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아름다운 자살은 없다

정부, 국민 생명의 존엄한 가치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칼럼] 김효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김효상 칼럼니스트] 예전 일본에서는 사무라이들이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수치심을 느껴서 할복자살을 하고 죽음까지도 주군과 함께 한다는 충성이 강조되는 미덕으로 여겼다 한다.

사무라이들이 자신의 가치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버리는 일은 추앙받아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유행처럼 할복자살을 따라 하던 일들은 올바른 일들이었을까?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다. 인종, 연령과 지역,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인간의 고귀한 삶에 대해서 우리가 지켜야 하고 수호해야 하는 존엄한 권리를 인권이라 칭한다.

그 인권을 지켜주는 길을 인도주의라 하고 고귀한 생명의 가치를 지켜주는 일 그리고 그 삶을 간직하며 인생을 뚜벅뚜벅 걸어 나아가는 인생길 또한 굉장히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삶의 가치가 부정당했을 때 혹은 죽음으로서 가치를 지키고 싶을 때 또는 부끄러움을 견디기 힘들 때 자신의 고귀한 생명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누군가 자신의 삶을 버리는 안타까운 선택을 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얼마나 힘들고 지치고 앞으로의 희망이 없었으면 저런 선택을 했을까?
학교폭력에 시달리거나 운동 선배에게 가혹행위를 당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해서 또는 사업이 실패해서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모두 안타깝고 슬프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을 하게 된 원인이 있다면 반드시 해결해서 다시는 그런 슬픈 선택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학교 선배가 때리고 괴롭혀서 자살을 선택했다면 학교폭력을 근절해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폭력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가해자를 엄벌해 다시는 이런 일을 꿈도 꾸지 못하도록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하지 않을까?
 
모든 죽음은 슬프다.
누군가 다른 곳에서 자신의 의지로 그 고귀한 생명을 버리는 그 순간
병원 중환자실과 응급실에서 의료진은 그 고귀한 생명의 불씨를 잡아보고자
환자의 손을 놓지 않는다.
누군가가 절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그 고귀한 생명을 스스로 던지는 그 순간
또 다른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1분 1초를 더 보내기 위해 삶을 소망하며 절규한다.
 
모든 죽음은 슬프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으로 자신의 고귀한 삶을 버리는 자살은 미화되고 추앙받아서는 안된다.
삶이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쉬운 선택지로 잘못 퍼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삶을 버리게 선택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자신의 삶이 오로지 자신의 것만이 아니기에 더욱 그러해서는 안된다. 그 생명은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고 부모님이 주신 것이며 내가 속한 사회, 관계 속에서 그 존귀와 가치가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오롯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놔버리고 떠난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은 삶을 버려 멈춰버린 사람의 시간에 슬픔과 좌절을 곱해서 지옥처럼 변해버린다.
 
살아라.
살아서 해결하라.
갚아야 할 것이 있다면 살아서! 싸워야 할 대상이 있다면 살아서!
그것이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해야 할 책무 중 하나이다.
이 모지고 험난한 세상이 편해서 다들 힘겹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쉽게 죽음을 선택하고 삶을 버리는 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자살을 미화하지 말라
그리고 자살의 원인이 사회에 있다면 그 사회를 뜯어고치고
자살의 원인이 개인에 있다면 그 개인을 철저히 교정하라
그래서 다시는 같은 이유로 누군가 자신의 소중한 삶을 버리는 일이 없게 하라
 
모든 죽음은 슬프지만
자살은 맑지도 않고 미화되지도 추앙받지도 않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 인권과 인도주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정작 그 근간에 바탕이 되는 생명의 고귀함과 그 가치를 지키는 것보다는 인권과 인도주의를 내세워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는 사람들도 많다.
 
정말 국민들에게 인간의 소중한 권리를 이야기하고 싶고 인권을 내세우고 싶다면 정부는 국민들의 생명의 존엄한 가치가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라.
자살을 미화하지 말고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자살은 맑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다.
살아남은 자들의 책무를 생각하니 참 푸르도록 시린 하늘은 가슴을 더 저릿하게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효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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