대학교와 마이크로바이옴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월 20일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치료제 CJRB-101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제1/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을 받았다.

현재 파이프라인은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면역항암제, 장질환 치료제, 신경질환 치료제 등이 있으며, 후보물질 발굴, 비임상시험 등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전장 유전체 기반 세균 감염진단 솔루션도 확보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파이프라인 10건, 기술수출 2건을 보유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직까지 수익모델 대비 신약개발 R&D 투입 비용 규모가 크다보니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 같은 손익구조는 수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CJ바이오사이언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6.6% 감소한 40억7466만원에 머물렀다. 영업 손실은 전년대비 -228.8% 급감한 -332억3317만원에 달했으며, 당기순손실도 -81.2% 감소한 -349억1343만원이었다.

오리온, 3대 신사업 중 하나 '바이오'…오리온바이오로직스 설립
 
사진 = 오리온이 중국 국영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함께 설립한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

오리온홀딩스는 지난해 12월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제조 기업인 하이센스바이오와 의약품, 소비재, 식품원료 개발 및 판매 사업을 하는 자회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향후 공동 투자 계획에 따라 추가 유상증자 이후 오리온홀딩스의 지분율은 60%로 변경될 예정이며, 출자금액은 향후 증자 진행에 따라 총 99억원까지 납입할 예정이다.

앞서 오리온은 '제과를 넘어 글로벌 식품·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이라는 기치 아래 '바이오'를 3대 신사업 중 하나로 정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설립 이전인 지난 2020년 진단키트와 백신 개발을 위해 중국의 국영 제약사인 산둥루캉의약과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설립(오리온 65%)했으며,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900억원을 투입, 백신 제조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또한 암 조기진단 기업 지노믹트리와 체외 진단키트 사업을 협업하고 있으며, 백신 전문 기업 ‘큐라티스’와도 결핵 백신을 공동 연구개발에 나섰다.

오리온바이오는 향후 치주 질환 치료제 개발·제조·판매를 넘어 치약과 가글 등 구강용품 제조, 식품 원료 개발·제조·판매까지 영역을 확대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오리온 측은 "음료, 간편대용식, 바이오 등 3대 신규사업의 성장체제를 확립하고, 글로벌 종합식품·헬스케어 기업으로서 제2도약을 해나가겠다"면서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OCI그룹이 제약·바이오 분야의 기술역량 강화와 사업 본격화를 위해 R&D 및 투자 조직, 생산, 영업, 마케팅 기반을 갖춘 부광약품에 투자를 단행했으며, 이를 통해 제약·바이오·연구개발에 기반한 중장기 지속 성장을 꾀할 방침이다. OCI 측은 "부광약품이 보유한 자원, 인력, 기술, 유통망 등 제약기업의 역량과 강점으로 제약·바이오 사업 성장기반을 마련하고, 공동 경영을 통한 전략적 투자 활성화로 신약 파이프라인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이라며 "OCI의 글로벌 사업 역량과 부광약품의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 모델, R&D 역량 등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글로벌 제약·바이오 회사로 성장시켜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을 둔 현대중공업은 헬스케어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투자전문 자회사인 현대미래파트너스를 통해 암크바이오를 신설했다. 암크(AMC)는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Asan Medical Center)의 약자로, 산학연병을 통한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사인 이마트는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위바이옴'을 설립했으며, 고바이오랩과 연구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신규 균주를 발굴하는 한편, 차별화된 기능성을 갖춘 건강기능식품들을 출시해 수익을 내고 있다.

GS그룹은 국내 1위 보툴리눔톡신 업체 '휴젤'을 인수했으며, 휴젤이 중국 진출을 비롯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유하고 있는 사업 역량과 네트워크 자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GS그룹은 치과 구강 스캐너 전문 기업 메디트 인수를 검토 중이며, 싱가포르 바이오 기업 RVAC 메디신스(Medicines)가 진행한 1억4000만 달러(약 1800억원) 규모의 펀딩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해 mRNA 플랫폼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은 공장과 인력만 확보한다고 해서 바로 돈을 벌기 어렵다. 자체적인 '기술력'이 필요하며, 이를 토대로 기업의 지속적인 캐시카우가될 '신약'도 확보도 필수"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로 단기간에 화이자, 모더나가 엄청난 부를 창출했다고 보면 오산이다. 이들 기업은 수년간의 기초연구를 추진했고 막대한 정부 지원, 공동연구, 기술이전(라이선스인) 등이 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롱텀(장기간)의 관점으로 내다보고 R&D 실패, 상업성 부족 등 하이리스크(높은 위험)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같은 제약산업의 이해 없이는 단기적으로 '손해'만 난다고 생각해 투자만 하다가 끝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롯데바이오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사례를 보고 CDMO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데, 기존의 신약개발 기업 보다는 수익 실현 기한이 짧을 수 있으나 이 역시 '기술경쟁력' 확보와 대규모 투자가 맞물려야 하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의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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