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 7개월 아기 이송 도중 사망…아무 대책 없이 또 아이들을 희생시킬 것인가

[칼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지난 19일 수원시 장안구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생후 7개월 아기가 이송 도중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앞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8시 33분께 아기의 부모로부터 “아이가 눈 흰자를 보이며 경기를 일으킨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아기와 보호자는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택격리 중이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6분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병상 확보를 위해 10여군데 병원에 연락을 돌렸으나, 최근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늘어난 탓에 수원지역 내로는 이송이 어렵다는 답신을 받았다고 했다.

구급대원들은 17㎞ 남짓 떨어진 안산 지역의 대학병원 병상을 확보해 이송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아기는 심정지를 일으켰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아기는 오후 9시 17분께 병원에 도착해 DOA(도착 즉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송이 시작된지 38분 만이었다.

이와 관련,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아이가 7개월이었기 때문에 응급실에 병상이 있거나 격리병상이 있다 하더라도 소아과 전문의가 없거나, 소생실이 없으면 입원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반장은 “이 아이가 ‘처음에 숨을 잘 쉬지 않는다’는 부모의 의견이 있었고 아이가 ‘청색증’(피부와 점막이 푸르스름한 색을 나타내는 증상) 상태였기 때문에 소생술이 불가하다는 의료기관들이 몇 개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박장은 “그 환자를 수용했던 고대안산병원에서는 환자 상태의 의견을 보내고 나서 2~3분 후에 수용 가능하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병원이 17㎞ 떨어져있기 때문에 17분 정도 이동한 다음에 입원한 사례”라고 했다.

곧바로 아기가 입원할 병원을 찾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저출산과 코로나19 유행의 여파로 가장 최일선에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소아청소년과는 현재 전문과로서 존재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큰 어려움에 처해 있어서다.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는 직원 월급을 줄 돈이 없어 직원 수를 줄이다 못해 이제는 그 마저도 여의치 않아 무수히 폐업하고 있고, 레지던트는 우리나라 모든 병원에서  2년 연속 한명이라도 뽑은 병원이 드물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주간 진료 후에 번갈아 가며 야간 당직까지 서고 있다. 전문의 과정을 갓 마친 사람은 봉직의 취직 자리도 없고 개업을 할 수도 없다.

소청과는 비급여가 전무한 과이고 검사나 수술을 할수 있는 과도 아니며, 병원 운영에 필요한 수입의 대부분을 정부에 의존하는 연금 없는 공무원이나 다름 없는 처지다.

지난 몇 십년간 정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책지원이 전무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하면서 이 자리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킬수 있도록 제발 도와달라고 목이 터져라 외쳐 왔지만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기획재정부 연금보건예산과, 건정심은 모두 외면해 왔다.

부산, 대구, 대전 등과 같은 광역시 응급실에 2년 연속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가 없다. 전북 전주에선 100년 역사의 전주예수병원에서 아이를 낳을 수가 없어 산모가 그 먼 길을 달려 대전으로 응급 후송되고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 같은 인구 밀집 지역의 대학병원이 소아응급실을 폐쇄했다. 심지어 이번 사건에서 아이를 후송받은 고려대의료원은 산하 3개 병원(안암, 구로, 안산) 모두 2년 연속 레지던트가 전무하다.

소아청소년과 건강을 지킬 수있는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게 제발 지원해 달라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처절한 외침에 '그래? 지원해 주면 뭐를 더 잘해줄건데?' 같은 한가한 소리 더 이상 하지 말라. 직원월급은 줄 수 있고, 건물세는 낼 수 있고, 취직자리는 있고, 낮에 외래 진료 후 집에는 갈 수 있어야 그나마 버틸 수 있다. 몇 십년간 월급 한 푼 오르지 않는 직장에서 어떻게 더 이상 버틸 수가 있나?

이대로 아무 대책 없이 또, 우리 아이들을 희생시킬 것인가?

이번에 희생된 아기의 명복을 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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