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확대 놓고 정부 의료계 '강대강' 대치

일부 의사단체, 회원들에 불참 권고하자 복지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경고…의료계 "사실상 협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 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허용 범위 확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충돌하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회원들에게 시범사업 불참을 권고한 일부 의사단체들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경고하자, 이들 단체도 즉각 반발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5일부터 평일 야간과 휴일에는 초진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시행 중이다.

복지부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환자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경우 비대면 진료를 실시할 수 있게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을 제한하지 않고 있으며, 개별 의료기관은 환자 수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비대면 진료 실시 결정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사업자단체가 회원을 대상으로 단체 차원의 불참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사실상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복지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 판단 시 시정명령, 과징금, 고발 등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막상 해당 의료단체들은 불참 권고가 환자 안전과 회원 보호를 위한 조치일 뿐,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복지부가 의사단체들을 대상으로 ‘협박’에 나선 것에 대해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내부 전산망을 통해 회원들의 시범사업 불참을 주문했던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는 눈 감고 진료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의사로서는 해선 안 될 비윤리적 행위이기 때문에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가 그런 형편없는 입장을 냈다는 건 아이들을 죽이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성명서를 통해 비대면 진료 보이콧과 참여 회원 명단 공개를 선언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즉각 반발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공정거래법 위반이 되려면 회원에 대한 제약을 구체화 해야 하는데, 우리가 낸 성명서 내용에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이 없다”며 “(회원들이 비대면 진료를 한다고 해서) 강제 규정으로 피해를 준 사례도 없다”고 했다.
 
이어 “권고 사항으로 발표한 것이고, 지키지 않은 회원에 대한 명단 공개의 경우 직능 단체가 할 수 있는 직무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정부가 공정거래법 위반까지 언급하는 건 단체에 대한 협박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복지부의 보도자료에 직접 언급된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대개협은 각과 의사회 연합체로 회원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다”라며 “시범사업과 관련해서도 거부 선언을 한 게 아니라 의료사고 위험성이 높으니 참여를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하는 건 당연하다. 의사들이 모르고 참여했다가 사고가 나면 다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것까지 알리지 말라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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