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일방적 '비대면진료 확대' 방침에 의약계 반발…비대면진료 원칙 무너지나

의협·약사회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발표에 "철회해야" 강력 반발…사실상 초진 확대, 원칙 훼손 비판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비대면진료 허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그간 정부와 비대면진료 제도를 함께 논의해왔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가 반발에 나섰다.

이번 발표가 전문가인 의협과 약사회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발표됐다는 것에 더해 사실상 휴일과 야간에 전 연령대 환자의 비대면진료 초진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한다는 원칙이 무너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1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서울정부청사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물론 대한약사회도 나서서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의협·약사회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 발표…"국민 건강권 보호 의무 등한시, 철회해야"

무엇보다 의협과 약사회는 의약계와 협의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비대면 진료 대상 확대 발표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이를 즉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의협은 "복지부는 그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과의 협의를 통해, 향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현황과 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을 공언한 바 있음에도,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는 현재와 같은 방안을 졸속으로 마련하여 의료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정부, 우리협회 상호간에 수차례 심도 있는 논의와 합의를 거친 대원칙을 뒤로하고, 의료계와 협의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비대면 진료 대상 확대발표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12월 15일부터 시행할 비대면 진료 확대방안을 즉시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약사회 역시 이번 정부의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 확대 발표가 그간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약속을 무시한 일방적 통보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약사회는 "의견수렴을 도대체 어디서 했는지, 누구의 의도나 생각이 대다수 보건의료전문가들 보다 우선이 되었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에 참여한 많은 전문가가 반대했음에도 정부는 귀와 눈을 감고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시범사업 초기부터 문제가 제기됐던 대로 자문단이 아무런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약사회는 "결국 지금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국민의 건강은 고려되지 않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임이 다시 한번 증명된 것"이라며 "정부는 비대면진료 허용 확대안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과 보건의료인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회의록을 모두 공개하고, 의견수렴의 내용이 정부의 허용 확대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명백히 밝히고,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올바른 검증과 개선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초진 전면 허용하는 방안과 다름 없어…"비대면진료 기본적인 대원칙 사실상 무력화"

의협은 그간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대면진료'라는 대원칙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보조수단이 되어야 함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정부도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비대면 진료 5가지 대원칙(대면진료 원칙, 비대면 진료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 재진환자 중심 운영(초진 환자 불가),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실시,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을 의협과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복지부 방안은 실질적으로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 초진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방안과 다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은 "이는 비대면 진료 과정과 관련해 기본적인 대원칙들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무책임한 판단이라 평가한다"며 "이는 이번 대책이 의료의 질적 향상과 환자의 건강권 보호가 아닌 단순히 편의성만을 유일한 근거로 삼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보건복지부가 책임과 의무를 등한시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휴일·야간 초진 대상으로 확대한 응급의료 환자의 경우, 오히려 대면 진료를 통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필요하고,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 대상으로 응급의료 취약지 98개 시군구를 확대한 것도 의료취약지와 응급의료 취약지의 정의와 개념이 엄연히 다름에도 어떠한 근거도 없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의협은 "휴일·야간에 긴급한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 즉각적으로 약을 수령할 수 없음에도 비대면 진료만 무제한으로 가능하다는 내용과 다름없으므로, 이는 편의적으로 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받지 않고 단순 약처방만 받고자하는 부적절한 의료 이용의 행태를 낳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도 꼬집었다.

의협은 "의료접근성이 발달한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제대로 된 진단을 통한 치료를 받는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비대면 진료 제도시행에 있어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와 검증을 거치지 않는 정부의 일방적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확대는 국민의 건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그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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