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MRI '공동활용병상 폐지' 방향에 개원가 '우려' 빗발…"의료전달체계 붕괴될 것"

병원 간 과도한 경쟁 등 폐단에 복지부 제도 개선 추진…1, 2차 개원가 "진료권 침해, 환자 진단 늦어져 피해 발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CT, MRI 등 특수의료장비 공동활용병상제 폐지를 계획하면서 개원가의 우려가 빗발치고 있다.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한 탓인지 오래전부터 공동활용병상제 폐지를 계획해온 복지부도 연내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가운데 개원가는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다는 계획이다.

자체보유 병상 부족한 1, 2차 의료기관의 '공동활용병상제도'…복지부 "폐단 있어 폐지 추진"

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CT·MRI 공동활용병상제도 폐지를 추진 중이다. 

복지부는 이미 2021년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CT, MRI 등 특수의료장비 설치 인정기준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특수의료장비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CT, MRI를 설치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력기준으로 전속 또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1인 이상, 시설기준으로 자체보유 병상 200개 이상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지난 200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시 단위 지역은 CT·MRI장비 허용 기준을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으로 제한했다. 그중 CT는 군 단위에서 100병상까지 허용했지만, MRI는 군단위에서도 200병상 이상만 허용된다.

대신 정부는 200병상을 다른 의료기관의 병상과 공동으로 활용해서 채울 수 있도록 했다. 즉, 200병상 미만의 A병원이 공동활용병상 제도를 활용해 부족한 병상수를 다른 인근 의료기관 B에서 빌려와 병상을 공동으로 활용해 CT와 MRI 검사를 하는 식이다. 

하지만 논의를 통해 복지부는 기존 200병상에서 CT는 100병상, MRI는 150병상으로 완화하는 대신 그동안 운용했던 공동활용병상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공동활용병상을 찾기 위해 병원 간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다소 폐단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원의사 89% "공동활용병상제도 폐지 반대…환자 신속한 진단 중요"

이에 대해 병상이 없거나 규모가 작은 소규모 1차, 2차 의료기관들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한개원의협의회가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의사의 89%가 1차 의료기관과 100병상~150병상 미만의 소규모 2차 의료기관에서는 CT, MRI를 보유할 수 없고, 해당 검사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게 한다는 정책 변화에 대해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CT, MRI는 이제 특수의료장비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필수 진단 도구이기 때문에 1차 의료기관과 소규모 2차 의료기관에서도, 환자의 신속한 진단 및 치료를 위해 꼭 시행해야 하는 검사이다"라는 답변이 67%, "대한민국의 의료전달체계를 붕괴하는 정책이고, 법으로 1차 의료기관, 소규모 2차 의료기관에 CT, MRI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진료권을 침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라는 답변이 29%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69%는 "공동활용병상제를 폐지하더라도 1차 의료기관과 소규모 병원에서도 CT, MRI를 설치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답했고, 17%는 "공동활용병상제는 폐단이 있더라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100병상 또는 150병상의 자가보유 병상을 보유한 의료기관만 CT, MRI를 설치하게 하고, 공동활용병상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답한 대상자는 10%에 불과했다.

특히 공동활용병상제에 폐단이 있더라도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병상을 갖지 못한 1차 의료기관이나 중소병원에서도 환자의 신속한 진단 및 치료 결정을 위해서, CT, MRI 검사는 필요하기 때문이다"라는 의견이 73%에 달했다.

공동활용병상제를 폐지하더라도 1차 의료기관과 소규모 병원에서도 CT, MRI를 설치할 수 있는 기준으로는, 61%가 "전문과 별 진료 특성을 고려해서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30%가 "의료기관 별로 진료 전문의 수 혹은 전문병원 등의 기준을 고려해볼 수 있다"라고 답했다.

필수 검사 된 CT, MRI…"동네병원에서 검사 막으면 환자 피해, 의료전달체계 붕괴"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지금도 CT, MRI 검사를 받기 위해 많은 환자들이 병상수가 많은 대규모 병원으로 몰리고 있고, 긴 대기 시간을 기다리며, 새벽 시간을 이용하여 겨우 검사를 시행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병상 수가 적은 소규모 병원에서 공동활용병상을 폐지하면 원천적으로 CT, MRI 검사 장비를 보유할 수 없게 돼 환자들은 현대 의학에 있어 필수적인 검사를 받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1차의료기관과 소규모 병원에는 환자가 더욱 찾지 않게 되어 의료전달체계는 더욱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신경과의사회 이은아 고문도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워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의심되면 가까운 병원으로 바로 찾아가야 하는데 인근 동네병원에서는 더 이상 CT나 MRI를 찍을 수 없다. 그럼 큰 규모의 병원에 가야하고 그로 인한 대기로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대학병원은 워낙 외래 환자가 많다 보니 바로바로 MRI 촬영이 어렵다. 그래서 급한 환자는 새벽에 와서 MRI를 찍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새벽 2~4시 사이에 병원을 찾아 CT, MRI를 찍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해 준 것이 1, 2차 의료기관이다. 그간 공동활용병상제가 있었기 때문에 급한 환자들은 대학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MRI와 CT를 찍을 수 있었다"며 "의사는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가장 소중하다. 환자 한 명이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서 왔는데 CT나 MRI를 찍지 못한다면 동맥류 파열 직전의 환자인지, 경막하뇌출혈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렇게 진단이 늦춰지면 심각한 환자는 그날로 생을 마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고문은 "정부가 제도의 당사자인 1차, 2차 의료기관과 의견 조회 없이 제도 개정을 진행했다. 대한의사협회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기는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1차 의료기관과 소규모의 2차 의료기관도 분명히 대한민국의 의료의 근간을 지탱하고 있다고 하는 것을 꼭 기억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개원가의 우려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 공동병상활용제도의 폐단 등을 고려해 제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방향성은 맞으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어 고심 중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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