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국산신약 30개 탄생…성공 가능성에는 엇갈린 반응

식약처 지난해 국산신약 생산실적 통계 '100억원 이상-생산중단' 각각 5개 품목

"대체약제 존재하는 후발주자로 어려움 존재" VS "제형 특화 등 기술적으로 점차 진보"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CJ헬스케어의 '케이캡정'이 지난 5일자로 국산 신약 30호에 이름을 올렸다. SK케미칼이 1993년 국산 신약 1호 선플라주를 내놓은 지 25년만이다. 업계는 국산 신약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9일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의 자체 개발역량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며 "그러나 그동안 출시된 국산 신약 가운데 성공 사례가 극히 드물어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5월에 발표한 국산 신약 생산실적 통계에서 100억원을 넘기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품목은 5개에 그쳤다. 이들 품목은 대부분 해외 진출에도 집중하고 있었다. 
 
식약처 국산 신약 생산실적 통계. 메디게이트뉴스 재구성

지난해 402억원의 최다 생산실적을 기록한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국산 신약 15호)'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에도 꾸준히 집중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지난 2011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중남미 13개국, 2012년 브라질, 2013년 러시아, 2014년 중국, 2015년 동남아 등 13개국에 카나브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보령제약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출시를 앞두고 있다. 향후에는 중국, 유럽, 미국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국산 신약 19호인 LG화학(전 LG생명과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정'은 지난해 327억원의 생산실적을 기록했다. 2016년 사노피아벤티스에서 대웅제약으로 코프로모션 계약을 이전하면서 국내 처방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유비스트의 원외처방실적 데이터에서 제미글로 패밀리(제미글로, 제미메트, 제미로우)의 지난해 전체 실적은 700억원을 넘겼다. LG화학측은 올해 1000억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LG화학 역시 제미글로의 해외 진출 준비에 한창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유럽당뇨병학회에서 '초기부터 진행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솔루션'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제미글로의 임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현재 인도와 태국, 남미 국가 등에서 제미글로 판매 허가를 받았다. LG화학에 따르면 제미글로를 세계 당뇨병 치료제로 성장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국제 학회에 참가하는 등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일양약품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놀텍(국산 신약 14호)'도 해외 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놀텍은 캄보디아와 에콰도르에 이어 멕시코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5월 멕시코에서 혁신의약품으로 선정돼 첫달 3억원 규모의 초도물량이 출하됐다. 또한 일양약품은 지난달 중국 상해에서 열린 국제의약품박람회(CPhI China 2018)에 참가해 놀텍 등 2개 품목을 소개하기도 했다. 

종근당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정(국산 신약 20호)'은 지난해 164억원의 생산실적을 기록했다. 듀비에의 경우 해외 진출을 위한 물밑작업에 한창이다. 종근당은 2016년과 2017년에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듀비에의 지방간 개선효과가 나타난 국내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월에는 듀비에의 항당뇨 효과와 적은 부작용 발현을 규명한 연구결과가 영국 과학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대원제약의 소염진통제 펠루비정(국산 신약 12호)은 2007년 4월 20일 허가 이후부터 10여년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복용 횟수를 1일 3회에서 2회로 줄인 서방정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해열 적응증이 추가되면서 점차 처방이 늘어나고 있다. 펠루비 역시 2015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 해외 수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중국의 사천허방실업집단유한공사와지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펠루비를 중국에 수출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반면, 지난해에 아예 생산되지 않은 품목도 5개였다. CJ헬스케어(전 CJ제일제당)의 농구균예방백신 '슈도박신주(국산 신약 7호)'과 동화약품의 '밀리칸주(국산 신약 3호)'는 각각 2010년과 2012년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CJ헬스케어는 임상 3상전 조건부로 신약 허가를 받았지만 임상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동화약품은 임상 3상 과정에서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임상을 포기했다. 국산 신약 27호로 허가받았던 한미약품 '올리타정'도 생산실적은 집계가 됐지만 지난해 개발이 중단돼 사실상 품목허가가 취하된 셈이다. 

이 외 품목은 매출 부진 등의 이유로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국산 신약 1호인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판매 부진이 이어졌다. 이에 2009년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동아에스티의 항생제 시벡스트로는 낮은 약가로 인해 국내 출시를 포기했다. 시벡스트로는 글로벌 제약사인 머크가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고 판매 중에 있다. 

이밖에 이지에프외용액, 팩티브정, 엠빅스정, 제피드정, 리아백스주, 자보란테정 7개 품목은 10억원 미만의 저조한 생산실적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국산 신약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국산 신약 30개 중 5개 품목을 성공사례로 본다면 성공확률은 불과 17%에도 못 미치는 꼴이다"라며 "국산 신약이라고 해도 대부분 대체 약제가 있는 후발주자기 때문에 성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CJ헬스케어의 케이캡정 역시 후발주자인 만큼 기존의 수많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와 어떻게 차별화를 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반면 제약사들이 지속적으로 국산 신약을 자체 개발함으로써 신약 개발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국산 신약 개발을 더 많이 경험할수록 글로벌 신약 개발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며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추세를 보면 제형 특화 등 기술적으로 점차 진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업계도 국산 신약이 더 많이 쓰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연구개발비용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적응증이나 급여 등도 원활히 확보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CJ헬스케어에 따르면 케이캡정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계열 중 양성자 펌프억제제(PPI) 다음을 잇는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약물이다. P-CAP 계열이 국내 허가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 업체는 케이캡정 개발을 위해 PPI 제품의 처방트렌드 등 특장점을 발굴하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향후 제형변경 등 후속연구를 고려한 빅데이터 추출도 마친 상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R&D정책위원회 배영우 전문위원은 "이번 CJ헬스케어의 케이캡정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는 후발주자긴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을 함께 도입한다면 신약개발의 성공 가능성도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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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란 기자 ([email protected])제약 전문 기자.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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