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채찍 이간계의 종말...정부가 초래한 의료대란의 후유증은 수년간 지속될 것이다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의대 증원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의료계 요구를 법원이 외면하면서 의료현장의 반발은 더 커지고 전공의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향해 '부득이한 사유'를 소명하면 이탈기간 일부를 수련기간으로 인정해줄 수 있다고 회유하고 있다. 

국민들이 처음으로 겪는 의료재앙이 서서히 구체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의료체계는 붕괴될 것이다.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전환점으로 삼아 의료개혁을 완수하고 사실상 매년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통해 의사를 과잉 공급해서 저임금의 전공의들의 노동력을 계속 착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저수가 의료시장체계를 유지하면서 의사들을 정부의 노예로 부릴수 있도록 의료 시스템 자체를 철저히 통제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이제 모든 의사들이 알아버렸다.  

항고심 고등법원의 결정을 기점으로 정부가 발을 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조차 사라져 버렸다. 대신 의료계에 대한 ‘강공 모드’로 돌아설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 최종 확정을 향한 초읽기에 들어갔다. 

법원이 의과대학 증원 처분을 멈춰달라는 의사단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의료계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게 됐다. 법원의 판결로 증원을 앞두게 됐으나 현재 벌어지는 의료대란 문제는 재앙의 서막일 뿐이다. 

전공의들의 ‘수련’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내년도 신규 의사와 전문의 배출이 중단되는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부는 알고도 국민들에게 솔직히  말하지 않고 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가 최대 1509명으로 정해진 가운데, 이렇게 되면 신입생 4567명이 의대에 입학하게 된다. 법원이 우려한 ‘의대생 학습권 침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의대 1학년 학생들이 수업 거부를 계속 이어가 유급되면, 내년에는 한 학년에 7000명 넘는 의대생이 함께 학습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특히 공보의  신규 인력 수급인력 중단으로 지역 공공의료 구멍이 확대되고 있다. 주요 상급병원 도산 가능성이 증가에 의사를 포함한 보건의료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이들이 1,2차 의료기관으로 흩어질 수 있다. 중소병원 전문의 유입이 급증하면서  봉직의들도 수입 감소가 불가피해질 수 있고 개원가 과포화로 개원의 수입 감소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지난 2월 20일부터 시작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사태가 3개월을 넘어서면서 의대생의 집단유급과 전공의들의 수련기간 연장이 이미 구체적인 현실로 되어가고 있다. 

정부가 생각하는 필수의료 혁신제도는 필수의료 살리기가 아니다. 필수의료 혁신을 가장한 의사 길들이기 위한 채찍과 당근을 섞어 정부가 국민들에게 필수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지원을 위해 18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 지원이 지난 3월부터 매달 시행되고 있다. 3월부터 5월까지 약 5000억원이 투입됐으며 6월 이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현재 이달 말로 예정돼 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여기에 정부는 3월에 예비비 1285억원도 편성했다. 이 돈을 합치면 전공의 이탈로 인한 공백을 막기 위해 국고·건보를 통해 7000억원 이상의 돈을 활용해  교수등 의료 인력의 야간·비상 당직 인건비, 전공의 공백에 대처하기 위한 의료 인력 채용, 중증도에 따른 환자 회송, 구급차 이용료,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및 군의관 파견 등으로 쓰고 있다. 

정부는 3~4월 의료 수입이 급감한 병원을 대상으로 7월까지 건강보험을 선지급해주는 추가 지원도 했다. 만약 의대증원 정책이 없었다면 전공의 이탈로 인해 막대한 규모의 건강보험료와 국고가 투입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만큼의 재정으로 필수의료  수가 인상을 했다면 필수의료 문제는 해결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와 같은 상황이 올 해 하반기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고 해결의 실마리는 기약조차 할 수 없다는데 있다.

정부가 자랑하는 ‘빅5’ 병원에서 계약대상인 1212명의 전임의의 70.1%가 계약한 것은 공보의 소집 해제와 군의관 전역 시기가 겹친 것도 이유지만, 정부가 지역 거점 국립대 의대교수를 1000 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기회를 틈타 전임의들의 미래를 위해 선택한 것을 강조하면서 학칙개정안 통과를 독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증원 학칙 개정안을 한 차례 부결시킨 대학들도 이번 주 재심의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학칙 개정에 대해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의료인 양성을 위한 모집 정원은 각 대학이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내용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은 대학 총장이 교육 관계 법령을 위반할 경우 교육부 장관은 시정 명령할 수 있고, 그런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위반행위를 취소·정지하거나 학교의 학생정원 감축, 학과 폐지, 학생모집 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5학년도 입학정원이 증원된 32개 의대 가운데 고신대, 건양대, 계명대, 단국대(천안), 대구가톨릭대, 동국대(경주), 동아대, 영남대, 울산대, 원광대, 을지대, 인제대, 전남대, 조선대, 한림대 등 15개교가 학칙 개정을 완료했다. 

학칙 개정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17개교 가운데 아주대와 인하대는 학칙 개정안 내부 절차인 교무회의, 대학평의회 심의 등은 통과했고, 최종 공포 절차만 남았고 부산대, 경북대, 충북대, 강원대  등은 역시 이번 주 중으로 의대 증원 학칙 개정 안건을 재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다양한 당근책을 통해 의료계의 다양한 직역의 갈등을 유도해 단일대오를 무너뜨릴 방법으로  전국 의과대학 지원방안을 통해 의대증원의 후속조치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대한중소병원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신에 임의 단체를 통해 정부 입맛대로 그럴싸한 정부정책의 들러리를 종합병원협의회를 만들어 대한의사협회를 무력화하려는 이간질도 계속될 것이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억울하게 나갔고 돌아올 수 있는 명분도 사라졌다. 필수의료 종사하는 의사들이 가장 먼저 떠나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을 더이상 선전 도구로 이용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당근과 채찍의 이간계로는 이번사태를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