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격막 탈장 사건 이후 CT 늘어날 전망…복부 CT 방사선 피폭량 10~15mSv, 병원별 천차만별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횡격막 탈장 오진 사건의 여파가 의료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선 진료현장의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작은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전산화 단층촬영(CT)검사를 의뢰하거나 상급 병원에 진료의뢰서를 써준다고 밝혔다.
다만 CT검사를 시행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삭감과 방사선 피폭에 대한 위험성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는 "심평원에 검사비를 청구할 때 CT검사 사유에 횡격막 탈장 오진 사건을 넣으면 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환자들은 과잉검사에 대한 의혹이나 방사선 피폭에 대한 염려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0월 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의사 3명에게 8세 소아 환자의 횡격막 탈장을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했고 의사 3명은 법정구속됐다. 의사 3명은 X-레이상의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하고 CT검사를 의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진 책임을 지게 됐다. 이들은 유족과의 합의를 통해 처벌불원서를 받은 가운데, 이 사건의 항소심이 11월 16일에 열린다.
급여기준, 이상 소견 없거나 응급 상황 아닐 때 삭감
심평원에 따르면 CT검사는 X선과 방사선 측정기를 이용해 인체 내부를 단면으로 잘라낸 다음 이를 영상화하는 장치를 말한다. X-레이 상에서 볼 수 없었던 연부 조직의 작은 차이를 CT에서 기록할 수 있다.
심평원의 CT검사 급여기준은 악성종양과 감별이 필요한 종괴성질환(양성종양, 육아종, 비전형적인 낭종, 농양 등), 악성종양의 병기 결정 및 추적검사가 필요할 경우, 급성외상, 수술 또는 치료 후 호전되지 않거나 심부 합병증이 의심될 경우, 선천성질환 중 해부학적 구조 확인이 필요한 경우, 대동맥질환과 동맥류 등이다.
복부(골반 포함) CT의 급여기준을 보면 만성간염이나 간경화증으로 조기 암이 의심될 때, TIPS(간내 문맥정맥간 단락술)시, 합병증이 의심되는 담관 또는 췌관의 확장, 원인불명의 담도 또는 췌관의 확장, 선행 검사상 원인을 알 수 없는 혈뇨, 선행 검사상 원인을 알 수 없는 요로폐쇄, 심부 헤르니아(탈장), 허혈성 장질환, 자궁내막증, 자궁외임신, 정류고환(잠복고환) 등이다.
급여 대상일 때 CT 촬영비용은 부위 및 촬영 종류에 따라 2018년 의원단가 기준(나머지는 종별가산율 곱함)으로 1부위 검사당 최저 약 5만2000원~최고 약 15만원(순수촬영비용)까지다. 급여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비급여로 부담해야 한다. CT검사 삭감 사례를 보면 응급상황이 아니거나 환자 상태 소견이 마땅하지 않을 때 이를 삭감한다.
공개된 복부 CT검사의 삭감사례를 보면 응급 상황이 아니며 이상 소견이 없을 때 주로 삭감됐다. 68세 여성 환자는 식도염을 동반하지 않은 위식도역류병과 만성 위축성 위염으로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이 실시한 CT검사에서 경미한 간낭종이 발견됐다. 심평원은 올해 1월 환자의 흉부·복부 CT를 시행할 만한 상세 진료 내역(병력, 이학적 검사, 기타 검사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삭감했다.
47세 여성 환자는 상세불명의 복통과 소화불량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는 변비와 약간의 가스가 찬 증상이 있었다. 의료진이 복부 CT를 촬영한 결과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추가로 해볼 것을 권유했다. 심평원은 2015년 “복부 CT검사를 해야 할 응급 상황 또는 환자 변화 소견 등이 확인되지 않는다”라며 이를 삭감했다.
67세 여성 환자는 우측 상복부 통증 등의 소견으로 상세불명의 위장염 및 결장염, 기타 급성 위염 등으로 진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추가 검사를 위해 복부CT를 촬영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2015년 “복부 CT검사 해야 할 응급 상황 또는 환자상태 소견 등이 확인되지 않는다”라며 이를 삭감했다.
복부 CT 찍을 때 10~15mSv, 병원별 편차로 관리 필요성 주문
보통 복부 CT를 한 번 촬영할 때 방사선량은 10~15mSv에 이른다. 보통 방사선은 100mSv에 노출될 때 암발생률이 0.5%씩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따라 의사는 CT 검사를 시행할 때의 이득이 방사선 노출에 따른 위험보다 더 크다고 판단하면 CT검사를 의뢰한다.
방사선량은 병원별로 편차가 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어린이 CT검사의 방사선량 권고량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CTDI(Computed Tomography Dose Index) 값이 6~10세 환자의 복부CT검사에서 1.4에서 최대 19.3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별CT검사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식약처 조사결과 CT검사는 2011년 총 검사건수의 2.8%(600만 건)이었지만, 일인당 연간 피폭선량의 56%(0.79mSv)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일인당 연간 피폭량 중 CT 검사의 비중은 2007년 49.3%(0.46 mSv)에서 2008년 49.9%(0.53mSv), 2009년 52.1%(0.61 mSv), 2010년 54.7%(0.7 mSv)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2015년 6월 대한의사협회지에 발표된 ‘CT 검사의 방사선 피폭 저감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도 CT는 의료영상분야에서 17%를 차지하지만, 의료로 인한 총 방사선량의 49%를 차지했다.
보고서에서 영상의학과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는 것이 방사선 피폭을 막는 길이라고 했다. 캐나다 영상의학과의사회(Canadian Association Radiologists)은 약 30%의 CT 검사나 방사선 영상 검사가 불필요하며 유용한 정보를 주지 못한다고 했다. 2010년 미국의학협회지(JAMA)에는 약 9년의 기간 동안 응급실에서의 CT 사용이 3배로 늘었지만, 이 중 일부만 치명적인 손상이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러나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CT검사를 하는 등의 방어진료 환경은 늘어나는 방사선 피폭을 막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선책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방사선량을 최소화해서 CT를 찍는 것이다.
영상의학과 전문가들은 "방사선은 전압과 전류량 등을 통해서 노출량을 조절할 수 있고 방사선 노출이 과다하지 않도록 적정한 선량을 통해 화질을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장기 조직이 작은 소아환자는 방사선에 의한 위험이 성인보다 크다는 위험성을 알아야 한다"라며 "병원별로 다른 방사선량의 표준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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