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사회 전남의사회 충남의사회 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피부과의사회 등 대법원 규탄 성명 발표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허용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의사가 환자에게 잘못된 진단으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경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2일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에 대한 의료법 위반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경상북도의사회는 29일 성명서를 통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나온 선고 결과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고,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 더욱 두려워지기까지 한다”라며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총 68회에 걸쳐 초음파 검사를 하고 침 치료와 한약 처방을 하면서 자궁내막증 환자가 자궁내막암 2기가 될 때까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을 위해가 아니라고 판단한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경북의사회는 “초음파라는 기기는 다루기에는 쉬워 보이나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하면서 진단을 내려야 하는 등 매우 조심스럽고 전문적인 진단 수단이다. 많은 전문의들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습한 뒤에야 실제 진단에 이용하는 검사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북의사회는 “이런 초음파 검사를 단순히 젤을 묻힌 탐촉자를 사람 몸에 밀착해 검사하는 방법과 과정으로만 생각하고 그 결과가 검사자의 역량과 능력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결정을 내려 주는지는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경북의사회는 “판결문의 내용을 보면 기본적으로 의사와 한의사라는 직역의 차이에 대한 지식 또는 정보가 전혀 없다. 심지어 의사들이 환자를 진찰하고 병을 진단하는데 사용하는 초음파 검사를 특정 직역의 독점물로 여긴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져 안타깝다”라며 “규칙이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 더욱 더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고 이상한 해석을 통해 예외가 인정된다면 그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경북의사회는 “초음파 진단기를 통해 얻어진 정보를 기초로 진단을 내리는 것을 영상의학과 전문의 또는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의 업무영역이다.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풍부한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초음파 진단기나 기복기의 사용은 한의학의 고유 영역과 무관하다. 한의학적 의료 질 향상과는 관련이 없는 반면에 진료영역 확대를 위해 이와 같은 의료 행위를 무분별하게 허용할 경우 국민 보건 의료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관련 의료법의 기본 원칙에 따라 허용할 수 없다”라고 판결한 1심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깊은 반성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초음파가 인체에 무해한 기술이라고 해도 그 기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라며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한의사는 무려 68번이나 초음파 프로브를 환자의 몸에 들이대면서도 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그동안 환자의 암은 진행됐다”고 했다.
전남의사회는 “조직의 탄성도, 혈류 속도의 측정, 심장초음파를 위한 세세한 기능 등을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 무엇도 한의학과의 연관성은 없다"라며 "기술은 죄가 없을지라도 그것을 이용하는 대상에 충분한 검증과 제한이 없으니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이제 아무나 초음파 기기를 이용해서 침 찌르고, 한약 팔아도 무죄이고, 암을 오진해도 무죄인 대한민국이 됐다"라며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난 사건을 대법원에서 굳이 무죄 판결을 준 것에 의문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남의사회는 “한의학은 한의학으로서 머물러야 한다”라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반대의사를 밝히며, 이를 되돌리기 위해 의료계 파업까지 불사하는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고 했다.
충청남도의사회는 "이번 판결을 ‘의학과 한방으로 이원화된 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국민의 건강권이 침탈되는 경악스러운 판결’이라고 결론짓고 앞으로 국민건강에 끼칠 위해성을 엄중히 경고하겠다"고 밝혔다.
충남의사회는 "1, 2심 재판부가 명백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료기기 사용이라는 나무만 보고 의학이 이루는 숲은 보지 못하는 개탄스러운 판단을 했다"라며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전 세계 유일하게 대한민국만이 가지고 있는 이원적 의료체계 즉, 의학·한방의 면허된 의료행위가 각각 존재하는 독특한 의료체계가 가져온 오류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충남의사회는 “대법원 소수 의견처럼 면허범위를 넘어선 의료행위에 대한 규제는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적합한 조치에 해당한다”라며 "한의사가 학문적인 기초가 달라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학적 진단행위를 함으로써 오진(誤診)으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등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보건복지부와 국회가, 이원화된 의료체계가 가져오는 불합리성을 인지하고 면허범위에 따른 의료행위의 구체적 법령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전 세계 유일의 한의(韓醫) 인정 정책을 폐기하고 과학적이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의료일원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는 환자의 안전성을 담보한 대법원의 무책임한 판결을 규탄했다. 의사회는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무죄판결에 대해 강경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는 "의료법 27조 1항은 ‘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의료법에서 기존 의료장비의 운영 기준에서 한의원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한의사가 의과 의료기기를 이용하는 것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는 “초음파기기를 이용한 의료행위에 대해전문성이 없는 한의사의 초음파기기를 이용한 진료행위를 허용한다는 것은 의료면허체계는 물론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진단이 늦어진 경위는 온데간데없이 10년이 지난 이때에 결론적으로 초음파 장비 자체의 위험도는 낮으니 누가 쓰든 상관없다는 식의 결과만 남겼다. 앞으로 수많은 오진의 가능성을 남발하게 만든 매우 잘못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인해 향후 발생할 환자들의 피해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대법원에 있다”고 했다.
피부과의사회는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이번 판결로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돼 국민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초음파 진단기기를 통한 진단은 영상 현출과 판독이 일체화돼있어 검사자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분명한 의료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인의 면허 범위가 구체화돼있지 않아 발생한 지금의 사태에 대해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즉시 더 큰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기위해 면허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의료법령 개정에 나서야 한다”라며 “한의사들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의과의료기기 사용이라는 의료법의 면허범위를 넘어선 무면허의료행위를 지속한다면 이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의료행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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